삼한사미
요즘 한국 날씨를 대변하는 자조적인 표현이다. 매우 추운 날이 3일, 미세먼지 많은 날이 4일이라는 말이다. 가뜩이나 미세먼지로 힘든데 춥기까지 하다. 원래 추운게 겨울이라지만 올 겨울은 차원이 다르다. 체감온도가 무려 영하 25도까지 떨어졌다. 비단 한국 뿐만이 아니다. 최근 미국 동부는 영하 30도를 기록했다. 더 놀라운 일도 있다. 지난 8일 사하라 사막에선 눈이 내렸다. 믿겨지는가?
2016년에 사하라 사막에 위치한 알제리의 한 마을에 눈이 왔다. 37년 만이다. 올해 들어서도 눈 덮인 사하라 사막이 위성에 포착됐다. (출처: NASA EARTH OBSERVATORY)
이러한 극단적인 기후변화는 지구온난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NASA 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평균 기온이 1951 년에서 1980 년 사이의 평균 기온보다 섭씨 0.9도가 높았으며, 1880년 이후 두 번째로 따뜻한 해라고 한다. 첫 번째로 따뜻한 해는 2016년이다.
지역별로 보면 기온 변화는 두드러진다. 북극의 기온은 최근 20년간 4~5도 상승했다. 북극곰이 먹이를 찾아 민간이 마을에 자주 출몰하는 이유가 있다. 급격한 기온 상승으로 북극의 얼음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유난히 북극의 기온이 높이진 이유는 무엇일까? 북극은 바다가 얼면서 만들어진 해빙이다. 눈이 땅 위에 내려 오랜기간 차곡차곡 쌓인 남극과는 다르다.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높아지면서 북극의 바다에서 만들어지는 해빙의 양이 줄어들었다. 해빙 면적이 줄어들면서 태양빛을 반사하지 못하고 바다가 흡수하는 양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해수면의 온도는 더 높아지고 있으며, 해빙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1970년대 750만 제곱킬로미터였던 해빙 면적은 30여 년 동안 300만 제곱킬로미터가 사라졌다.
지구온난화의 역설
북극은 뜨거워졌으나 한반도의 겨울은 어느때보다 춥다. 쉽게 말해 대기의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위치한 중위도 지역과 북극의 고위도 지역간에는 폭 수백킬로미터의 제트기류가 흐른다. 제트기류는 고위도의 찬공기층과 저위도의 따뜻한 공기층이 만나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서로 기압차가 클수록 제트기류는 빠르게 흘러간다. 하지만 최근 북극의 기온이 높아지면서 이 제트기류가 느슨해졌다. 그러면서 기류의 흐름이 리본 모양처럼 요동치게 되었고, 한반도까지 내려오게 되었다. 만약 한반도보다 위도가 높은 모스코바 같은 도시에 제트기류가 지나가지 않는다면 한국이 훨씬 더 추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올 겨울 모스크바가 더 따뜻한 날이 꽤 많았다.
대도시는 극단적인 기후변화로 큰 피해를 겪을 수있다.
며칠간 강추위로 인해 수도 계량기 동파사고가 잦다. 배관이 얼어 붙어 보일러가 가동 안되는 가정도 많다. 지난 24일 서울 노원구, 중랑구의 6만 5천여 세대에서 난방이 되지 않아 새벽에 추위에 떨어야 했다. 단 하루 동안 서울에 신고된 동파사고 건수는 200건이 넘었으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기 사용량 또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전기를 특히 많이 잡아먹는 난방기구 사용량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가 심해질수록 전력 사용량도 폭증할 수 있다. 발전 한계 허용치를 넘는다고 정전이 바로 되진 않겠지만, 발전소 설비가 고장날 수 있으며, 이 경우 수많은 시민의 피해가 예상된다.
작년 미국 휴스턴에서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텍사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허비'는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태풍이었다. 인도와 남아시아에서는 최악의 홍수로 1200명이 사망하고 4100만명의 수재민이 발생했다.
사태는 심각하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에 대한 관심은 제자리걸음이다.
극지연구소 김백민 박사는 앞으로 최소 20~30년간 북극의 찬공기가 내려오는 현상이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 남은 인생 대부분 이런 기후 급변화를 겪어야 한다. 정부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급변하는 기후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지구온난화의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미래 세대들과 지구에 함께 사는 동식물이 써야할 자원을 지난 수십년간 무자비하게 사용해왔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한다.
구글 트렌드에서 본 'Global warming' 검색량 추이. 과거 대비 관심도가 많이 떨어졌다.
이제 방향을 선회해야하지 않을까?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 편리함과 효율성을 우선시하게 되면 내 주변은 따뜻해질 수 있다. 그러나 그 주변 바깥 세상은 너무 춥거나 더워질 것이다. 정보기술 발달로 사람들 간의 초연결사회로 가고 있는데, 그 연결 범주에 우리 주변 생태계도 꼭 포함되길 바란다. 사람, 동식물 모두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되겠다. 지금 눈 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부디 외면하지 말기를 바란다.
미세먼지를 막는답시고 알량한 마스크를 쓰고 300마력짜리 차를 혼자 타고 마트에 가는 게 인간이라는 존재입니다. 기후변화를 막연히 걱정하기 전에 스스로 수백 마리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장을 보러 가고 있다는 상상력가 자괴감이 필요한 게 아닌가 합니다. 좋은 글에 합당한 봇/팔/리 삼종세트 날립니다~^^
봇/팔/리 감사합니다. :)
맞습니다. 우리 도시의 삶은 너무나 자동차 위주로 꾸려져 있습니다. 그로 인해 넓은 주차시설을 갖춘 대형 유통업이 더 발달하게 되었구요. 일반 시민들은 걸어서 시장에 가는게 현실적으로 어려워졌습니다. 가까운 슈퍼마켓에 간다 한들 과거 재래시장에서 파는 신선한 채소를 보기 어렵죠.
저도 이제 2주 넘어가는데 뉴비를 뵙게되어 반갑습니다~ 재밌지만 뉴비에겐 쉽지 않기도 한데요. 계속 좋은 글 써주셨음 좋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
이렇게 환경이 급격하게 달라짐에 저도 걱정이 되네요. 전 제주에 있어서 아직 강추위를 느끼지 못했지만, 다들 엄청난 한파로 난리더라고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주라서 좋으시겠어요! 부디 환경에 대해 걱정해주는 분들이 많아지길 바랄뿐입니다.
으 요즘 너무추워진다 느끼긴 했습니다.. 고등학교때 입던 노스페이스 페딩을 입어도.. 너무 춥더라고요..
이번주는 좀 누그러진다고 하는데, 대신 미세먼지는 많아질거 같네요 ^^;
너무 발전에만 신경을 쓰는 지금의 상황이 훗날, 아니 당장 지금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네요.
네 효율성이 최우선시되어 우리 삶이 편해졌지만 생태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되었습니다. 원인과 결과만 놓고 보는 단편적인 선형적 사고 방식에서 전체를 고려하는 유기적인 사고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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