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어떤 시기를 지나고 있는가
저는 줄곧 이번 지방선거가 ‘한국당 퇴장선거’가 될 거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스팀잇에는 16일 전인 5월 30일에 처음으로 그런 내용을 올렸네요.
당연히 저만 그리 예측한 게 아닙니다. 한달 전쯤 한겨레에 어느 분이 칼럼으로 일본 기자들에게 “일본으로 치면 자민당이 퇴장하는 선거가 될 것이다”라는 식으로 말한다고 쓰신 걸 본 기억이 있네요.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볼 때는, 민주당과 진보언론 계열은 호들갑 떨지 않고 확실한 승리를 위해 그런 예측을 자제한 감이 있습니다. 또한 한국당과 보수언론 계열은 현실부정과 소망적 사고로 이러한 가능성을 부정해왔습니다. 선거 막판 “(이번에 크게 지면) 한국당은 사라질 수 있습니다. 홍준표도 집에 갑니다”라고 말한 홍준표 대표의 발언이 차라리 객관적 정세를 반영한 것이었죠(역시 민주당 어둠의 선대위원장!)
이 가능성은 2016년 가을에서부터 시작하여 줄곧 자라났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대선에서 참패를 하고도 일 년 넘게 허송세월한 지금에 이르러서는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 되었습니다.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의 과정을 거쳐서 한국당이 퇴장하게 될 가능성이 제일 큽니다.
16일 전에 썼던, “(...) 2016년에서부터 2020년까지의 일련의 기간이 후세엔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고, 그중 가장 큰 사건으론 그 한복판인 2018년의 냉전질서 해체가 메인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2016년에서 2020년까지의 시간은, 한국 정치의 역동성이 한국의 정치권력을 교체함을 넘어 한국이 처한 국제정치학적 질곡을 극복해낸 아름답고 위대한 순간으로 기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라는 분석이 계속해서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참조: 2018년 5월 30일 작성, <한국당 퇴장선거>
https://steemit.com/politic/@hanyhy1983/3bumsu - 예측치와 결과 비교
그러면 한 번 예측치와 결과를 비교해볼까요? 사실 선거결과가 이쯤 나올 줄 알았더라면 저는 굳이 예측치를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14대 2대 1>이란 선거 결과는 광역자치단체장 결과에서부터 ‘한국당 퇴장’의 함의를 강하게 지니죠.
그러나 당시에 저는 ‘부울경 싹쓸이’까지는 유동적이라 봤기 때문에, 가령 <12대 4대 1> 정도의 결과가 나올 경우, 사람들이 ‘한국당 퇴장’의 함의를 직관적으로 느끼지 못할 거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다른 선거들 역시 중요합니다만) 기초자치단체장 선거 결과를 비교해보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을 거라고 주장했죠.
사실 생업에 바빴기 때문에 기초자치단체장 선거 각각의 여론조사까지 살피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제 예측은 정교한 예측이라기보다는 ‘발예측’에 가까웠습니다. 그래도 언론기사와 권역별 분위기, 그리고 제가 미루어 파악한 정세에 따라 쓴 것인데 그럭저럭 근사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1> 전체 수치
저는 지금으로부터 4일전이며 선거 2일전인 6월 11일에 기초자치단체장 당선자 숫자를 대략적으로 전망했습니다.
참조: 2018년 6월 11일 작성, <한국당 멸망선거의 신호를 기초자치단체장결과 예측으로 독해해BOZA>
https://steemit.com/politic/@hanyhy1983/boza
최종 스코어로는 ‘보수적으로 봤을 때 140 대 60 정도’로 제시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 151 대 (자유한국당) 53으로 나왔습니다. 보수적으로 보자고 전제한 것에 비하면, 썩 괜찮은 예측이었던 듯 합니다. 이외 당선자는 민주평화당 5인, 무소속 17인이었습니다. 다만 권역별로 비교해보면 예측치와 결과 간에 다소 차이가 있었습니다.
2> 수도권
수도권 기초단치단체장 숫자는 서울 25구, 경기 31개시군, 인천 10개시군 하여 66곳입니다. 나흘 전 저는 ‘보수적으로 이중 60곳을 민주당이 가져간다 치자’면서 계산하여 총합 140을 추론했습니다.
결과는 민주당이 62곳, 한국당이 4곳을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수적인 예측’이라 붙였다고 본다면 매우 정확했습니다.
과거의 구도와 다르게 제가 이렇게 예측한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기존의 한국당 강세지역인 경기북부와 강원도가 ‘한반도 평화시대’가 닥쳐올 때는 개발/성장 지역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안보 문제에 있어 보수적이기에 과거의 관성으로 한국당을 지지해줄 거라는 추론은 너무나 안이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볼 때, 판문점 선언에 대해 한국당이 히스테리컬한 반응을 보일 때 이 전멸에 가까운 참사는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3> 강원권
강원도엔 18개 시군이 있습니다. 저는 보수적으로 볼 때 민주당이 14곳을 가져갈 거라 예측했습니다. 판세를 수도권과 비슷하게 본 것입니다.
다소 차이가 있었습니다. 실제의 결과는 (민) 11 대 (한) 5대 (무) 2였습니다. 이 지역에선 제 예상보다 한국당이 좀더 선전했습니다.
4> 수도권+강원권
5월 30일의 예측에서 저는 수도권+강원권 84곳에서 민주당이 전승을 누릴 수 있을 정도이며, 현실적으로는 70 대 14 정도가 될 텐데 이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냐고 물었습니다.
실제 결과는 (민) 73 대 (한) 9 대 (무) 2로 더 압도적이었습니다. 저 역시 5월 30일의 예측보다 6월 11일의 예측에서 민주당의 더 압도적인 우세를 점쳤던 것 같습니다. 6월 11일의 예측에선 이 영역에 대해 74 대 8을 점쳤습니다. 현실에 근접했지만, 스스로 보수적인 예측이라 전제했던 걸 생각하면 강원도의 사정을 좀 더 낙관했습니다.
5> 충청권
충청권은 대전 5개구, 충북 11개시군, 충남 15개시군으로 31군데입니다. 나흘 전 예측에서 저는 ‘보수적으로 봐서 25곳 민주당 승리’를 예측했습니다.
실제로는 한국당이 좀더 선전했습니다. 대전은 전승했지만 충북과 충남에서 4군데씩 승리를 거두어 23 대 8이 되었습니다. 지역별 인물경쟁력을 살피지 않았기 때문에 오차가 있었습니다.
6> 수도권+강원권+충청권(영호남 이북)
저는 나흘 전 예측치에서 수도권+강원권+충청권, 그러니까 영호남 이북의 스코어를 주목했습니다. 과거 두 지역주의 정당의 본진을 뺀 이 영역에서의 스코어가 미래 예측에 도움을 줄 거라 보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115곳 중 99군데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거둘 거라 예측했습니다. 이 스코어가 주로 사회적 명사가 정치인이 되는 한국 사회의 현실에서 한국당의 몰락을 가속화시킬 거라 보았습니다.
실제 결과는 민주당이 96군데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이었습니다. 한국당은 17군데에서 승리를 거두었고 무소속이 2군데였습니다. 결국 이 권역에서 한국당은 제 생각보다 선전했습니다만, 큰 틀에서 제가 본 흐름의 방향은 옳았습니다.
7> PK
부울경엔 38개 기초자치단체가 있습니다. 저는 민주당 승리 지역을 ‘보수적으로 봐서 18군데’로 예측했습니다.
실제 결과는 25군데 승리로 제 예측치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그래서 한국당이 강원도와 충청권에서 제 예상보다 선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총합으로는 제 예측치가 올바른 것이 되게 되었습니다. 울산에선 5군데 전승을 했고, 부산 역시 16군데 중 13군데(한국당 2, 무소속 1)로 거진 싹쓸이를 했습니다. 다만 경남에선 18군데 중 7군데만 승리를 거두어(한국당 10, 무소속 1) 다른 지역과 격차가 있었습니다.
8> TK
저는 TK의 상황은 낙관하지 않았습니다. 전체 31군데 중 민주당이 3곳 정도는 최소한 가져갈 거라고 보수적으로 예측했지요.
실제 결과는 구미 한 곳에서만 민주당이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수적 예측에도 못 미칠만큼 아직 TK의 벽은 높았습니다. 그런데 무소속 승리가 6군데나 나와 한국당의 예상 당선인 숫자도 깎아버렸습니다. TK도 변화의 무풍지대가 아니었습니다.
9> 호남
저는 호남 41군데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선 민주당이 고전할 거라 봤습니다. 공천잡음이 많이 나타났고 민평당과 무소속 바람에 20군데만 확실하게 가져간다고 계산했습니다.
실제로는 민주당이 29군데에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외엔 민평당 5군데, 무소속 7군데였습니다. - 총평
이렇게 하여, ‘140 대 60’을 예측했던 선거과 ‘151 대 53’으로 끝났습니다.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에서의 훨씬 심각한 쏠림현상을 생각한다면, 한국당의 지역조직은 아비규환의 생난리가 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2020년 총선의 예정된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급행열차 같을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게 경제위기를 예방해야 하는 크나큰 숙제가 남아 있기는 합니다만, 한국당은 더 이상 대안으로 기능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여전히 변화된 환경에 전혀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고, 미국을 비난하거나 유권자를 비난하는 등으로 점수를 깎을 여지도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반등을 위한 바닥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미끄러져 퇴장하게 될 거라는 것이 제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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