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 내려갈 정당은 내려간다

in #kr7 years ago

바른미래당 : 내려갈 정당은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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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보수우파 정당 중 하나인 바른미래당.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유승민의 바른정당이 합당하여 2018년 출범한 정당이다. 계보가 워낙 복잡하고, 다양한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만든 정당이기 때문에, 명확하게 이 정당의 성격을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체로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는 바른미래당은 개혁을 추구하고, 보수 정당으로 남아있다. (요즘은 이것마저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사실상 몰락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주류 보수세력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운 길을 찾겠다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만든 정당이 바른정당이다. 개혁보수라는 가치를 내걸고 세상에 나온 이 정당은 여러 우려 속에서도 일단 자유한국당과 다르다는 이미지를 주는 데 성공했다. 생각보다 지지율은 나오지 않았지만, 가능성이 일부 있음을 나름대로 증명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말대로 이제 굳세어질 일만 남은 것이었다.

국민의당은 또 어떠한가? 안철수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며, 본인이 새로운 길을 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국민의당은 제20대 총선에서 38석을 획득해 사실상 양당체제였던 국회를 삼당체제로 바꾸었다. 또한, 조기 대선에서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21%라는 유의미한 득표를 하기도 했다. 비록 여러 악재가 꾸준히 터졌지만,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트로서 존재감을 과시했고, 끊임없는 구애를 받았다. 그들이 해야 할 일들은 악재를 벗어 던지고, 제3정당을 넘어 여당으로 성장하는 것뿐이었다.

그 둘이 만났다. 성장해야 한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향하는 이념도 약간 다르고, 내부에서 반발도 워낙 심했다. 그런데도 두 정당의 지도부는 어떤 신념이 있었던 것 같다. 통합은 강행되었고, 그들은 바른미래당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한 식구가 되었다. 의석수는 오히려 줄어버렸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만한 미래 투자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또한, 여전히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 당장 큰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 같다. 백신을 만든 의사답게, 경제학에 정통한 관료답게, 지금의 손해보다 미래의 기대 이익을 도모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대한민국을 바꾸기 위해 위험을 감수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여전히 이 정당에 의문을 표한다. 자유한국당보다는 조금 온건한 자세를 가진 것 같지만, 최근의 행보를 보면 비슷한 길을 가고 있거나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건 보수 정당이 가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일까? 그들이 추구한 개혁은 보수에는 해당하지 않은 것일까? 오로지 문재인만이 그런 대상에 포함되어 보인다. 열렬하게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지만, 대다수 국민에게는 먹히지 않는다. 오히려 이 정부는 날이 갈수록 최고 지지율을 갱신하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국민은 대다수는 바른미래당의 개혁을 지지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들을 개혁을 망치는 적폐의 일종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개혁을 추구한다는 정당이 그런 눈초리를 받기 시작한다는 건 이미 실패한 것과 다름이 아니다.

나는 바른미래당이 추구하는 개혁에 회의적이지만, 백번 양보해서, 그것을 언젠가는 실현할 수 있다고 보자. 하지만 그 주체가 바른미래당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정당은 본인의 존폐를 생각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인재영입은 실패했으며, 현직 광역지자체 장들은 떠나갔으며, 모든 여론조사가 바른미래당의 열세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게다가 서울에서는 친박의 색채가 농후한 경기도지사 출신 김문수 후보에게도 밀리고 있다. 더 내려갈 길이 있나 싶기도 하지만, 그들은 그 추락의 끝을 매번 새롭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정말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들의 운명은 결국 해체다. 기껏 잘해봐야 현상유지다. 개혁정당의 끝은 이리도 비참할 것으로 예상한다. 외부의 강력한 정치집단들 때문에 졌다고 하면 그래도 영예로운 패배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바른미래당은 개혁을 외치면서 개혁자다운 모습을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다. 거기서 끝나면 모르겠으나, 내부 관리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안철수와 유승민 계파의 갈등은 점점 더 커지다가 결국 ‘이럴 거면 통합을 왜 했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지경이다.

사실 바른미래당이 진심으로 개혁을 위해 모인 것도 아니다. 그들은 개혁을 위한 성장을 외치지만, 개혁이라는 구호는 하나의 장신구에 불과했을 뿐이다. 오로지 몸집 불리기에만 몰두했기 때문에 후일을 생각하지 않고 일단 통합부터 한 것이다. 이런 정당이 진정한 개혁이니, 국민을 위한 정치니 외쳐도 신뢰가 가지 않는 건 너무 당연하다. 바른미래당은 태생부터 불안했고, 비참한 미래를 보증받은 정당이었다. 기사회생의 기회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전형적인 DTD(Down Team is Down,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야구계 풍문) 정당에 불과했을 뿐이다. 그들의 통합은 바르지도 않았고, 미래를 보여주지 않았다. 바른미래당의 역사적 존재 의의는 단순한 이합집산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남겼다는 사실 밖에 없다. 이제 우리는 그들이 어떻게 사라질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종말은 예견되어 있었다. 단지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