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stion Diary.
2018년 9월 21일. 5시 반쯤 되었을까. 자다가 깜빡 깼는데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잠이 덜 깨서 그런 건 아니었다. 이상하게 정신이 똑바로 들었으니까. 정말로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뭘까. 불안한 느낌에 벌떡 일어나 아직 잠이 덜 깬 집을 더듬더듬 짚어서 화장실에 갔다. 거울 속엔 웬 놈이 눈곱을 덕지덕지 단 채 뻘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병원이 문을 열려면 아직 3시간 반은 더 있어야 한다. 눈 뜨고 있기가 힘든 거지 눈 감으면 전혀 문제가 없었기에 다시 자리로 가서 누웠다. 얼마나 잤을까. 다시 정신을 차려서 시계를 보니 9시 반이다. 병원 문 열었겠구나. 빨리 갔다 와야지 생각하는데 아까보다 눈이 더 안 떠진다. 엊그제부터 낌새가 이상했기에 안약을 사놨다. 알레르기와 충혈에 효과가 있다는 하얀 안약을 넣고 눈을 감았다가, ‘와, 이건 안 되겠는데’ 싶어서 다시 넣고. 몇 번을 반복하니 시뻘겠던 눈에 분홍빛이 돈다. 시간은 벌써 점심때고. 점심시간이 참 애매한 게 보통은 12시부터 1시인데 어떤 곳은 붐비는 시간대를 피해서 1시부터 2시까지 정해놓는다. 그래서 점심시간에 잘못 찾아가 애꿎은 시간만 날리는 일이 종종 생긴다. 그런 일을 피하려면 차라리 2시 넘어서 가는 게 낫다. 조금 더 기다렸다.
병원에서는 눈병은 아니고 결막염 같다고 했다. 비염의 염증이 눈으로 옮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비염 치료를 받고 있냐고 묻기에 안 받는다고 했더니, 한쪽이 안 좋으면 가까운 다른 쪽에도 영향이 있으니 빨리 치료를 받으라고 한다. 안 그래도 코가 자꾸 막혀서 힘든데 눈까지 힘들게 했다니 비염에 대한 적개심이 불타오른다. 알겠습니다 하고 나왔다.
하지만 비염은 어쩔 수가 없다. 예전에 엑스레이를 찍었을 때 확인한 결과, 코 내부의 뼈가 휘어있어 염증이 지속해서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얼굴을 전부 열어서 코뼈를 펴놓지 않는 이상 비염은 나을 수 없다. 그렇다고 아예 포기해버린 태도는 확실히 안일하긴 했다. 돌아가면 식염수라도 사서 계속 넣어봐야지.
집으로 돌아와서 뭘 할까 하는데 참 애매하다. 평소 아플 땐 푹 쉬고 빨리 나아서 정상적인 몸 상태로 작업을 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그러니 TV를 보기도 그렇고, 컴퓨터는 당연히 안 되고, 스마트폰도 마찬가지고. 눈을 안 쓰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러다 문득 평소에 좋은 소리 내겠다고 목소리 녹음했던 것이 생각나 하나씩 틀어봤다. 노래할 때, 강의할 때, 발성 연습할 때, 발음 연습할 때. 처음엔 그래 이런 거 고쳐야지 하면서 집중해 듣다가도 30분쯤 들으니 질린다. 내 목소리 녹음하게 했던 분은 2시간 강의한 거 녹음해서 자기 목소리 끝까지 다 듣는다고 했었는데. 이걸 어떻게 계속 듣지. 대단한 인내력이다.
답답하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지. 답답함, 혼란, 무기력 등의 감정 사이에서 다시 한번 느낀다. 아프면 기껏 잡아놨던 생활 방식과 목표를 향한 열정, 습관 같은 것들이 와장창 무너진다. 선조들이 왜 건강을 최고의 축복으로 여겼는지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꿈도 목표도 건강해야 이룬다.
이런 상황인데 내가 앞에 있으면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지금 생각나는 건 하나밖에 없다. 건강이 최고다. 일도 건강해야 한다. 작업량 다 채우고 저녁에 내키면 했던 운동, 그거 잘못 생각한 거다. 무엇보다 운동을 우선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력을 길러야 네가 목표했던 것 이룰 수 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지는 모르겠지만, 건강한 몸만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분명하다. 명심하자.
수고했어! 라 말해주고 싶네요
스트레스좀 날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