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stion Diary.
2018년 9월 17일. 대전에 왔다. 엄마는 왜 얘기도 안 하고 왔냐고 온다고 하면 마중 나갔을 텐데 하시는데 그럴 것 같아서 말 안 했다. 괜히 엄마 일하는데 신경 쓰일까 봐.
요즘 들어 엄마는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그런데 사람이 참 희한한 게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하라 하면 더 긴장되고,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들으라 하면 더 기분 나쁘다. 똑같이 걱정하지 말라고 하니 더 걱정된다. 엄마 많이 외로워하는 것 같으니 자주 연락드리라던 누나의 말도 생각나고.
집에 도착해 엄마랑 도란도란 얘기하는데 문득 서글퍼졌다. 대화 주제가 주로 엄마 건강에 대한 것이어서. 올 초에 눈이랑 치아랑 큰 수술 몇 번 하셨는데 그 흔적이 자꾸 보여서. 어릴 적 건강하게만 자라 달라고 바랐던 엄마의 마음을 이제야 알 것 같다. 우리 엄마, 건강하게만 계시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질문이 글이 막힐 때 어떻게 하냐는 것이어서 그런지 일기를 쓰는데도 엄청나게 막힌다. 몇 줄 쓰지도 않았는데 한 시간이 지났다. 부모에 관해 쓸 때면 깊은 생각에 빠져, 생각의 바다에서 더듬더듬 표현을 찾다가 평소보다 오래 걸리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 이 상황이 긴장하지 말라니까 더 긴장되는 그런 건가.
글이 막힐 때 어떻게 하냐고. 방금 글이 막혔을 땐 그냥 가만있었다. 생각이 표현을 찾을 때까지 가만히, 내버려 뒀다. 이런 걸 써야 하는데, 언제까지 써야 하는데, 초조해하지 않고 그냥 기다렸다. 대신 표현이 떠오르면 바로 쓸 수 있도록 컴퓨터 앞에 앉은 채로.
위 방법은 평소에도 즐겨 쓰는 방법이다. 하지만 가끔 아무 생각이 안 나는 때가 있다. 글을 쓰기 전에 먼저 주제를 정하고 방향을 정한 뒤에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도 머리가 텅 빌 때가 있다. 이럴 땐 앉아서 기다린다고 갑자기 좋은 생각이나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이것을 표현이 나에게 없는 상태라고 한다.
표현이 나에게 없는데 기다린다고 불쑥 떠오를 리가 없다. 이럴 땐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나는 주로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는데, 이때 쓸 내용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머리를 비우고 편하게 기다리고 있으면 나무가 알아서 표현을 빌려준다. 그러면 가서 옮겨 적기만 하면 된다.
질문에 대한 답은 이것으로 끝이다. 그리고 지금 아무 생각이 안 난다. 평소보다 좀 짧은 것 같은데 어쩔 수 없다. 표현이 나에게 없다. 푹 쉬고 내일을 준비해야지.
글이 가슴과 머리에 차면 그 때 빼내면 됩니다. 억지로 꺼내려한다고 나오는 게 아닙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