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생각]김제동 사건과 관련하여..

in #kr8 years ago

먼저 김제동은 방우정이라는 대구지역 최고의 입담가의 제자입니다.
방우정씨는 제가 학교 다닐때는 축제때마다 재치스러운 입담으로 학생들을 웃기고 다닌 지역에선 꽤 알려진 유명인이었는데요.
어느날 방우정씨와 목소리,톤과 생김새까지 비슷한 한 젊은이가 출연하여 방우정씨가 잘 써먹던 "욕설, 음담패설"로 학생들을 웃기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김제동이었던거죠(나중에 알게된 일이지만)
김제동은 어느날 한 대학 축제 진행자로 초대되었는데 메인 초청가수인 윤도현밴드가 한시간 이상 늦는 바람에 일명 "맨입"으로 한시간을 때웠는데 워낙 재치있고 재밌게 진행하여 뒤늦게 이를 알게된 윤도현의 추천으로 서울에서 활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김제동의 고향은 영천이고 대학도 대구에서 다녀 이 지역 유명인입니다.
가끔씩 김제동의 입담을 유투브 같은데서 보는데 정말이지 입담 하나는 타고났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군시절 행사를 진행하면서 장성부인에게 아줌마라고 불렀다가 영창(또는 군기교육대)을 2주간 갔다왔다"는 진실에 대한 문제를 살필때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영창이나 군기교육대의 의미입니다.

영창은 일정기간 수감시설(유치장, 헌병대 구치소)에 가두는 처벌인데, 군인들에겐 징역형을 사는 것과 같은 엄청난 처벌입니다. 물론 전과기록은 남지 않지만 군 인사기록카드에 기록되고 평범한 군인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큰 처벌입니다.
하지만 일선 부대에선 징역형에 처해야할 정도로 중한 범죄자(군인)도 그들의 미래를 위해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 영창제도를 자주 이용하기 때문에 실제 영창에 가는 것은 일반 군인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군기교육대 또한 일정기간(주로 2주간) 엄격한 기율과 혹독한 훈련을 시키는 교육기관에 입소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한마디로 새벽6시부터 취침때까지 무지막지하게 굴리고 또 굴리는 합법적인 얼차례 교육기관인데, 입소 병사 또는 장교는 계급장과 이름을 모두 떼고 번호로 불리며 2주간 씻는것도 제한받으며(김제동과 비슷한 시절의 군생활 경험상) 교육기간을 견뎌내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영창이나 군기교육대에 가려면 일반사병은 중죄를 저질러야(군에서 생각하는) 가능합니다

제 상식에선 화기애애한 군행사도중 사단장 부인에게 아줌마라고 호칭했다고 영창 또는 군기교육대에 보낸다는 것은 말도 안되고 있어서도 안될일입니다.
행사진행자가 조크로 한말을 트집잡아 영창이나 군기교육대에 보낼만큼 쪼잔한 사단장도 있을수 없을뿐더라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백번양보해서 그가 진짜 영창이나 군기교육대에 다녀왔다면 분명히 군 인사기록카드에 기재되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아마도 김제동이 "군대에서 카더라"는 부풀린 구전농담을 각색하여 예능프로에서 써먹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느정도 각색하고 부풀려서 개그 소재로 쓰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문제는.... 마치 사실인양 반복해서 계속 우려먹는다면 이는 군대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을 청소년들이나 젊은이들에게 심어주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결론적으로 김제동씨가 "영창 이야기는 한두번 우려먹고 말았어야할 지어낸 농담거리였는데 여기까지 오게 되어 죄송스럽다"라고 쿨하게 사과하고 끝냈다면, 이를 문제 삼은 장성출신 국회의원이 도리어 머쓱해야할 상황이 되었을텐데, 어이없게도 반전이 일어납니다.

김제동씨는 어느 한 콘서트에서
"언제든지 부르시라니까요. 개인적으로 불러서 가면 얘기 다 할 수 있어요. 근데 실제로 제가 얘기 시작하면 골치 아파질 걸요"라며 "방위는 원래 퇴근 시간 이후에 영내에 남아 있으면 안돼요. 그런데 제가 영내에 남아서 그 사람들 회식할 때 일병 계급장 달고 사회 봤습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군인은 명령에 복종해야 되니까. 그런데 사회를 본 그 자체가 군법에 위반됩니다. 내가 이런 얘기 실제로 시작하면 더 있는데, 실제로 저 불러서 이야기 시작하면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읽어봐도 영창을 갔다온건지 안간건지 농담인지 아닌지 모르겠고, 오히려 니들은 뭐 구린거 없나 내가 본거 다 까발린다 라는 협박성으로 들립니다.

김제동은 방송인이라고 한답니다.
방송인도 저마다의 가치관이 있고 보수적 진보적 중도적인 정치성향을 가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방송인(또는 연예인)은 스스로 공인이라고 말하며 다닙니다.
공인이란 공중파 인터넷. 케이블 등 불특정 다수가 접하는 시청물의 등장인물이므로 그들은 공정하고 편향적이지 않아야 합니다.
만약 어떤 사상적 경향을 굽히지 않으려면 공인의 길을 스스로 포기하고 정치 정당인이나 그와 정치적 성향이 유사한 다른 메스미디어에서 활동하면 됩니다.

만약 개그맨들이 꽁트를 진행하면서 지금 좌우이념 대립이 심한 문제에 대해 어느 한쪽편만을 지자하며 꽁트를 이어간다면 이는 더 이상 편안하게 웃고 즐기는 코미디 물이 아니겠지요.

마찬가지로 김제동씨 또한 나름 지성과 정치적 감각 확고한 가치관이 있는 사람이라고 추정해볼때 그의 가치관은 자칭 공인이나 방송인으로 불리며 활동하는 기간에는 최소한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이지 말아야 한다고 봅니다.
만약 싫다면 공인의 길을 접고 충분히 자신의 꿈을 펼쳐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김제동의 반박 발언을 전해들으며, 이제까지의 진지하고 순수하고 생각깊은 방송인의 모습에서 어느덧 오리발에 동문서답하는 정치인 김제동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이 김제동을 이렇게까지 변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순수한 청년 김제동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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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희화화시키면 대중들이 외면하게 되는 경향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치란 이익의 충돌인데 이것을 감정의 충돌로 변질시키는 경우도 많지요. 들어서 시원하긴한데 상대방을 설득시키지 못한는 것 그것이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자기편의 핵심만 단결시키고 대중들을 멀리 하게 만들면 선거에서 집니다. 김제동이 백마디하는 것보다 장동건이 한번 말없이 웃어주는 것이 효과적이지요

지당하신 말씀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