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음식스토리텔링) 제주도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기름떡'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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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에게 유명한 떡이 오메기떡이라면 제주 사람에게 더 친숙한 떡은 기름떡이다.
이름도 그냥 별 생각없이 지었을 거 같은 '기름떡'은 이래뵈도 제주도 제삿상에 올라가는 단골 메뉴이다.

<기름떡 만들기>

재료 : 찹쌀가루 4컵, 끓는 물 6큰술, 소금 약간, 설탕 1컵, 식용유

준비물 : 밀대, 기름떡 틀, 후라이팬

여기서 제주의 기름떡을 찍어내는 기름떡 틀을 소개해 본다.
생긴 건 마치 콜라병 뚜껑처럼 생겼는데, 떡을 찍어내는 틀이다.
옛날에 먹던 떡 중에서 이렇게 틀로 찍어내는 떡이 몇가지 있는데, 이 틀은 아주 간단하게 생겼지만, 찰진 반죽을 쉽게 찍어낼 수 있는 아주 아이디어 상품이라고 한다.
가운데 구멍이 있어서 찍을 때 그곳으로 바람이 슝!하고 빠진다.
정말로 재미있는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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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떡을 만들어 보자.
방앗간에서 빻아온 찹쌀가루를 먼저 손으로 비벼준다.
이렇게 준비된 찹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조금씩 넣으면서 익반죽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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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처음부터 손을 넣어 반죽을 하면 손을 델 수 있으므로 수저로 살살 저어 섞다가 손으로 반죽한다. 물은 절대로 한꺼번에 많이씩 넣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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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가루가 돌아다니는 게 없을 때까지 꼭꼭 반죽을 치대준다. 물을 넣는 정량은 찹쌀가루 1컵에 물이 1/2큰술이지만, 언제나 상태를 보면서 물을 넣을 줄 알아야 한다.
찹쌀가루가 보이지 않고 한데 뭉쳐서 눌렀을 때 가에가 갈라지지 않는 정도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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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잘 뭉치면 된다.

다음은 테이블에 식용유를 조금 바르고, 밀대에도 식용유를 조금만 바른 다음에 밀대로 밀어준다.
두께가 1cm 정도 되게 밀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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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에 식용유 바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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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대로 밀기

밀대로 미는 것도 요령이 있다.
너무 힘을 주어 확확 미는 것이 아니라, 살살 밀어주어 반죽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도록 미는 것이 좋다.

제주도 기름떡의 전매 특허인 기름떡 틀로 모양을 찍어준다.
가에가 뾰족뾰족한 것을 보고 제주도 사람들은 별을 닮았다고 했단다.
제주도 사람들은 뜬금없이 낭만적일 때가 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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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름떡 틀로 찍어낸 것을 우선은 접시에 붙지 않게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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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 떡이 '기름떡'이 되는 과정이다.
후라이팬에 기름을 듬뿍 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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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어 놓은 찹쌀 반죽을 올려놓고 기름에 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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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찹쌀로 된 반죽이라서 진뜩진뜩하게 붙어나니, 살살 서로 붙지 않게 조심하면서 지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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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지저진 것은 하나하나 붙지 않게 조심하면서 접시에 다시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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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김 나가면 설탕을 듬뿍 아주 듬뿍 발라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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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접시에 담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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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말했듯이 제주에는 쌀이 귀해서 찹쌀가루로 만드는 이 기름떡도 귀한 떡이었다고 한다.
보통은 메밀가루로 만드는 빙떡이 제삿상에 더 많이 올라갔고, 좀 신경 써서 제삿상을 차릴 때는 기름떡을 올렸다고 한다.

언뜻 봐서는 호떡처럼 생겼고, 맛도 호떡 맛이 나는 떡이다.
호떡이 설탕을 안에 넣었다면, 기름떡은 설탕을 밖에 바른 게 다르다면 다를까?
길거리에서나 팔거 같은 비주얼의 떡이지만, 쌀이 귀한 제주에서는 아주 귀한 떡이었다고 하니 참 신기하다.

제주에서 알게 된 동생에게 물어 보았다.
"기름떡은 어떤 떡이야?"

"맛있는 떡이요.^^"

"완전 설탕 범벅이더만..."

"맞아요. 기름과 설탕맛, 그래서 맛 없을 수가 없는 맛이죠. 따뜻할 때 먹으면 꿀맛이에요. 엄마가 해주면 언제나 행복했던 떡이죠.ㅋ"

기름떡 얘기가 나오니 그 동생은 군침을 삼키며 추억에 젖어 극찬의 극찬을 한다.
내가 보기에는 아무리 봐도 그냥 호떡이구만...ㅋㅋ

찹쌀가루를 방앗간에 가서 빻아올 수만 있다면 집에서 얼마든지 호떡맛이 나는 기름떡을 맛있게 해먹을 수 있다.
떡은 절대로 집에서 만들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완전히 깨준 떡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떡을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이 장담하시는 게 있다.

이 수업이 끝날 때 쯤이면 모두들 "세상에서 떡이 제일 쉬워요."라고 말씀하실 거에요.^^

정말 우리가 그렇게 될지는 의문이지만, 선생님이 너무 호언장담하셔서, 우선은 믿고 따라가 보기로.
사실 오늘 만든 기름떡은 그냥 집에서 부침개 부쳐 먹는 정도의 난이도이긴 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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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기름떡~너~어!!^^
저 주말에 식당에서 먹고 인절미 지진 건 줄 알았거든요
넘 쫄깃하고 맛있어서 남은 것도 싸가지고 왔답니다 ^^
기름범벅에 설탕맛 이지만 띠용~~!!!
아웅 너무 자세하게 잘 알려주셔서
저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제 포스팅 보고 정보를 얻으시면 음식점에 가서 제주음식을 접할 때 더 친근하게 느끼게 될 거에요.
제주 음식에는 재미난 스토리가 참 많답니다.^^그래도 @orange5008님은 제주에 계시니 제주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으시네요.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짱짱맨에게도 보팅을 잊지 않으시는 gghite님~ 마음이 이쁩니다^^

이 정도로 성실하시니, 개근상이라도 줘야할 판이라.ㅋㅋ

굽기전에는 끝 모양이 뾰족뾰족 이뻤는데,
굽고 나니깐, 그모양이 사라지네요 ^^;;
한번 먹고 보고 싶네요. 설탕듬뿍 해서요. ㅎㅎ

찹쌀이 열을 받으면 늘어지는 성질이 있어서 그런 거 같아요.
그래서 너무 세지 않는 불에 인내심을 가지고 구워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제주 여자들은 제사 전날 기름떡 지지느라 밤을 거의 샌다고 하더라구요.

호떡의 사촌쯤 되겠군요ㅎㅎ 사진으로도 맛나 보입니다!^^

호떡이 뜨거운 설탕맛을 볼 수 있다면, 기름떡은 입안 가득 설탕가루를 머금은 맛을 볼 수 있답니다.^^

엇? 저거 경상도에도 비슷한게 있어요 맞아요 ㅎㅎ 어릴 때 엄마가 많이 해줬는데 기름떡이라 하니 왠지 더 윤기가 좔좔 흘러 보입니다. 그나저나 제주효리님~ 빵사랑에서 떡시랑으로 갈아타신?

잠시 동안의 외도입니다.ㅋㅋ
빵은 꾸준히 하고 있는데, 요즘 듣고 있는 제주 음식 강의에서 떡 만드는 귀한 걸 가르쳐줘서요^^

경상도에도 이런 떡이 있나 보네요. 경상도에서도 살았었는데, 보진 못했거든요...

앗 저도 그 얘기 하고 싶었어요 ㅋㅋㅋ 저도 경상도!! 어릴 때 엄마가 설탕 솔솔 뿌린 이 떡 자주 만들어 주셨어요 그래서 경상도 음식인가 했는데, 시어머니는 전라도 분이신데도 이 떡을 만들어주시더라구요.
하지만 별 모양 틀은 없었어요. :)

귀한 찹쌀로 만든 반죽을.. 제주에 흔한 유채 기름으로 구워냈을까요?
화전 같은 맛일까요? 무슨 맛일지 궁금합니다.

유채기름... 한번 알아봐야겠어요.
유채기름은 귀한 거지만 제주에 유채꽃이 많았으니 아닐 수도 있고...

맛은 딱 호떡 맛입니다^^

제가 오늘 제주음식 수업에 가서 유채 기름에 대해 질문했답니다.
옛날 제주 분들은 참기름도 귀해서 잘 먹지 못해서, 집집마다 기름을 짜 먹으려고 유채를 심었다고 하더라구요.
요즘은 유채를 나물로도 먹고 기름도 기업에서 만들다 보니 유채기름이 비싸지만, 옛날에는 오히려 쌌다고 하더라구요.
유채 특유의 냄새가 짙게 나서 싦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흔하게 쓸 수 있는 기름이 유채기름이어서 기름떡을 유채기름으로 지졌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ㅎㅎ
제꺼도 놀러와주세요 ㅎㅎ!!

앞으로도 잘부탁 드려요 ㅎㅎ

네, 반갑습니다. 저녁에 한가할 때 가 뵙겠습니다~

떡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렇게 생생하게 보니 재미있네요. 오메기는 커녕 기름떡도 너무나 생소하지만 정말 맛있어보여요.

살짝 빵보다 쉽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이 장담하셨으니 지켜보려구요.ㅋ

아이고..
보는 내내 입안에서 침이 고여서리...

한김 빠진 따땃한 떡에 설탕이라니..
너무 잔인하도록 맛나겠어오 ㅠㅠ

자꾸 상상이 가는 맛 ㅠ ㅋ

감사합니다 ^-^ 추릅!

상상이 되시면 못 참는 맛이죠~^^
떡 찍는 틀이 있으면 아이와 함께 만들어봐도 재미있을 거에요^^

떡 찍는 틀을 구매해서 한번 도전해볼게여!!

사부님? ㅎ

앗, 사실 초딩입맛인 저에게는 팥 범벅인 오메기떡보다는 요 기름떡이 더 맛있어 보여요 :) 히히히 쫄깃하고 달콤한 기름떡이 상상됩니다.^^

맛아요. 팥 싫어하시면 달고 쫄깃하고 기름진 맛의 기름떡이 입맛에 딱 맞을 거에요~^^

저희 엄마는 찰떡을 가끔 기름에 지져서 설탕을 살살 뿌려주셨는데 어쩐지 그맛과 닮았을것같아요~~ ^^ 틀이 있다면 한번 만들어 보고 싶은걸요~~ ^^

맞아요. 왜 찰떡을 후라이팬에 구우면 쫘악 퍼져서 끈적끈적해지잖아요. 식감이 딱 그래요.
거기에 설탕을 뿌렸으면 맛도 딱 똑같을 거에요~ 찹쌀가루니 찰떡이랑 같으니까요^^

과일 먹고 있는데도 기름 떡이 먹고 싶어요. 어쩔 거야~~

ㅎㅎ 상큼한 과일 드시니, 기름진 맛도 땡기시나봐요^^

심플해 보이는 과정이지만 손놀림이 장인의 손놀림 같군요..
나이를 먹어가니 그 옛날 어른들이 즐겼던 소박한 맛들이 그리워
지는거 같아요~~~~
보는것만으로도 즐거워 집니다^^

장인이랄 것도 없어요 ㅋㅋ
그냥 집에서 살림하는 정도의 손놀림으로도 충분하답니다~

지주살던 동료가 기름떡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게 그 기름떡이군요 ㅎㅎ 설탕을 뿌리니 맛이없을수가없....

제주도 친구가 있으시군요.
제주도 사람들의 이야기는 참 신선하고 재밌는 것이 많습니다~

회사동료인데 작년에내려간 형님이죠... 잘지내시려나 모르겠네요...

귀한 떡이군요! 제주 토박이와의 대화는 언제나 재미있어요! ㅋㅋㅋ제주 출신의 제 친구 생각나요!

전 제주도 사람과 대화하는 게 좋더라구요.
좀 무뚝뚝해서 대화가 길게는 이어지지 않지만, 그래도 강의 같이 뜻는 분들이 대부분 연세든 주부라 이야기하길 좋아하신답니다~

제가 빵순이못지않게 떡순이거든요 :)엄청 맛있어보여요 :) 보는내내 침샘 폭발했네요 :)

떡 만들기 수업을 앞으로도 몇번 더 들어요~^^
침 흘릴 준비하세요^^

아, 이렇게도 떡을 만들 수 있군요. 사연 있는 떡이라니 괜히 한 번 더 보게됩니다. 집에서 한 번 도전해봐야겠네요. :)

요리에 조금 취미가 있으시다면 가능합니다^^

부칠 때 꽃잎 올리면 화전이 되겠네요

네~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단, 제주도 분들은 언제나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부지런히 일해야해서 음식을 그리 꾸미지 않았을 뿐이래요~

기름과 설탕 범벅 ㅎㅎ 딱 제 스타일이네요^^

어? @yhoh님 입맛은 왠지 담백할 거 같은데, 아니시네요??ㅋ

기름떡 해먹어 봐야 겟어요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

찹쌀가루만 방앗간에서 빻아오면, 거의 팬케이크 만들어 먹는 정도??랄까요??ㅋ

정말 호떡인줄 알겠어요.
쌀이 귀하던 제주
어쩐지 마음이 싸해지네요.
좋은 봄날 보내세요.
이제야 팔로우합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맛이 날 것 같습니다...상상만해도 군침이 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