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경제학은 우울함으로 출발하였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지만 욕망의 대상이 되는 재화는 유한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목표는
한정된 자원으로 가급적 많은 사람의 욕망을 충족시킬만한 방법을 연구하는 것
이었다. 인간의 욕망이 자원의 총량을 초과하지 않았다면 경제학은 애초에 생기지 않았을 학문인지도 모른다. 초기의 경제학은 공급의 양을 한정하고 최대 다수의 욕망을 어떻게 충족 시킬 것인지 연구했다. 가령, 8조각 짜리 피자 한 판을 4명에게 어떤 식으로 분배하면 좋을까? 기본은 1명당 2조각이겠지만 어른 2명이 3조각씩 먹고 아이 2명이 1조각씩 먹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기본 모델링에서는 변칙적 상황을 가정하지 않는다. 전통 경제학에서는 '한계 효용 체감'을 이유로 자원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현상을 배격한다. 한 사람이 먹는 피자 조각이 (필요 이상으로)늘어날수록 먹는 이의 만족감이 저하되기 때문에 자원의 집중적 소유는 비효율적이라는 결론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학의 변화
미국은 전쟁의 발생으로 인해 소총 몇 백만 정과 전차 몇 천 대, 전투기까지도 순식간에 수요로 창출됨을 경험했다. 경제학에서도 '유한한 자원을 표상하였던 공급'을 더 이상 한정된 것으로 가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상수(Constant, 常數)로 취급되던 공급이 변수(Variable, 變數)가 되던 순간이다.
이 극적인 인식 변화로 인해 '일정한 공급에 맞추어 수요를 적응 시키거나 변화 시키던 모든 종류의 활동'이 불필요해졌다. 바야흐로 '수요의 자극과 창출'이 주가 되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갖가지 방식으로 없던 수요를 만들어 내고 기존의 수요를 늘리기도 하며 공급이 이를 따라오게 만들고 다시 공급을 통제하여 가격을 조정한다.
처음에 우울했던 서구 경제학은 우울을 잊었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수요 억제나 효율적 분배 방식'은 경제학자의 연구 대상이 아니게 되었다.
마르크스에게 '사용 가치'란?
마르크스가 꿈꾸던 낙원에는 교환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자신이 가진 것만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면 교환은 필요 없고 내가 사용하는 모든 물건은 나와 독자적인 관계를 맺는다. 이 것이 마르크스가 말하는 사용가치이다. 교환을 가정하지 않으므로 모든 재화의 가치는 절대적이고 재화와 사용자의 관계는 개별적이다. 이 세계에서는 크다거나 작다거나 고귀하다거나 덜 필요하다 등의 가치 평가가 필요없는 물질 생활이 가능하다. 물론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자급자족의 한계 때문에 교환이 생겼고 그로 인해 사용가치와는 별개로 교환가치가 발생했다.
마르크스가 본 자본주의는 '교환가치만이 가치로 불리우는 사회'이다.
그로 인해 사용가치란 '상품이 가지는 물질적 특징이나 관습적 용도' 이상이 될 수 없는 고정적인 요소가 되었다.
사용가치란 욕망의 대상으로서의 가치이다.
보드리야르는 그의 저서인 '생산의 거울'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을 비판한다. 마르크스가 생산, 소비, 유통의 과정을 개별로 바라보지 않고 소비와 유통을 생산의 하부 구조로 편입시키려고 하는 점을 지적한다. 보드리야르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소비의 사회'임을 역설하며 소비가 생산에 종속되기는커녕 생산보다도 전면으로 나와야 할 대상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기호의 정치경제학 비판'(보드리야르, 1972) 을 살펴보면 마르크스의 말대로 '자본주의가 교환 중심의 사회'는 맞지만
교환이라는 행위에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은 교환가치가 아니라 오히려 사용가치라는
주장을 한다. 그가 말하는 사용가치는 위에서 설명했던 마르크스의 사용가치가 당연히 아니며, 멩거나 제본스, 왈라스로 대표되는 '한계효용학파'가 이야기 한 사용가치와도 맥을 달리 한다. 마르크스의 '사용가치'는 말 그대로 이상적인 형태이고 한계효용학파의 사용가치는 계량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보드리야르의 것과 다르다.
그는 사물이 욕망의 객체로서 특정 기호적 가치(보드리야르의 사용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한다.
'시뮬라크르'에 관한 논의를 알고 있다면 이해에 더 도움이 되는데 사례까지 그의 것을 차용하자면, 미국이 걸프전을 보도함에 있어 자신들의 입장에서 전쟁을 보여주는 것이 실제 전쟁을 겪는 사람들의 현실과 비교하여 허상일 수 밖에 없는 점. (ex. 미사일이 발사되고, 포탄이 떨어지는 모습을 멀리서 찍은 장면, 군인들이 행군하는 장면 등) '현실 같은 허상'이 우리의 시야를 가리고 사고를 한 방향으로 유도하며 판단력을 흐린다.
자본주의의 교환 관계에 교환가치보다 사용가치가 크게 작용한다는 말의 함의는 다음과 같다.
기호적 상징으로서 욕망을 자극하는 상품이 그 자체로 (실제 활용과 관계되는 것이 아니어도)사용가치를 지니게 된다
기호화의 기술이 욕망의 정도를 조절한다
수요를 창출하거나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 것으로 공급을 변화시키고 추후에 의도된 희소성을 빌미로 가격까지 통제할 수 있다면,
당신은 재화나 서비스 자체의 혁신을 거듭하고 싶은가? 아니면 소비자의 욕망을 자극하는 방법을 알아내고 싶은가? (물론 재화와 서비스 자체의 혁신도 훌륭한 욕망 자극 방법이다.)
욕망을 자극하는 기술은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무려 학문이 되었다. '마케팅'에서 다루는 것이 '욕망을 자극하는 기술'만은 아니지만 학문이라는 이름 아래 연구된 방법들은 얼마나 세련된 기호화로 자연스럽게 당신의 욕망을 자극할 것인가? 반면, 우리는 포털 사이트의 검색창에 제품 이름을 넣고 최저 가격을 찾는 정도로 '스마트컨슈머'임을 선언한다.
이 모든 사회적 현상과 환경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백이숙제 정도의 비현실적인 낭만이 구비된 자, 아직도 이 세상에 남아 있는가? 그 정도가 아니라면 우리는 '현실 같은 허상'에 속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발버둥 치는 수 밖에 없다. 그 것이 소비가 되었든 정치적 견해가 되었든 교육 비판이 되었든 영화 관람이 되었든 말이다.
멈춘 바쉐론 콘스탄틴의 가치는 하락하는가
(원화로 1억 4천 정도인 바쉐론 콘스탄틴 모델, 가장 스탠다드한 형태의 모델인만큼 가격도 이 브랜드 치고 썩 비싼 편이 아니다.)
나는 멈춘 시계를 차고 다니던 시절이 있다. 그 시계는 위의 명품(이라고 불릴 정도로 고도의 기호화 기술이 사용되어 상상 이상의 고가가 소비자의 욕망에 대한 지불 대가로 전혀 손색이 없는 제품) (+고도의 제품 기술력도 첨가되어 있음)처럼 비싼 것은 아니었지만 그 시절에는 나의 경제적 여유를 은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시계는 시간이 맞추어져서 배송되지 않는다. 나는 처음부터 시계를 조작하지 않았다. 시계약을 넣지조차 않았다. 그 시계는 나에게 있어 소유의 표출로 의미가 있었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그 시계의 사용가치란 무엇일까? 나는 시간을 확인하지 않을, 과시적 도구로서의 시계가 필요했다. 20대 초반에 '내가 원하던 욕망의 표상'으로 활용되던 그 시계는 이제 30대 초반에는 해당 기능을 잃었다. 나는 지금 시계를 차지 않는다. 마르크스의 낙원으로 갈 수 없고, 계량화가 가능한 한계효용으로서의 사용가치는 음식에나 있다고 믿는 나는 이제 기호화가 경제적 가치를 생성하는 세상 속에서 무엇을 기반으로 속지 않고 싸우며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
휴대폰이 생필품이 되다시피한 요즘, 시계의 입지가 줄어드는 건 어쩔 방도가 없나봅니다. 다만, 저는 시계가 필요한 경우가 있어요.(서비스 업무할 때..ㅎ) 창 없는 지하인데다 시계가 걸려있는 곳이 드물기에...
확실히 시계는 본 기능보단 말씀하신대로 부나 입지의 표출 혹은 장식에 용도가 기운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시계의 가치가 하락...할 것 같진 않아요. 바쉐론이기에 가능한 것이 있기에 초점이 다소 뒤틀린 감이 있긴 합니다만 분명 아날로그만이 가질 수 밖에 없는, 절대적 고유성은 변함이 없지 싶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매번 따스한 관심 주는 가든 팍님! 요즘 포스팅 잘 못하고 있어요.ㅠ 점심 풍성히 드시고 기운 팍팍! 미션은 오늘 내일안에 해결할 듯 합니다!
제가..본의 아니게 압박감을 심어 드린 듯 하여 너무 죄송합니다 ㅜㅜ 그런 의도는 절대 아니었습니다. 저의 일방적인 생각은 이러했습니다. '뭐든 적어주셔도 가치가 충만한데..행여 포스팅 자체에 부담을 느끼실까봐' 그 부담의 이유가 별 것이 없다면 털어 드리고 싶은 마음에 제가 행동한 것이 오히려 부담을 드린 것 같아요 ㅋㅋㅋ ㅜㅜ 저는 몸이 안 좋아서..내내 앓다가 일어났습니다! 벌써 금요일이네요, 오늘 하루도 화이팅!! ^^
잉...?왜 이래요 무섭겤ㅋㅋ 굳이 가든 팍님이 아니어도 요근래 스스로가 너무 포스팅 안하고 있음에 난처해하고 있었어요. 그 초점으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 아프지 말고 건강한 금요일 되시길.ㅎ
정말 주옥같은 글 잘 보았습니다. 돈을 주고 살만한 가치가 있는가? 하는 질문을 근래에 들어서야 하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값어치도 모르는 소비를 했다는 반증이겠지요.
꼭 그래서만은 아니지만, 여즉 모은 것이 많지 않은 이유가 그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닌가 싶어요. ;)
근데, 프로필의 주인공은 '오다기리 조' 인가요?
전혀 위로가 안 되실 수도 있지만.. 저는 모은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직 많이 교류한 것은 아니지만 제가 느낀 바로는.. 가진 게 많은 분이라고 느껴집니다. 무언가 때문에 그것이 신체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휴식을 취하고 계신 듯 합니다. 올려주시는 포스팅을 보고 제가 판단하는 것들 이겠지요. 웃을 일이 아주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퐁당님도 저도~~ (윽..댓글에 건방지게 '아는 척'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점점 교류가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
아하..오다기리 조 맞습니다!!! 전~~~혀 닮지 않았지만 닮고 싶은 마음에 그만..! 조만간 다시 바꿔야 겠습니당 ㅋㅋㅋㅋ
보들리야르가 시뮬라르크 이외의 주제로도 살짝이나마 언급되는 글은 한글로는 오랜만에 봄(애초에 한글을 스팀잇에서만 보니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물론 이 글에서도 나오긴 했지만, 현기증이란 단어 없이 보는 것도 오랜만인 듯...
나에겐 너무나 기분 좋은 댓글이야..! 나는 앓았어. 음 격한 일을 하는 것도 없는데 왜 몸이 아플까 생각해 봤는데, 격한 일을 너무 하지 않아서 그런걸까? 날은 너무도 빠르게 따뜻해지고..아니 더워지고 ㅋㅋㅋ 너는 아프지마!! (아무래도 혼자 지낸다고 하니까 조금 걱정 되는군.)
봄날 감기 기운이 좀 있긴 한데, 난 원래 남에게 보이기 가장 싫은 모습이 그런거야. 세수 안한 상태, 우는거, 아픈거...그래서 적당히 아프면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함ㅋ
(위 댓글은 사실 칭찬의 의미로 쓴 건 딱히 아닌데 머쓱하군.)
욕망의 본질을 직시하는 습관을 키워
거짓된 유혹에 적당히만 속아주면서
살아야겠다 생각해봅니다 ㅎㅎ
좋은글같은데 중간은 좀 어렵네요
경제학자들이 자기분야를 어려워보이게 하는데는
대부분 성공했죠 ㅋ기
잘 봤읍니다
적당히 속을 수만 있다면! 저도 그 정도를 원합니다. 전혀 속지 않는 삶이란 매 번 의심을 하고 사고를 해야하니 아주 피곤할 것 같아요 ㅋㅋㅋ 모든 속임수를 꿰뚫어 볼 능력도 없습니다 저에게는 ㅋㅋ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당 ^^!
현대사회에서 무한정공급 되는 재화+현금+캐쉬백+포인트등은 인간을 돈에 중독 되게 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 현대 사회의 인간들은 돈에 중독되어있고 경제가 성장하지 않고 경제공황이 오거나
경제 성장이 지체 된다면 성장의 금단 현상에 빠지게 된다.
다르게 보면 돈에 대한 금단 현상이 경제 폭락 혹은
패닉 불황일수도 모르겠다.
음..뭔가 와일드 하시지만 인간이 돈에 중독되게 하는 것이 현대 사회의 일면이라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훌륭한 글입니다. IT공룡과 마케팅이 분리될 수 없는 관계인 지금,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 사회의 도래가 욕망을 가속하고 틈새의 욕망을 끄집어내는 현 시대의 시장을 변혁하기를 기대합니다.
크~ 한 문장에 생각해 볼만한 소재가 많이 들어 있습니다. 자주 교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정작 명품 시계의 시계가 꼭 저가의 시계보다 오히려 정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걸 어디서 본 기억이 나는데, 문득 다시 생각나네요. 분명 시계는 시간 확인하라고 만든 물건인 것을..
네, 필수품이 아닌 것들이 더 필수품이 되어가는 현실과 사용가치가 물건의 실제적 기능 가치와 다를 수도 있는 세상 속에서..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글을 읽고 댓글까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
좋은글 잘봤습니다!!
보팅하고 가요~~!^^
정말 감사합니다. 자주 교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경제주체들이 과연 합리적 의사결정을 한 결과가 현실인가를 생각하면, ... 쓴웃음이 나옵니다. ...^^.
정말 오랜만에 댓글로 뵙습니다. 올려주시는 사진들을 잘 보면서도 자주 소통하지 못 하여 아쉬웠습니다. 늘 서로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쁨입니다!! ^^
반갑게 맞아 주시니 고맙습니다. 항상 격려와 관심에도 감사드립니다. 공감가는 글도 잘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