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들으면 오해의 소지도 있는 이 말은...
저희 어머님의 지론이십니다.
저희 어머님은 젊은 시절 파독(派獨) 간호사셨습니다.
하여 몇몇가지 생각은 독일인의 사고방식
(정확히는 1970년대 독일 최호황기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 중 한가지가 바로
- 복지란 '내 입에 들어갈 빵을 다른 사람 입에 넣어주는 것'이다.
인데...
여기에는 한국적 정서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키워드 하나가 행간에 숨어 있습니다.
일단, '내 입에 들어갈 빵을 다른 사람 입에 넣어주는 것'이라면
즉각적으로 드는 생각이
"그래서 복지를 '하지 말자'고?"일 수 있는데...
무엇을 하지 말자는게 아니고...
오히려...
각오...또는 '감래 해야'한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복지 확대에 관한
논쟁 중...거의 논의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중요한 사안이
'바로 내가' 그 결과를 감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7~8년 전에
제가 낸 국민연금 납입현황을 서류로 통보받았는데...
2050년경(즉, 제가 국민연금을 받기 전에) 기금이 모조리 고갈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국가가 발급하는 정식문서에 그렇게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저는 그런 상황을 '감래'할 각오가 없었기에
그 서류를 회사로 들고가서 동료들과 한참 성토했었지요.
자, 미래에 기금이 고갈된다고
현재 국민연금을 없앨 수 있을까요?
예, 불가능할 겁니다.
지금 상황을 보면
- 저는 앞으로 국민연금은 더욱 더 많이 납부하고
- 실제 받을 때가 되면, 기금이 고갈되어 단 한푼도 못받거나
기적적으로 받게되어도 거의 의미없는 푼돈을 받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내 입에 들어갈 빵을 다른 사람 입에 넣어주는 것...이라는 말은
내게 불합리한 요소가 있다는 것을 모두 이해하지만...
그래도 국민연금은 운영하여야 하므로
그 상황을 '감래'한다는 의미입니다.
죽을 것을 알면서,
여기는 사수해야하니
그 상황을 감래할거야...라는 식의
게르만 전사같은
비장한 독일식 사고 방식이 느껴지지 않나요?
국민연금은 국내에 한정되지만
난민은 국외까지 연장되는 복지의 개념입니다.
독일의 메르켈 정부가 난민을 받기로 했을때
- 난민중에 테러범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몰라서도 아니고
- 그 중에 범죄자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무시해서도 아니며
- 난민을 받으면 지지율에 좋을 것이라고 착각해서도 아니라
이것은 해야 하는 일이니
그 모든 것을 감래하고 받을겁니다.
그래서 예측대로
테러도 일어났고
범죄도 일어났고
독일의 연정이 붕괴직전으로 가서
메르켈이 쫓겨 날 뻔 했습니다.
더욱 대단한 점은
메르켈의 지지자들도 대부분 그러한 상황을 인지하고도
지지 했다는 것이죠.
독일식 사고 방식이 옳다는 것이 아닙니다.
(얘네들도 상당히 문제가 많습니다.
보통 많은게 아닙니다. 이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나중에 말씀드리죠)
다만,
- 복지를 강화해야 하는데,
- 그건 당연한거지만 그래서 발생하는 비용은...
- '니'가 감래해야 해.라는 현재까지 한국적 사고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죠.
저는 이러한 사고방식이
우리가 정신적으로 미흡해서가 절대 아니고
국민연금고갈 + 그 상황에서도 막대한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을
아직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상황에 이르기 전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므로...논의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비용은 어느 돈 많은 기득권 세력이
'나'대신 내주지 않습니다.
그 비용은 '내'가 감래해야 합니다.
이제는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래야,
사회적 비용을 찬성하던 반대하던
합리적 논의가 이루어지겠지요.
사회적 비용은 늘려야 하는데
왜 당연히 내야할 '니'가 안내냐?...
는 식의 논의는 문제가 있지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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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내용입니다. 그러게요 내가 내야 한다고 각오해야겠다 싶은데, 그래도 손을 주머니에서 꺼내고 싶지는 않을 것 같네요 ㅠㅠ 이런 괴리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