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다.'
이 말은 재미있다. 어떤 방송에서 이 말이 나오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기억난다. 다들 나이가 있는 분들이었다.
산업화세대 거의 전부와 386세대 상당수에게 저 말은 맞다. 산업화세대는 양반이 몰락한 폐허 위에서 많은 흙수저들의 인생역전을 목격했다. 대학시절 동전 한닢까지 세어가며 술을 마시던 추억을 회상하는 386 선배는 내 주변에도 여럿 계신다. 서울시내 자가주택 소유자가 아니었다면 그 추억은 추억이 아니라 여전히 가난일 것이다.
또 어떤 방송의 기억을 가져오면, 출연자가 자신은 자라면서 어떨 땐 반지하 단칸방으로, 그러다 갑자기 훌륭한 양옥집으로 정신없이 이사를 다녔다고 했다. 그 이유는 '아버지가 사업을 하셔서'. 모두가 수긍했다. 어떤 사업을 어떻게 했는지 묻지 않았다.
그만큼 사업이 당연하다는 듯이 공격적인 도박이던 시절이 있었다. 취직도 도박적이었다. 예전의 어느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으로 나온 최수종이 잘 다니던 은행을 때려치우고 중소기업에 입사하는 내용이 있었다. 이유는 '남자는 꿈이 커야 하니까.'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 이 말은 선배 세대에게는 진실이다. 그들을 탓할 이유도 없고 굳이 이 글에서 따로 칭송할 일도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경험에서 진실을 채굴한다.
산업화세대가 가진 특이한 매력은 타인에 대해 열등감도 없지만 우월감도 희박하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사람은 다 똑같거나 거기서 거기이며, 누구에게나 기회는 인생에 세 번쯤은 오는 것이다. 대통령은 '놈'이면서 주거하는 아파트 경비원에게는 '형님'이라 부르는 모습은 우리에게 없는 과거로부터 인양된 낭만이다.
계급이동이 활발하던 반세기는 역대 대통령 목록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박정희, 노태우, 노무현, 이명박, 문재인 - 무려 다섯 명이 흙수저 출신이다. 역대 대통령 목록만 보면 한국은 계급이동의 유동성에서 그 어떤 국가도 가볍게 압도한다.
386세대의 마음을 움직인 노무현과 문재인의 '사람이 먼저다', '사람 사는 세상' 등의 구호는, 가치판단적이라는 점에서 이전 세대와 관념의 거리는 생겼을지언정 여전히 돈보다 사람을 앞에 놓고 있다.
돈이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을 때 주도권은 돈이 아닌 사람에게 있다.
지금은 돈이 돈을 만들고 가난이 가난을 만드는 시대다.
청~장년층에게 부모의 재산이 끼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보수적인 젊은 층은 '사람 사는 세상'이 가식이자 기만이라고 느낀다. 이 역시 자신의 경험에서 채굴된 '진실'이다.
계급이동이 둔화된 정도가 아니라 양극화가 극심하다고 이야기될 정도면, 당연히 돈과 사람의 관계에서 돈이 윗길이다. 돈을 스펙이라는 말로 바꿔도 된다. 그러므로 비교우위와 열등감은 시대정신이다.
이렇게 되면 표류하는 '미아 세대'가 생겨난다. 아니 생겨났다.
구직난이 사회현상이 아니라 십오년 이상의 세월을 거쳐 물리법칙 정도로 당연시된 지금, IMF 이후 방출된 어마어마한 머릿수의 구직 탈락자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흙수저~철수저 부모 밑에서 눈에 띄지 않는 대학을 나오고 구직에 실패한 그들 중 대부분은 여전히 탈락중이고 인생은 유예된다. 내집마련, 재산증식, 결혼, 출산은 막연한 미래지만 그들에게 과연 미래가 있을까. 현재로선 전망이 없다.
이들은 직업기술 뿐 아니라 직업기술을 키울 여건도 확보하지 못한 채 나이를 먹어간다. 초중고에서 대학까지 세계 최고의 학습량을 누적한 세대지만(우리나라의 어느 세대가 안 그렇겠냐마는) 공부 열심히 한다고 직업의 수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과거처럼 실험적으로 여러 직업을 가져보는 일은 이제 구직경쟁에서 자신을 뒤쳐지게 할 뿐이며 그럴 기회도 없다.
비트코인 대란은 인생역전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정서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계급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젊은층에게 동시에 투영된 결과다. 그러나 구직경쟁과 전자화폐 투기는 승자가 극소수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몽골 게르의 실내구조. 몽골인들은 빈 땅에 게르를 치고 걷으며 유목하지만 한국인은 돈이 있어야 지붕 밑에서 살 수 있다. 집 살 돈 마련은 불가능하고, 전세금은 목돈이고, 월세는 집 살 돈 모으기를 방해한다. 이때 부모의 지원이 있으면 문제는 해결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인생은 무기한 유예된다.>
'인생 유예 세대'는 새 멤버들이 계속해서 충원되는 동시에 이제 첫 멤버들이 중년에 진입했다. 시간은 비정하게 흐른다. 이 거대한 인구는 멸망을 향해 꾸준히 걸어가는 중이다. 구제책이 있을까? 누가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10년 그리고 20년 후, 그들은 우리 사회의 무엇이 되어 있을까?
이것은 공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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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줄에서 겁이 확 나네요.
혐오가 유행하는 사회에서 이미 그 전조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