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따위!!! 무모하게 떠난 미국일주.

in #kr7 years ago (edited)

주말을 맞아 다시 예전에 떠났던 여행글을 올리려고 합니다.(블록체인 글만 보는건 저도 머리아파요..)

때는 바야흐로 제일 앞자리가 바뀐 2000년!!

제대하고 복학 한 대학교에서 큰 사고를 친 저는 도피성 어학언수를 선택합니다.
6개월의 어학연수. 이집트 여행에서 영어의 한계를 느낀 터라 영어라도 마스터하자 라는 생각으로 진지하게 연수갈 곳을 골랐죠.
고심 끝에 고른 미국 오레곤 주의 monmouth.

미국 지도.jpg

어학연수 상담해주시던 분이 한국 사람도 거의 없고 조용해서 공부하기 좋다고 하셨죠. 안그래두 사람에 치여있을 때라 딱이다 싶어 바로 선택했습니다. 한국 사람 많이 없으면 영어도 많이 늘겠지 하는 생각도 있었구요. 영어공부만 열심히 하자고 간거라 카메라도 안 들고 갔습니다....(제가 왜 그랬는지..ㅠㅠ 살면서 후회되는 일 중에 하나에요.)
그래서 밑에 사진은 다 제가 찍은 게 아닙니다.. 재구성이라고 생각해주세요.ㅎ

우선 오레곤 주는 실버타운 같은 곳입니다. 중산층 노년 백인분들이 많이 사시는 곳이죠.(제가 있을 때는 그랬어요.ㅎ) 그 중에 특히 몬머스(monmouth)라는 곳은 완전히 깡촌입니다. 꽤 유명한 대학이 들어서 있긴 하지만 버스도 택시도 없는...정말 시골이었죠.

화창한 날 밤에 약간 떨어진 공동묘지에 가면

은하수.jpg

이런 밤하늘을 볼 수 있었습니다. 멋진 은하수와 함께 떨어지는 별똥별도 쉽게 볼 수 있었죠.

첫 한달은 열심히 영어공부를 했습니다. 한국 사람들과는 거의 인사 정도만 하고 혼자 열심히 토플공부도 하고 리스닝 공부하고 살았죠.
그러던 중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살던 홈스테이(하숙)가 턱없이 비쌌던 거죠. 밥은 맨날 이상한 샌드위치나 냉장식품 렌지에 데워먹는 거였는데 너무 어마어마한 하숙비를 받더군요. 알고보니 처음 올 때는 학원이랑 연계해서 선택의 여지가 없도록 만들어둔 것이었습니다.
부조리를 참지 못한 저는 바로 박차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어학연수, 영어따윈!!!! 하게 되었죠.. 한 달이 좀 넘어 한국사람들과 어울리게 됐구 죽이 착착 맞는 2명과 원룸에서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ㅎㅎ
그리고 한 달 뒤 학원비도 너무 비싸!!!! 난 생활로 영어를 배울거야!!! 라며 남은 4개월치 학원비도 환불을 받게 됩니다.

돈이 생겼으니? 떠나야죠.

어디 갈지를 고민하던 중 위에 두 명과 일본 여성분 2분이 뜻을 같이하여 렌트카로 미국을 돌자는 어이없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 당시 맘모스에 있던 한 렌트카회사가 오레곤 주만 도는 조건으로 마일리지 제한이 없이 차를 빌려줬었거든요. 대부분의 렌트카 회사는 몇 마일 이상뛰면 오버차지가 붙었었습니다. 근데 이게 왠걸. 오케 들키지만 않으면 장땡.
5명이 계획을 세우니 가고 싶은데도 많더군요. 그 중에 골라골라 차가 아니면 가기 힘든 곳으로!!

일주.jpg

이게 전체 코스였습니다. 와 지금봐도 미쳤다 싶네요..이걸 15일에 돌았거든요. 이동만 127시간...5일 정도네요. 왜 저랬을까 싶네요.ㅋㅋ

첫 번째 목적지는 시애틀.

'시애틀의 잠못이루는 밤' 영화를 인생영화라고 생각하시는 분의 추천에 따라 시애틀로 향했습니다.

시애틀 타워.jpg

딱히 특별할 거 없는 미국의 대도시였지만 저 타워 전망대의 360도 돌아가는 레스토랑은 가볼만 하더군요. 요새는 저런 타워 전망대에 거의 360도 회전하는 레스토랑이 있지만 저 때는 상당히 신기했거든요.ㅎㅎ

시애틀을 찍고 향한 다음 행선지는 옐로스톤 국립공원.
영화 2012에서 화산이 폭발하는 바로 그곳이죠. 미국 아니면 못 보는 신기한 곳이라고 해서 들리기로 했습니다.

옐로스톤1.jpg

군데군데 저런 아름다운 색깔의 웅덩이들이 있는데 정말 장관이더군요. 달걀 썩은 유황냄새가 많이 나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만큼 환상적인 곳이었습니다.
자 봤으니 또 가야죠.ㅋㅋㅋ

다음 행선지는 한 명의 강한 주장에 따라 결정된 러시모어 마운틴.

얼굴 바위.jpg

바로 이 분들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마을이 완전 미국 시골의 전형이라서 아기자기 하고 이뻤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저 얼굴들...생각보다 대빵 커요.ㅎ
이젠 저 얼굴들이 누구인지도 기억 안나지만 정말 쌩뚱맞은 곳에 왜 이렇게 큰 얼굴을 조각했는지 지금도 궁금합니다. 자 얼굴 봤죠? 그럼 다시 ㄱㄱ 시간이 없어요.

다음 행선지는 나이아가라 폭포!! 미국까지 왔는데 함 봐야죠 당연.

나이아가라 폭포.jpg

뭉쳐야뜬다 에도 나오던데 저런 배를 타고 들어가서 샤워하고 나오는 기분이 최고에요.ㅎㅎ
개인적으로는 폭포도 정말 멋있지만 폭포까지 가던 산책길이 참 기억에 남네요.

나이아가라 2.jpg

현재 나이아가라 폭포는 이상 한파로 얼었다고 하죠...ㄷㄷㄷ 투모로우(tomorrow)란 영화가 생각나네요.
자 시원한 폭포도 보고 샤워도 했으니 떠야죠.

하버드.jpg

드디어 제가 선택한 곳 보스톤의 하버드 대학교. 정말 가보고 싶었거든요.
대학이 오래되서 고풍스런 느낌이 물씬 풍기는 대학이었어요. 우리나라 대학들도 좀 이랬을면 좋겠는데...
언제나 공사중이죠..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오고 예전 건물들은 점차 없어지고.. 좀 역사를 품은 건물들이 많이 남았으면 좋겠는데.ㅎㅎ
대학교 앞은 우리나라랑 비슷하더군요. 술마시구 노는 대학가 분위기.ㅎㅎ

다음 행선지는 뉴욕~~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jpg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본 야경. 그리고 끊이지 않고 들리던 싸이렌 소리.ㅎㅎ
경찰차인지 엠블런스인지 알 수 없지만 정말 끊임없이 들리더군요.

이후 워싱턴의 오벨리스크를 지나 마이애미 해변으로~~
바닷물을 보자마자 옷 입은 채로 풍덩~~~

마이애미1.jpg

그리고 마지막 여정지 라스베가스.

벨라지오.jpg

라스베가스는 정말 환상적인 곳이었어요. 도박을 하러 갈 게 아니라 정말 관광을 하러 가야하는...
너무 멋진 건물들과 조명, 그리고 이벤트가 진짜 압권이었거든요. 이 여행을 마치고도 한 2번 정도 더 갔던 거 같네요..물론 카메라가 없어 사진은..흑흑

15일의 미친 스케쥴은 라스베가스를 찍고 미국 서쪽 해변도로를 타고 올라오면서 끝나게 됩니다.
8400마일이면.. 흐음.. 13000키로가 넘네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400키로정도 되니..
거의 차에서 잠을 자고(전 밤운전 담당이었어요...) 다들 돈이 많이 없어 제대로 먹지도 못했지만.
참 기억에 많이 남는 여행이었습니다. 고생한만큼 꼭 기억에 남는 건 아니지만 언제 또 이렇게 해보겠어 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네요.ㅎ
미시시피 강변에서 1M앞도 안보이는 폭우를 만나 3,4시간 차에 갖혀있어보기도 하고. 대륙의 폭우는 스케일이 다르더군요. 죽는 줄 알았어요 정말
그 폭우가 지나가니...

안개2.jpg

이와 비슷한 광경이 저를 반겨주기도 하고(카메라가 없단 걸 가장 후회한 순간이죠.)

유타주의 산맥을 넘다보니 제가 서있는 곳이 해발 3000미터가 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보다 더 높은 곳에 있어보기도 했죠. 뉴욕에서는 차사고가 나서 고생하기도 하구 고속도로에서 과속하다가 경찰에 잡혀서 감옥가고 싶냐는 이야기도 들어보고.(이 영어는 잊혀지지가 않네요... Do you want to go to jail이었나..)
정말 언제 또 이런 여행을 해보나 싶네요..이제 하면 정말 중간에 포기할 거 같기도 하고.ㅋㅋ

기차나 대중교통을 타게 되면 낮에 타도 왠지 차 안에서는 자게 되는데 차로 돌아다니니까 확실히 가는 길의 풍경을 느낄 수 있더라구요. 운전을 하게 되면 많이는 못 보지만 그 느낌을 마신다고 할까요.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차로 일주하는 여행을 꼭 다시 하고 싶습니다. 그게 유럽이면 더 좋겠구요.ㅎㅎ
이런 미친 일정 말고 여유도 좀 갖고 한 곳을 찬찬히 볼 수 있는...
(그러기 위해선 스팀아 가즈아~~~~~~~)

Ourselves 캠페인
셀프보팅을 하지 않고 글을 올리시고
ourselves 테그를 달아 주시면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 줄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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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이 더욱 신!나게 달려서 여유있고 행복한 여행 꼭 가실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형님~저도 올해는 미국 꼭 가보려구요!

월드님도 여행 마니 다니시구 마니 남기셨음 해요~ 시간이 지나니 추억이랑 경험이 최고더라구요 ㅎ 이미 마니 다니시는거 같지만 ^^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팀 가즈앗!

와 저도 이런 여행 떠나보고 싶네요~
사진들도 너무 이쁘고 존경스럽습니다ㅎㅎ

꼭 가실 수 있으실 거에요..ㅎㅎ 뭐라도 믿어야 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두 포토샵 잘하고 싶어요!!!

환불받으시다니!! 용기가 멋있어요!!!저도 미국 가보고싶네요 ㅠ.ㅠ 나이아가라폭포에 꼭 가고싶어요 ㅎㅎ

찾아주시구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사진 잘 찍으시네요..ㅎㅎ 저두 맥주 좋아하는데 자주 찾아뵐게요.ㅎㅎ
꼭!!!!! 가실 거에요 나이아가라.ㅎㅎㅎ 믿습니다!!

미국 여행을 하시는 과정부터 남다르네요! :D 저는 라스베가스 꼭 가보고 싶어요, 이 포스팅에서 또 좋다고 나오니 더 가고 싶어졌어요! 스팀아 가즈아! 라스베가스로! :)

라스베가스는 정말 좋았어요. 제 취향에 딱 맞는다고나 할까.
드넓은 자연이 아니면 볼거리가 많은 게 최고인데 정말 볼 게 많더라구요.ㅎㅎ
거기다 카지노까지!!!! ㅋㅋ 스팀아 가즈앗~~~~

우와 상상만하더라도 엄청난 여행입니다. 그 거리 어떻게 차로... 인간승리!! 좋은 포스팀 감사합니다. ^^

엄청나게 힘든 여행이었지요. 5명이라 차도 비좁은데 밤 운전을 해서 낮에 자야하는..ㅋㅋ
그래두 남는 건 많았네요.ㅎ
leetyt2님도 여행 많이 다니시길~~ ^^
저렇게는 말구 좀 여유롭게.ㅎㅎ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정 진짜 대박이네요. ㅎㅎ한국도 저렇게 해안선을 따라 도는 일이 엄청난데 미국을. 대단하세요. 철이님. :)

저는 한 번도 미국을 가보지 못했지만 요즘 스팀잇을 하면서 많은 분들을 통해서 대신 가보는 거 같아요. ㅎㅎ 지금은 미국이라는, 크게는 서양이라는 곳이 그리 궁금하지가 않아요. 반면에 동양에 대한 궁금함이 늘어서 이곳저곳 가보고 싶은 곳이 늘었지만요. :)

오늘은 재밌는 여행기 감사합니다. 역시 고속도로에서는 과속을 하면 안 됩니다. :)

저두 아시아에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아요. 특히 중국!!!
전 세계의 볼거리가 다 모여있다고도 하는 곳이죠.ㅎㅎ
언젠가 가 볼 수 있겠죠. 언젠가.ㅎㅎ
초코렛님도 가보고 싶으신데 꼭 가실 수 있길~~~~ 할 수 있다!!!!

글을 읽으니 저도 미국을 한바퀴 돈 것같아요. 무모한만큼 멋진 여행인것같아요. 맛깔나는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공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너무 오래전 일이라 가물가물한 기억 살려가면서 글 쓰니까 재밌더라구요 ㅎㅎ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자주 뵈어요~ ^^

개인적으로 OREGON주에 포틀랜드가 살기 좋아 보였던거 같아요~ 다음에는 동부로도 놀러 가보세용 ㅋㅋ

포틀랜드 가까워서 자주 갔었어요 거기 costco에서 맥주를 우~~~~~~~어~~~~~ 할만큼 사곤 했죠.ㅎㅎ
땅덩어리가 너무 커서 많은 곳은 못갔는데 미국도 꼭 다시 가고 싶네요...유명한데 말고..ㅎㅎ
추천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