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따르르릉 따르르르릉!
"...네 여보세요."
잠에서 깬 환은 비몽사몽 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전화 너머로 들린 목소리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뭐라고요?!"
그는 곧 바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택시를 불러 곧장 어딘가로 향했다. 택시를 좋아하지 않는 그였지만 지금은 그런 건 중요치 않다. 그는 서둘러 소율의 집으로 향했다.
"아이고~ 환아!"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현관에서 부터 소율의 어머니인 강미라가 그에게 달려들며 소리쳤다. 그런 그녀를 옆에서 보고 있던 신소찬은 그만두라며 말렸다.
"엄마! 진정하라니까, 아직 하루도 안 됐어"
"하지만 찬아! 소율이가 아무 연락도 없이 안 들어온 건 이번이 처음이잖니!"
"그렇긴 하지만 일단 기다려 봐, 경찰 조사가 끝나면..."
"소율이가... 어젯밤 안 돌아왔어요?"
김환의 물음에 소율의 오빠 소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너 네 집에 갔다 온다는 전화는 했는데, 그 뒤로 안 돌아왔어, 너 네 집에서는 이미 나갔지?"
"네... 어제 저녁에 차타고 나갔는데"
"차까지 끌고 나간 애가 어딜 갈 리가 없는데..."
"아이고~! 환아~! 소율이 좀 제발 소율이 좀 찾아 줘라~!"
통곡하는 그녀의 모습에 김환은 아픔도 잊은 채 주먹을 꽈악 움켜쥐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주머니 제가... 반드시 찾아낼 테니까"
"야 환아 너 그 다리로 뭘!"
소찬이 소리쳤으나 환은 그의 말을 듣지도 않은 채 몸을 돌렸다. 어금니를 바드득 갈며 그는 분노하듯 중얼 거렸다.
"손가락 하나라도 대봐..."
만약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 놈을 죽인다. 모든 걸 바쳐서라도 죽인다. 반드시......
쾅!
"차를 찾지 못했다?"
"네... 죄송합니다."
경찰 조사에 들어 간지 3일째 소율의 행방은 아직도 오리무중이었다. 김환도 벌써 3일째 그녀의 차를 찾고 있었지만, 그녀가 타고 간 차조차 찾지 못했다. 물론 그건 경찰도 마찬가지다. 그녀가 탄 차를 아무도 찾지 못한 것이다.
"이럴 리가 없는데......"
그는 해킹으로 구한 도로 CCTV화면을 확인했다. 그녀는 분명 1도로 까지는 차를 타고 있었다. 그러나 1도로를 넘어간 부근부터 그녀의 차는 CCTV에 잡히지 않았다. 언제 대체 어디서 없어졌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젠장!"
콰앙! 책상을 내리친 김환은 CCTV를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CCTV에 잡히지 않게 차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이라도 있는 건가...?"
그런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CCTV의 사각지대에서 차를 하늘로 납치해 가지 않는 한 불가능 하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하늘에서 차를 납치할 정도로 거대한 뭔가가 나타났다면 분명 큰 이슈가 됐을 거다.
"어디에 있는 거야... 소율아"
그는 책상에 머리를 박은 채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소율이 행방불명이 된지도 벌서 10일째... 아무 단서도 찾지 못한 김환은 공허한 방안에서 멍하니 천장만 올려다봤다.
"........."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 만큼 힘들었다.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그녀를 찾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봤지만, 찾지 못했다. 그래서 힘이 빠졌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율아...’
그녀를 붙잡았다면... 그 날 밤 그녀를 집에 돌려보내지 않았더라면 결과는 바뀌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계속 했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 바꿀 수 없다. 이미 일어난 일은 두 번 다시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아는 그였기에 오히려 더 힘이 빠졌다.
다리의 통증은 거의 없다. 어째서 이런 순간에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 녀석도 분위기를 파악할 줄 아는 건가라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했다.
"다 의미 없는 일이지만..."
그냥 죽을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움직이려 했다. 팔에 힘을 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그의 앞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포기하려는 건가 젊은이?"
갑자기 귓가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는 난생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귓가에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김환이 있던 방의 풍경이 갑자기 바뀌었다. 푸른 초원에 날아다니는 나비들 그리고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
"뭐야...... 이게"
"놀랐나? 뭐 놀랄 수밖에 없겠지"
갑자기 전혀 모르는 장소에 오게 된 김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 봤다. 그리고 들려오던 목소리의 주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