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돼! 너 다리도 아프잖아! 그리고 내가 해주고 싶은 요리도 있거든"
강하게 반발하는 소율을 보며 환은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녀가 저렇게 까지 강하게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인지 그는 조금 놀란 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응!"
소율은 곧 바로 저녁 식사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환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소파에 앉았다. 그렇게 소파에 몸을 맡기는 순간 그의 다리에 엄청난 통증이 다가왔다. 아까 까지만 해도 이렇게 까지 심하지 않았는데
‘참아... 참아!’
소율의 앞에서 비명을 질렀던 기억은 이제 드물 정도로 옛날 일이다. 근 4년 가까이 그는 그녀 앞에서 소리를 지른 적이 없다. 그리고 오늘도 소리를 지르지 않기 위해 참았다.
"이걸로 끝... 자! 다 됐어 환아"
"어? 어... 그래, 오 맛있겠는데?"
한바탕 사투로 흘린 땀도 다 닦아내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리에 앉는 김환을 보며 소율은 오늘 저녁의 메인 메뉴인 오므라이스를 그의 앞에 가져다 놓았다.
"맛있게 먹어"
"그래"
환은 그렇게 말하고 오므라이스를 한 입 입에 넣었다. 살짝 간간한 간이 그에겐 아주 딱이었기에 그녀에게 엄지를 척 하니 내밀었다. 그리고 그의 좋은 반응에 그녀는 다행이다. 라며 말했다.
"다행이다~ 사실 이거 너한테 만들어 줘 보고 싶었거든"
"음? 왜?"
"너 먹어 본 적 없다며 오므라이스"
"어? 아 그러고 보니 그렇네."
그는 조금 생각을 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한 번 해주고 싶었거든"
"그런 것 까지 기억하고 있어? 벌써 몇 년 전인데"
"딱히 기억하고 있는 게 아니라......"
약간 쑥쓰러워 하는 그녀를 보며 환이 답했다.
"그래 그래, 그래도 맛있어 이 오므라이스 내가 지금까지 먹었던 오므라이스 중 최고야"
오므라이스 안 먹어 봤다며 투덜거리는 소율을 보며 환은 조용히 미소만 지었다.
"잘 먹었습니다~"
"설거지는 내가 할 테니까 넌 앉아 있어"
"됐어 식사도 너한테 맡겼는데, 설거지..."
"앉아 있어!"
화를 버럭 내는 그녀의 모습에 환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어정쩡한 자세에서 그대로 엉덩이를 다시 의자에 붙였다.
"화를 내고 그러냐..."
"기다리고 있어"
그녀는 그에게 그렇게 말하고 설거지 까지 전부 끝내고 커피를 타서 식탁으로 가져왔다. 두 사람은 커피잔을 나눠 들었다.
"환아"
"응? 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녀의 부름에 고개를 들자 그녀는 다시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병 나으면 만나줄 거지?"
"........당연하지"
“정말?”
"...병이 나으면 네가 좋다고 해도 싫다고 해도 네 곁에 있을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소율은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 떨어질 것 같다. 그러나 그의 앞에서는 울지 말자라며 다짐했기에 꾹 참았다.
-늦은 저녁 한 빌딩의 옥상
아무것도 없는 옥상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문도 잠겨 있고, 열쇠는 경비가 관리를 도맡아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런 늦은 시간에 옥상에 누군가 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허나 분명 옥상에 누군가 있었다.
"이 여자인가?"
그는 품 안에서 사진을 한 장 꺼내 보이며 사진 속 인물의 얼굴을 곱씹었다. 아름다운 외모 그의 입장에서는 전혀 아름답지 않았지만, 인간들 사이에서는 꽤나 아름다운 편에 속한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사진을 곱씹던 그는 사진을 다시 품안에 집어넣은 채 주위를 둘러 봤다.
"그나저나 평화로운 곳 이구만, 이런 곳에서 살면 재밌나?"
싸움도 살인도 그 무엇도 일어나지 않는 평화로운 세계 그가 한국에 온지도 1주일 그는 지금 매우 지루해 하던 중이었다.
"빨리 끝내고 돌아가야겠어, 재미가 없단 말이야 재미가"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키는 대략 3미터 가까이 엄청나게 큰 키를 가진 그는 뿌드득 뿌드득 기괴한 소리를 내며 등 뒤에서 날개를 펼쳤다.
"후우~ 가 볼까?"
평범한 외모라고 하기에는 꽤나 뭉툭한 얼굴 3미터나 되는 키에 등에서 솟아난 검은 날개... 그 모든 게 그가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었다. 그리고 상공 50미터 가까이 되는 높이에서 그는 그대로 떨어졌다. 아니 정확히는 날았다.
후우우우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남자가 향한 방향은 소율이 있는 곳이었다.
"그럼 갈게..."
"어 조심해서 가"
"응"
마중을 나온 환은 그녀가 차에 타 집에 가는 모습까지 보고 나서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차를 끌고 집으로 향하는 소율은 조용한 밤거리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곁에 있을 거라고..."
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 사실이 무엇보다 기쁘다. 물론 걸리는 게 없지는 않지만...
"병이 다 나았을 때 이긴 하지만"
그가 가진 병은 불치병이니까... 병이 나을 확률 같은 건 솔직히 기적에 가깝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믿기로 했다. 그의 병이 낫기를
"그 보다 오늘 따라 조용하네..."
신호에 걸려 차를 세운 그녀는 주위를 둘러 봤다. 아무도 없는 거리는 뭔가 이상했다. 이 거리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거리는데, 이렇게 까지 사람이 없다는 건 뭔가 이상하다. 게다가... 아까 전부터 그녀의 주위에는 그녀의 차 말고는 다른 차들이 한 대도 지나가지 않고 있었다.
"무슨 일 있나?"
혹시 자기가 그와 알콩 달콩한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경보 발령이라도 난 걸까? 그녀는 순간 불안감에 휩싸였다.
"일단 엄마한테 전화를..."
"찾았다."
콰아아아아앙!!
그녀가 핸드폰을 꺼내드는 순간 그녀의 불안감이 실체화라도 한 듯 그녀의 앞에 거대한 충격이 일었다.
"꺄아아!"
거대한 충격에 차가 휘청 거리고 바닥이 갈라졌다. 지진이라도 난 걸까? 라고 하기에는 눈 앞에 보이는 거대한 먼지 폭풍이 마음에 걸렸다.
"뭐.. 뭐야"
한껏 비명을 지른 그녀는 조금 침착하게 눈앞의 참상을 바라봤다. 먼지가 스믈 스믈 피어오르는 모습은 생각 보다 이상했다. 저런 광경은 TV에서 밖에 보지 못했다.
"폭발?"
땅에서 뭔가 터진 걸까? 혹시 전쟁이라도 난 걸까? 그녀는 걱정되는 마음에 차를 움직이려 했지만, 아무리 액셀 페달을 밟아도 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조금 전 부터 아무런 진동도 없다.
"시동이 꺼졌나?"
이런 순간에 고장이야? 그녀는 황급히 시동을 다시 걸려고 했지만, 시동은 걸리지 않았다.
"어떡하지?"
그녀는 당황한 듯 주위를 둘러 봤다. 핸드폰 그래 핸드폰으로 연락을 하자라며 그녀는 조금 전 놀라서 떨어트린 핸드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런데 그 순간 먼지의 폭풍 사이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
침묵..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그녀는 침묵했다. 꿈인가? 환각이라도 보고 있는 건가? 라는 의문을 갖기도 했다. 허나 눈앞의 광경은 절망적일 만큼 잔혹한 현실이었다.
"저, 저게... 뭐야 빠, 빨리 전화를.."
콰직!
거대한 무언가가 그녀의 차 문을 잡아 뜯자 나름 튼튼하게 만들어진 그녀의 자동차의 차문은 종잇장처럼 찢겨져 나갔다. 그 모습에 그녀는 놀란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아!"
"어이 어이 그렇게 소리 지르지 말라고 공주"
문을 찢고 들어온 남자는 거대했다. 엄청 거대했다. 손도 얼굴도 크기도 다 거대했다. 그는 거대한 몸에 낡아 보이는 천만 두르고 있었다. 얼굴 까지 깊게 눌러쓴 천 덕분에 얼굴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소율은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 그를 보며 섬뜩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누, 누구세요..."
"음? 아 뭐 날 모르는 건 당연한가 하지만 공주 이쪽은 지금 설명할 틈이 없거든? 그러니까 따라와 줘야 겠어"
그의 목소리에 소율은 온 몸을 떨었다. 실신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온 몸을 떨던 그녀를 본 남자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편히 자고 있으라고 눈을 뜨면 이미 도착해 있을 테니까"
"화... 환아"
그녀는 그대로 잠들었다. 온 몸이 추욱 쳐진 그녀의 몸을 안아든 남자는 날개를 펼쳤다.
"돌아갈까"
그는 그대로 달이 비추는 방향으로 날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라졌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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