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사유의 기호

in #kr7 years ago (edited)

당신은 왜 시(詩)를 쓰는지 아는가?
(써놓고 보니 '시'의 한자가 참 예뻐보인다)

라는 랭보의 문장에 빗대어

당신은 왜 건축을 하는지 아는가. 에 대한 승효상의 사유를 20세기의 건축물 십여개를 통해 설명한다. 참 어려운 이야기다. 생각해보면 대학교 2학년때 (아무것도 아는게 없을 때) 서양건축사 교수님께서 건축의 공시성과 통시성, 형태의 복합성, 도시의 건축.. 이런 어마어마한 주제로 레포트를 써오라고 하셨을 때 척척 잘도 써나갔다......-.- 무식의 자신감.

아무튼 생각이 많아질 수록 함부로 입밖으로 내뱉기도 어렵고 글로 쓰기는 더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이제서야 경계 밖의 한 사람으로서, 동경할 수 있는 위치에서야 애정어린 시선으로 건축을 바라볼 수 있게 된 나는, 독후감을 쓰기가 매우 어렵다..핑계

우선 지난 두번의 유럽 여행동안 가기전에 이 책을 꼭 읽어보고 가야겠다! 했는데, 결국 못읽고 간게 진짜 아쉽다. 네이버,구글 긁어서 여러 자료를 짜집기 했지만, 이런 깊은 통찰은 책이 아니고서야..(이럴 때 정말 인터넷이 전부가 아니라는걸 깨닫는다) 로스하우스, 베를린 필하모니 홀, 베를린 국립미술관 신관, 퐁피두센터,구엘공원, 뢰머광장. 승효상이 고른 16개의 20세기 불멸의 건축물 중에 내가 가봤던 곳들인데 나는 왜 발톱의 때만큼의 비슷한 사유도 하지 못했을까 하는 ㅠ

'그 시대에 그 예술을, 그 예술에 그 자유를' 을 파악하지 못하고 왔음!

그래서 다시가야하는 것이다..-.- '아는만큼 보인다'라는 말에서 '아는 것'은 위키피디아가 알려주는 '아는 것'이 아니라 심사숙고를 통하여 마음이 아는 것인 것이여..

책을 읽으면서 여기 나온 건축물들을 다 보고 싶다!! 라는 생각보다는 갔었던 곳을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나라도 제대로 보고 감동받고 싶다는 생각.

어떤 구조물, 건축적 구조물에서 용도가 사라졌을 때 존재의 의미가 없다면 그것은 건물이다. 그러나 용도가 사라졌더라도 존재의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건축이다.
-서현, 건축을 묻다

건물 밖에서
오~ 빡시게 지었는데? 하는 감상보다
건물안에 들어갔을 때
여긴 좀 화난 느낌인데? 하는 구체적인 감정을 가져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명해서 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간 구경했던 건물들 중에 살기위한 기계가 아닌 예술혼이 느껴지는, 보자마자 전율했던 건축을 소개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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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아씨씨 성프란체스코 성당
건축 자체가 평화의 기도를 읊조리고있는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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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성베드로 성당, 광장

나는 이 성당이 좋기도하고 싫기도 했다.
아름다운건 인정. 근데 다른 성당들 기죽이는 스케일도 그렇고.. 높은 천장에서 공기의 무게가 느껴지고 그게 또 차갑고..
종교에 대해 말을 시작하면 끝도 없겠지만 진짜 면죄부 허벌나게 파셨군여 하는 느낌은 지울수가 없었다. 그래도 왜 유럽여행의 종착지가 로마여야하는지 이 성당을 보고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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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 로스하우스
'장식은 범죄다'
눈썹 없는 건물, 맨홀뚜껑 같은 건물이라 악평을 받은 장식의 시대의 반항적 건물.
레이스 치장이 잔뜩 달닌 드레스같은 빈의 건물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시크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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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
유럽의 고딕 성당에 압도된 채로 그라나다까지 거슬러 내려와 안달루시아의 이슬람 문명의 소박한 듯 화려한 문양을 보면 내유외강이 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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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아야소피아
나는 이 양파돔(or구아바돔)을 소름끼치게 사랑한다.
스페인 코르도바의 메스키타만큼이나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의 짬뽕을 아름답게 구현해낸다.
아야 소피아는 비행기에서 보고 숨이 막혔다.

독실한 기독교도인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축조
하고 유스티니아누스 대제가 불탄것을 재건한
중세를 대표하는 비잔틴 건축!
내진설계가 되있어서 터키에서 지진나면 무조건 이리로도망가라는 말도있다ㅋㅋㅋ
오스만투르크에게 점령당해 이슬람사원으로 사용, 모자이크 벽화를 전부 떼버리고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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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아그라 타지마할
다른 이슬람 묘처럼 묘가 중간에 있다.
야무나강이 하나의 수로가 되고 그 수로가 타지마할 밑을 흐른다
정원은 원래 숲과 꽃나무였는데 19세기 영국통치때 모두 잔디로 바뀌었고
전부다 흰색은 건물은 왕=성인 이라는 신성을 강조한다.
타지마할은 건물전체가 대리석 상감으로 되어있고 주변에는 코란의 경구가 오닉스로 상감되어있다

건축 설계라는 일은 끊임없이 다른 사물과 만나는 작업이다. 새로운 설계를 할 때마다 다른 땅과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 당연히 새로 짓는 집은 새로워야 함에도 우리의 도시에는 얼마나 낡은 정신으로 짓는 집이 많은가. 가진 재산을 다 동원하여 보다 새롭고 행복한 삶을 꿈꾸는 이들에 대해, 건축가가 더욱 새롭고 행복한 꿈을 꾸지 않으면 그 집은 죽은 집이며 그는 그들을 배반한 꼴이 된다. 그럼에도 가끔 건축하는 일이 고단하여 나의 게으름과 비겁함을 내가 용서하고 있을 때, 랭보는 항상 나를 향해 묻는다. '당신은 건축을 왜 하는지 아는가'

건축은 중력과의 싸움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내부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벽을 쌓고 지붕을 올리는 일은 다름 아닌 중력에 대한 저항인 것이다.

좋은 건축은 좋은 삶을 만들지만 나쁜 건축은 나쁜 삶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좋고 나쁨이 화려함과 초라함에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화려한 건축 속에서는 삶의 진실이 가려져 허황되고 거짓스러운 삶이 만들어지기 십상이며 초라한 건축에서 바르고 올곧은 심성이 길러지기가 더 쉽다. 비록 그 건축의 효과가 즉각적이지 않아 우리가 느끼기에 더딜 뿐이지 건축은 우리의 인격체를 완성하는 데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승효상, 건축 사유의 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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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대한 사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거예요
은영님이 올려주신 곳들 중
아씨씨의 성프란체스코 성당에 가보고 싶어요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은 기분^-^

은영님...지금 횡단열차에 탑승 중이신가요?
요즘 소식을 알 수 없어 궁금하고
잘 지내고 계신지 걱정됩니다.
매일 올라오던 은영님의 글을 새벽에 졸린 눈 비비며 읽는 재미가 사라져서...
우울하려고 해요..
언제쯤 은영님 소식이 들려오려나
오늘도 기다리다 갑니다...
여행 중이시라면..
부디 몸 건강히 안전한 여행이 되시길 바라요!
기다릴게요!!

아야소피아 저도 좋아합니다. 웅장한 건축물에는 진짜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어요.

가봤던 아씨시라 너무 반갑기도 하네요. 정말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로는 많이 부족한거 같더라구요. 나만의 뭔가를 만드는것도 여행이니 다음엔 더 좋은 여행이 되겠죠^^ 인도 타지마할은 가보고싶은 곳중 하나인데 결혼하고나니 쉽사리 가지지가 않는듯해요.
스페인 사진 너무 이뻐요!!!!

십몇년전 르꼬르뷔지에의 발자취를 따라 유럽을 돌아다닐때가 생각나네요. 저도 은영님처럼 노트 들고다니며 빌라사보이나 롱샹성당을 그렸더랬죠. 그 스케치가 중요한게 아니고 그곳을 보며 느낀 저의 감정을 남겼어야했는데 말이죠. 이제는 시간이 오래지나 어렴풋이 느낌만 남아있네요 ^^

"당연히 새로 짓는 집은 새로워야 함에도 우리의 도시에는 얼마나 낡은 정신으로 짓는 집이 많은가. 가진 재산을 다 동원하여 보다 새롭고 행복한 삶을 꿈꾸는 이들에 대해, 건축가가 더욱 새롭고 행복한 꿈을 꾸지 않으면 그 집은 죽은 집이며 그는 그들을 배반한 꼴이 된다. "

와 명문장이에요-
오늘 다이어리에 적을 글귀가 여기 있네요 :)
너무나 아름다운 건물을 보면 그 웅장함에 말문이 막힐때가 있죠..
남미여행중에 봤던 성당들이 그랬던 것 같네요

건설사에서 8년간 일하고 있지만 아직도 건축을 모르겠습니다.-ㅅ-;;;
10,000시간의 법칙 누구야 나와봐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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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과 건축에 대한 차이점 설명이 인상적이네요. 物과 築을 차이가 그렇게 크다니.. 築은 또 畜(기름)이고 蓄(쌓아나감)인가 보네요. 즉 무생물에 사람의 온기/靈/spirit가 길러지고 쌓여지는 영원한 과정(process)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