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정성스런 댓글과 비판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우선 세계의 실물경제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데 동의합니다. 지난 한 해 필립스곡선이 실종됐다는 비판으로부터 중앙은행의 능력에 의심이 제기되긴 했지만, 최근 경제상황을 보면 성장과 물가에 모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도 같고요. 유럽도 미국도 황금기를 향해 가고 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죠. 말씀하신 대로 실물경제의 안정적 성장이 뒷받침된 상황에서, 높은 수준의 부채를 축소하려는 노력이 있다면(부채해소의 성장전략) 세계경제는 훨씬 더 건전해질 것입니다.
미국경제만 보면 이미 경기확장기가 100개월을 초과하면서 역사상 세 번째 긴 경기확장기를 지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흐름은 분명히 견고해보이긴 하지만, 문제는 이게 얼마나 지속될지 여부입니다. 경기사이클을 짚어내는 것은 어느 정도 추정의 영역이지만, BoA와 메릴린치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기순환이 후기국면(late cycle)에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70%였습니다. 점차 인플레이션이 오를테고 지금까지 팽창한 신용을 긴축하고, 금리를 올리려는 국면이 오겠죠. 호황은 영원하지 않으니 조정은 당연한 것이지만, 문제는 금리를 올리고 대차대조표 규모를 축소하려는 시도가 '현재의 과다부채 경제'에서 안정적이라는 게 입증된 바가 없다는 점입니다.
결국 제가 이 글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현재 세계경제는 장기간의 통화정책에 의해 신용과 관련된 잠재적인 취약성들이 많이 축적됐다는 거였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학자들은 금융사이클이 실물순환을 판단하기 위한 부수적인 것이 아니라, 고유한 내생적인 driver를 갖고 있는 거시경제 사이클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실물경제와 무관히 확장되는 경우 금융불균형을 심화할 수 있다는 데 대체적인 합의가 있고요. 그런데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레버리지는 더 커졌고, 금융-실물 순환 간 격차는 더 확대됐습니다. 여건이 갖춰지면 급격하게 늘어났던 신용을 줄이면서 금융사이클도 확장국면으로 접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금융사이클과 실물사이클의 상호작용에 관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실물사이클의 수축시점과 금융사이클 수축기가 서로 일치하는 시기에 경기하강의 폭과 지속기간이 매우 크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우려하는 상황이 바로 이 상황입니다. 그리고 만일 문제가 생긴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소 디레버리징이 진행된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중국이나 캐나다 또는 신흥국가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도 제 사견일뿐이니 이런 의견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주시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