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에 직장 그만둔 여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집안의 잔소리를 견디는 것 밖에 없었어요 ㅠㅠ
일단은 술로 사고를 쳐서 그런지
다른 직장에 덜컥 들어가는 게 겁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당분간은 쉬기로 작정했습니다.
"왜 회사 안나가?"
"관뒀슈"
"뭐래.. 뭘 관둬? 그런 걸 니 맘대로 막 관둬? !!!! ㅉ#$$#$%#$"
나의 바깥생활에 크게 터치하지 않는 부모님이셨지만
상의도 한마디 없이 그만뒀다고 얼마나 화를 내시는지...;;
하지만
"내가 어떤 심정으로 다녔는지 아무도 몰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물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이래?
어땠는지나 알아? !!ㅠㅠ"
를 시전하니 뭔가... 사고스럽게 일이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 우시고... 아버지 술 드시고...
아니.. 그럴 일 까진 아닌데.. ;;;;
이건 아니다 싶었던 나는
"전 공부를 좀 더 해야할 것 같아요.
기다려보세요 뭔가(?)를 합격해보일게요"
라며 그럴 듯하게 이야기하고 절밥을 먹기로 결심했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비구니 스님께
며칠만 같이 있자고 부탁한 후 절에서 일주일을 지냈습니다.
절밥이 그렇게 맛있는지 첨 알았어요~! @ㅡ@
너처럼 절이 어울리는 여자는 첨 봤다며
같이 머리 밀어보지 않겠냐는 스님의 제안을 뿌리치고
일주일 만에 나는 계룡산으로 입산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계룡산 어디어디 구석쯤에
내 몸 누이면, 밥 주고 잠 재워주면서 간간이 일 시키는 곳이 있다길래
물어물어 찾아가니... 매달 돈을 달라더군요.. ㅠㅠ (일도 시킨다면서... 쳇)
그렇게 나는 이 책, 저 책 뭔지도 모르는 합격보장서적들을 품에 안고서
절도 아니고... 수도원도 아니고... 기도원도 아니고... 고시원도 아닌
정체불명의 숙소로 그렇게 방글방글 웃으며 떠났습니다.
(지나니 웃음이 나네요 유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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