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은 독점작이 필요해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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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 게임 시장에서 독점작이란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다. 보통 게임은 대부분의 기종으로 나오지만 몇몇 게임은 오로지 특정한 기기에서만 나오기 때문에 그 게임을 즐기려면 그 기기를 사야만 한다. 그리고 그 기기를 산 사람은 결국 그 기기로 발매되는 다른 게임들도 사면서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게 된다.

예를 들자면, 역사상 최고의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젤다의 전설:야생의 숨결, 혹은 슈퍼마리오 오딧세이 이 두가지는 스위치라는 기기로만 나온다. 기기의 성능도 딸리고 나오는 소프트웨어가 엄청 많은 것도 아니지만 단지 저 두 개의 게임을 하기 위해 기기를 구입한 사람들이 많고 그렇게 기기가 보급이 되자 수많은 게임이 다시 스위치로 발매가 되며 거대한 스위치 생태계를 구축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스위치라는 게임기의 가치가 폭락할 일이 별로 없다.

다른 예로 XBOX가 있다. 이 엑스박스는 북미 이외 지역에서는 실패한 게임기라고 비웃음을 당하지만 여전히 기계가 팔리고 있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포르자 호라이즌이라고 하는 독점작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플레이 애니웨어라는 기능으로 PC에서도 즐길 수 있지만 버그나 튕김 등등 불편하기 때문에 엑박을 구매하는 사람도 있다. 나처럼 말이다.)

어쨌거나 뭐든지 이 독점작이라는 의미는 대단히 중요하다. 다른 것들과 차별성을 갖게 만들어주며 보유가치를 올려주기 때문이다. 그 독점적 가치로 인해 최소한의 가치가 유지되고 사람들로 하여금 소유욕을 발생시킨다.

안타깝게도 스팀은 그런 점에서 독점성이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오로지 스팀만으로 가질 수 있는 가치가 뭐가 있을까? 오로지 스팀을 소유함으로써 얻는 이득은 날마다 만들어지는 스팀을 더 얻을 권리를 갖는다는 것뿐인데, 이건 그야말로 김선달이 대동강 물 팔아먹는다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

안타까운 예를 들어보겠다. 내가 반년 더 전 즈음에 어뷰징 하는 사람들과 싸운 것을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당시에는 스팀 가격이 지금과 같지 않았다. 정확한 가격은 기억 나지 않지만 예를 드는 것이니 8,000원이라고 해 보자.

당시 어뷰징을 위해 스파를 구입한 분들을 몇 알고 있다. 스팀잇 더럽다고 떠나겠다고 하면서도 어느 순간 파워다운을 중지하고 여전히 수만 스파를 보유하고 있을지도 모를 누군가의 수익률을 따져보자.

예를 들기 위한 것이니 특정인을 지칭하지는 않겠다. 그냥 5만 스파라고 해 보자. 그는 5만스파를 8,000원에 구매했다. 즉, 4억원 어치를 구매한 것이다. 그리고 열심히 어뷰징을 하고, 어느 순간 그것도 귀찮은 걸 깨닫고는 좀 더 욕도 안 먹고 어느 정도 용인이 되는 임대를 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가 반년 조금 넘게 번 것은 무려 10%! 현재 그의 스파는 55,000이 되었다. 반년 더 있으면 그는 무려 연간 20%라는 어마어마한 수익률(오로지 스팀 갯수로만 따졌을 때)을 달성하게 된다.

자, 그러면 그가 가진 스팀의 환산 가치는 얼마일까. 무려 4억을 주고 산 스팀이 10% 늘어났으니 4억 4천이 되었어야 한다. 하지만 매우 안타깝게도 그의 환산가치는 현재 5천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차라리 그 돈으로 부동산을 사서 월세를 줬으면 적어도 돈을 까먹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여기에 바로 스팀의 딜레마가 있다. 스팀을 수익률에 근거해서 구매를 추천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스팀갯수’가 늘어나는 것만 따진다. 정작 그 스팀의 상대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모르는 채 말이다. 불과 1년도 안 되서 1만원 하던 스팀이 1천원 아래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의 기준으로만 연간 수익률이 20%니 뭐니 하는게 얼마나 공허한 셈법이란 말인가.

스팀 시장은 매우 작다. 대부분 거대 거래소 몇 군데에서 거래가 되는데 하루 거래량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다. 거래량이 날마다 수백억, 수천억씩 하면 모르겠으나 수천, 수억 정도라면 불과 몇 천 개 거래만으로도 시세가 들쭉날쭉 한다.

소수면 큰 문제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위처럼, 꾸준히 생성되는 스팀을 ‘팔아서’ 현금화 시키는 사람들이 많다면 어떻게 될까. 그게 바로 지금의 스팀 가격이 바닥을 기는 이유다.

부동산 거래는 많지가 않다. 너도나도 내다 판다면 부동산도 반토막 열토막 날 수 있다. 하지만 파는 사람도 적고 사는 사람도 적다. 대부분의 사람은 부동산을 ‘가치 저장’용도로 사용하며, 부동산의 독점적 지위는 한정된 지구상에서 독보적이다.

스팀은 어떤가. 누구라도 스팀을 보유하고 싶어질까? 스팀의 독점적 가치는 새로 나오는 스팀을 더 얻을 수 있다는 것 밖에 없는데, 결국 스팀 가격 자체가 떨어지면 스팀 갯수가 1년에 100%가 늘어나든 200%가 늘어나든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가장 큰 문제는 거대한 스파를 가지고 거대한 스팀을 갖는 사람들이 꾸준히 파는 행위이다. 사실 이런 행위의 딜레마는 그런 행위를 한 본인들이 얼마 안 가서 깨닫게 된다. 가령 누군가 100억원어치의 스파를 사서 날마다 7000개씩의 스팀을 꽁으로 받는다고 해 보자. 완전 남는 장사 같고 빌딩보다 더 수익률이 좋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스팀을 모조리 내다 파는 순간 며칠 안가서 끔찍한 현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100억 주고 산 자신의 전체 스팀 가치가 순식간에 반토막, 열토막 나게 되는 걸 발견하는 거다. 결국 그 때야 깨닫게 된다. ‘스팀을 저장가치로 보유하고 그 가격이 꾸준히 유지될 때만 의미가 있음’을. 어마어마한 유동성과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다 공허한 계산이다.

결국 스팀의 값이 얼마든지 간에 스팀을 ‘팔지 않고 안정적으로 보유하게 만드는 이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이점에 단순히 ‘많이 가지고 있을 수록 더 많은 스팀을 갖게 된다’는 것은 자전 거래 같은 거다. 스팀 가격 자체가 꼴아박는데 스팀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뜬 그게 무슨 이득이 되겠는가.

때문에 그런 유인책이 성립하려면 스팀을 파는 사람이 많지 않아야 하고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한 것이다.

사실 그런 점에서 다른 마노 코인들도 비슷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코인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코인 가치가 오른다. 그러니 너도나도 코인을 사게 되고 코인 값이 오를 것이다.... 이런 이유로 작년 코인 붐에 여럿 마노코인이 반짝 했고 짭퉁 마노코인들이 줄줄이 나왔다.

하지만 붐이 꺼지면서 다 주저앉았다. 독점 가치가 없는데 코인이 1억 개든 1000억 개든 그게 무슨 가치가 있는가. 그저 키보드로 0 몇 개 더 붙인 것에 불과한데...

스팀은 어떤가? 비록 스팀잇이라는 앱이 있고 그 앱의 가치에 어느 정도 독보성이 있는 것도 맞지만 경제적으로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스팀을 사서 많이 보유할 수록 더 많은 갯수에 있어서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역시 너무나 어설픈 유인책이다.

스팀이 필요한 것은 스팀을 팔지 않게 만들 가치, 스팀을 보유하게 할 가치, 스팀을 팔아서 현금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아무 번거로움 없이 다른 많은 것과 교환될 가치, 그리고 더 나아가 현금을 팔아서 오히려 스팀을 사게 만드는 가치가 필요하다. 그런 독점성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독점성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사실 원조 히트를 친 놈이 하나 있다. 바로 이더리움이다. 이더리움은 ICO라는 독점상품으로 히트를 쳤다. 새로운 코인들이 너도나도 이더로 ICO를 받으니 이더 가격이 오르고, 그 가격 상승은 다른 코인들도 펌핑시키며 작년 5-6월의 상승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ICO는 그리 매력적인 독점작은 아니다. ICO가 끝이 나자 고대로 부메랑이 되어 이더 가격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ICO를 받을 때는 오르지만, 그 ICO가 끝이 나고 코인을 파는 시점에서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더 ICO는 언젠가 다시 현금으로 바꾸기 위한 가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ICO는 내가 볼 때 그리 좋은 독점작이 아니다. 당장은 올라도 나중에 다시 내려야 한다니, 그저 빚이 아닌가?

여기서 뻔한 클리셰가 등장한다. 내가 생각하는 스팀의 독점작은 바로 커뮤니티와 SMT다. 물론 SMT가 ICO로 사용되는 걸 기대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지만, 위에 설명했듯 내 생각에 ICO는 빚이다. 스팀을 팔지 않고 보유할 매력이 없다면 그렇게 ICO로 모집된 스팀은 다시 시장에 쏟아지며 스팀의 가격을 폭락시킬 것이다.

그렇다면 이게 어떻게 독점이 될 수 있냐고? 바로 SMT의 ‘M', 즉 그 미디어가 갖는 힘이 독점이 될 수 있다.

가령 방탄소년단 커뮤니티를 만들고 거기서 만든 토큰을 방탄소년단토큰, 일명 BTS토큰이라고 해 보자. (비트 쉐어 아님) 그 커뮤니티는 아미들이 활동을 하며 활동지수가 높은 사람은 BTS를 많이 받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상품이 등장한다. 그 BTS를 많이 보유한 사람은 방탄 커뮤니티에 크게 기여한 사람으로서 일정 토큰 이상을 가진 회원은 BTS와의 VIP팬 미팅에 초청되는 것이다! 이 초대권은 현금으로는 살 수 없고 오로지 BTS토큰으로만 가능하다. 그리고 이 BTS토큰은 스팀으로만 구매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마치 콘서트 암표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처럼 스팀도 BTS도 치솟게 된다.

다른 용도도 있다. 독점작, 즉, 소설이나 만화나 그림 같은 것 역시 현금이 아닌 오로지 스팀과 그 토큰으로만 구매할 수 있게 하는 거다. 그렇게 되면 역시 현금을 팔아서 스팀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지금도 수많은 커뮤니티는 자체 포인트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포인트라는 게 그그실 사건처럼 조작도 가능하고 현금 가치라는 것도 없고 별 쓸모가 없는게 대부분이다.

이걸 블록체인으로 가치를 부여하고, 특히나 구분되는 독점 가치를 만드는 순간 스팀을 파는 사람보다는 스팀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코인도 가능한 ICO나 은행저금보다 나은 코인갯수증가율 같은 게 아니다. 진정 가치가 있고 구분되는 독점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수천에 이르는 다른 코인과 구별되고 경쟁력을 가지고 너도나도 스팀을 사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내가 커뮤니티와 SMT를 기다리는 이유이다. 물론 기축통화로서 가치를 지니는 것도 유망해보지만, 사실 기축이라는 건 언제든 자리를 내 줄 수 있는 게 아닌가? 도전도 많을 것이고. 그러니 제일 중요한 건 독점이다. 오로지 스팀으로만 살 수 있는 것. 때문에 스팀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보증되는 것. 그런게 필요하다. "스팀이 많으면 더 많은 스팀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같은 거 말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SMT로 수많은 독점 앱이 나오고 대박을 치되 그들이 오로지 스팀에서만 돌아가는 독점작이 나온다면 그제야 비로소 스팀은 구분되는 코인으로서 독보적이고 압도적인 지위를 갖게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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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만이 가질 수 있는 독점작을 기다려 봅니다.

사실 스팀잇에 올라오는 글들 대부분이 독점작이긴 하죠.
다른 곳에 올리지만 않으면 말이죠. ㅎㅎ
문제는 다른 곳의 독자를 이 곳으로 끌고 올 영향력이 없다는 것 뿐...;;;;
가입 안해도 읽어지는 것도 그렇고...

스팀 블록체인에 과연 어떤 것들이 올라오게 될지...

제생각에도 스팀잇은 아닐 듯 하네요. ^^

외부유입문제는 정말 심각한 수준이죠. 완전히 고립된느낌이에요.
팔로할게요. @dakfn님!

맞팔했습니다 ^^

생산된 만큼 팔고, 파는 만큼 떨어지고...
SNS 스팀잇이 높은 수준의 보상을 유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네요
어서 SMT가 와야...


찾아보니까 저도 bts코인 관련해서 글을 썼었네요 ㅋㅋ
dakfn님도 댓글을 달아주셨고 ㅋㅋㅋ

찌찌뽕

그 독점적인 앱이 굳이 현금이 아닌 스팀으로만 구매하게 만드는 뭔가 동기부여가 있을까요? 그냥 현질해서 구매하게 하는 게 그걸 만드는 이들에게 더 이익이 된다면 말이죠. 결국 스팀을 다량으로 보유하는 사람들이 스팀으로만 거래가능하게끔 그런 앱 개발등을 지원해주는 것이 자기 이익에도 부합하는 행동 아닐지 혼자 생각해 봅니다~ 재탕이라도 좋으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써주시기 바랍니다 ㅋㅋ 가즈앗!!!

으음. ㅇ_ㅇ 그런게 필요하다 그말이군요. 알겠습니다. ㅋㅋㅋ

킬러컨텐츠도 필요하고...
제 생각에는 스팀잇이 지금보다 빠르거나 접근성이 좋기만 했어도 훨씬 인기가 많았을텐데...

컨텐츠와 하드웨어 둘 다 잘 안되고 있는게 현실인것 같네요ㄷㄷㄷ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중에서 대박이 나와야 할텐데요. 일단 프로젝트가 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역시 차별화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주 중요한 포인트지요ㅎㅎ

제가 메이벅스에서 글을 쓰며 토큰을 받고 있는데
'해당 토큰을 지속적으로 보유하는 메리트'에 대해
생각하면서 읽으니 와닿네요

유인 될 수 있는 요소가 '글쓰면 보상을 준다'
라는 페러디임에서 벋어나지 않으면...

잘 보고 갑니다.

좋은 지적이십니다. 아직은 스팀을 보유할 이유가 많이 없어 보이죠...글은 어차피 구글 검색으로도 읽을 수 있고, 스팀 갯수가 아니라 달러나 비트기준 수익률은 처참하니까요.

지극히, 맞는 말이네요. 스팀 갯수 20퍼센트씩 확보해봤자 지속해서 하락하니 참 의미없는 셈법이고 그렇네요

좋은 관점의 글이네요.
이상하게 땡글은 스팀 채굴에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은.. ㅎㅎ

제가 연재중인 소설과 기타 시리즈들은 오직 스팀잇에서만 읽을 수 있습니다. ^^ 그리고 오직 스팀잇에서만 제게 응원을 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저는 무명작가라 독자들을 델꼬오지 못합니다. ㅠㅠ 아~~ 왠지 마무리가 슬프네...

네이버나 구글에서 검색되지 않나요?

인기가 없어서인지 일반 검색어로는 검색이 안 되더군요. ㅎㅎㅎㅎㅎ 제목을 전부 다 치면 검색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