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

in #kr7 years ago (edited)
  1. 오늘처럼, 간혹 노가다를 할 때가 있다. 돈 없던 젊은 시절에는 일당 몇푼이 아쉬워서 나갈 때도 있었지만 나이를 먹고 나서는 친한 사람의 이사라던가 리모델링 같은, 남을 쓰면 큰 돈 들어갈 것에 대해 직접 하면 얼마 안 드는, 대신 육체적으로는 매우 고된 일을 자주 한다. 다른 게 고생이 아니다. 자재를 하나하나 나르는 것부터, 그 나른 것들을 다시 쓰임에 맞게 또 들어 올리고 끼워 맞추고 때려 부수고 하는 것도 고된 일이다.

  2. 어려서는 노가다가 너무 싫었다. 농부의 아들이었으니 농사일도 싫었다. 육체노동을 하며 사느니 죽는게 낫지 않나 싶을 정도로 싫었다. 나이를 먹으니 좀 달라졌다. 나 같은 경우 밖에 나갈 일이 거의 없는 사람인지라 몸이 찌뿌둥한데, 그렇게 오랜만에 몸을 쓰는 일을 하면 다 죽어가던 몸이 살아나는 느낌이랄까. 전처럼 거부감이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그렇게 땀을 흠뻑 흘리며, 육체미를 만들기 위한 운동이 아닌 고된 노동을 한 후에는 왠지 모를 보람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3. 거의 15년이 다 되어가는 옛날에 들은 말이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노가다는 매우 천대받는 직업이었다. 그런데 한 교수님이 말씀하시기를, 시간이 흐를 수록 노가다를 하는 사람은 줄어들기 때문에 노가다하는 사람이 교수보다 돈을 더 잘 벌 것이라는 말을 하셨다. 그럴싸하고 생각이 되면서도 과연 그럴까 싶었다. 그런데 요즘은 정말 그렇게 됐다. 일반적으로 노가다를 천대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하려는 사람도 없고, 특히 기술자는 더더욱 줄어들어서 숙련공은 대기업 임원이 부럽지 않은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또한 노가다라는 것이 그저 하기 싫은데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라, 물론 돈도 많이 벌어서 그렇겠으나 오랜 삶의 기간동안 숙련이 되도록 잘하게 되자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즐기는 분들도 많이 보았다. 그런 분들은 공구를 들고 연장질을 하는 자체가 마치 어린아이가 레고를 가지고 노는 것처럼 즐기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4. 요즘 같은 시대에 남자는 어떻다 하는 말이 우스울지 모르겠으나, 역시 남자는 몸을 쓰는, 힘을 쓰는 일을 할 때 내가 이래서 남자로 태어났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거칠고 위험하고 험하고 고된 일인데도 하고 나면 보람도 느껴지고 약간의 재미도 느끼게 된다. 내가 나이를 먹은건지, 아니면 세상이 변한건지 모르겠다. 이제 노가다라는 말은 나에게는 어떠한 신성함까지 느껴지는 단어처럼 되었다. 물론 일당을 위해 추운 겨울에 매일 같이 나가야 하는 분들에게는 겨우 며칠 노가다하고 이런 감상을 주절거리는 것이 조롱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노가다가 없으면 세상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노가다는 남성에게 신성한 직업윤리를 깨우쳐주는 고귀한 노동행위임에 틀림 없다. 추운 날 고생하는 모든 노가다 인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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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쪽의 일을 하고 있지만 잠시 스트레스 없는 일을 해보려 노가다를 해본적이 있습니다. 몸은 힘들고 여가 시간을 만드는게 어렵지만 일이 끝나면 일에대한 스트레스가 없는게 제일 좋은거 같습니다.

몸이 힘든게 마음이 힘든것보다는 낫겠지요. 몸 힘든건 익숙해지지만 마음 힘든건 매 순간이 고통이니...

very interesting post...
thanks for sharing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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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nice to meet you

대학생 때 돈을 벌기 위해 노가다를 나갔었죠.. 노가다를 가서 느낀점은 육체의 힘듦보다 같이 일하시는 분들과 대화하면서 느꼈던 저의 무능함입니다.
그 분들은 저보다 절대 부족하지 않으며 점심시간에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이 세상을 움직이는 일원으로서 삶의 지혜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젊은 나이에는 어떤 일을 하던 배울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dakfn님께서도 더욱 성장하시길..

넵. 감사합니다.
살면서 참 배울게 많습니다.
죽기 전까지 계속 배워야겠죠.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은 정말 밖에서 일하시는 분들 힘들겁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래도 직업으로 매일 하는 분들에게는 일이 없는 게 가장 고통일 겁니다.

좋은 말씀이네요 ^^
노동의 가치 ㅎㅎ 정말 이 추운날 일하시는분들 존경스럽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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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노동은 숭고합니다.

맞습니다. 요즘 숙련된 인부 한명의 인건비가 상당하더라구요 'ㅁ'!

기술자들이 드디어 걸맞는 대우를 받는 거죠.

요즘 노가다 판에도 한국인들이 거의 없더라구요. 여기도 중국인들이...

시대가 글로벌하다 보니...

육체노동만의 맛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시간 날때, 가끔식 대리 운전을 뛰곤 합니다 ㅎㅎ

투잡 굿!

어떤 노동이든 모두 가치있겠지만
소위 '노가다'라는 현장직에서 근무하고 계신분들의 소중함은
직업의 귀천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선진국일수록 힘든일 하는 분들이 대접을 받지요.
한국은 전통적인 유교사상 때문인지 너무 위아래 나누는게 많은 것 같습니다.

와, 그 교수님 대단하셔요 ㅎ
지금 노가다 임금 무시 못해요 ㅎ

그 때는 IT 기술자가 희소해서 전문가 대우를 받았지만
요즘은 노가다가 희소해서 전문가 대우를 받죠.

저는 몸을 써야 정신이 맑아지고 오히려 생각하는 일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몸을 쓰면 확실히 물리적인 힘이 느껴지니까 뭔가 했다, 라는 의식이 더 명확해져서 보람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글 쓰는데 최고의 활력제는, 그래서 산책입니다.

추운 날 고생하는 모든 노가다 인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물론 직업에 차별을 두면 안되겠지만
해당 글을 읽다보면
이 글에 동의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겠더군요

잘 보고 가요

하루 노가다 갔는데 온몸이 알이 배겨서 3일째 풀고 있네요 언제쯤풀릴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