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간호]아이파크 콘도에서 학생들 구출하기, 고성 산불

in #kr6 years ago (edited)

백미러에 보이는 뭉개짐이, 화재 연기로 앞이 안 보이는 그런, 어젯밤 상황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제(2019년 4월 4일) 우리 간호학과에서는 신입생, 학생회 임원 그리고 교수들이 함께 고성에 있는 아이파크 콘도로 MT를 갔습니다. 저는 동해대로 따라 여행이 처음이라 여기저기 들르며 강릉에서 고성으로 갔습니다. 가는 길에 바람이 심하게 불어, 강릉 위지역은 바람이 많이 부는 구나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바람 세기가 더 거칠어져 몸을 가누기가 어려울 정도였고, 길가에 신호등 지지대가 휘청거렸고, 바람에 소나무 가지들이 날아다니며 달리는 차와 부딪혀 굉장히 위험하다고 느끼며 운전하였습니다.

고성 아이파크에 도착해서 참여한 모든 이들이 식사를 하고, 전체 모임을 가지기 전, 교수님들끼리 모여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주로 거론되었는 내용은 강한 바람이었습니다.

오늘 강하게 바람이 분다. 밤에 운전해서 가는 것은 위험하니 아침에 가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유리창이 깨질 것 같다. 여기서 자는 것보다 오늘 출발하는 것이 낫겠다.

바람이 너무 강해서 창문으로 눈이 자주 갈 수 밖에 없었는데, 한 교수님이, "누가 이 바람에 불꽃놀이를 하네!" 이 말 한마디에 전부 창으로 눈을 향했습니다. 불꽃놀이가 아니라 전선이 부딪히면서 나는 전기스파크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 불이 산불로 번지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한 교수님은 바로 안내로 전화해서 산불이 발생했음을 알리고, 다른 교수님은 학생들 모두 짐정리해서 1층 로비로 집합하게 하였습니다. 지하에 차를 주차하였던 차들은 모두 지상으로 올리게 하였습니다. 이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길어도 10분이 안 되었습니다.

모든 학생과 교수들이 로비에 집합하고, 학생을 싣고 왔던 버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불꽃들이 튀면서 나뭇가지들이 날아오고 주변은 순식간에 연기로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지리를 모르는 우리는 멀리서 보였던 불빛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었는데, 강한 바람을 타고 불길이 순식간에 덮친 것입니다.

기다리면 안 될 것 같아, 학생들을 태우고 산에서 내려가기로 하였습니다. 사실 무서웠습니다. 초행이라 길도 모르고, 눈앞에 어떤 상황이 대기하고 있는지 모르니 공포는 더 가중됩니다. 그러나 누군가 내려가서 상황을 확인하지 않으면, 혹은 이 상황을 알리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상황이기도 하였습니다. 부들부들 떠는 학생들을 뒷자리에, 옆자리에 태우고, 처음 내려오는 길은 무슨 정신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차 주변으로는 잔가지들이 타고 연기가 가득하여 앞은 안 보이고.... 집중하고 천천히 운전하다 보니 어느 한 지점을 통과한 후부터는 불길이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뒤에 남은 교수님들께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고 내려오시라고 연락을 하는데, 연락이 쉽지 않았습니다. 다들 전화로 상황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먼저 태우고 내려온 학생들을 경찰들이 길 통제를 하는 근처 상가에 내려주었습니다. 그리고 경찰에 구조 요청을 하였습니다. 위에 학생들이 있으니 같이 가서 태워오자고 하였습니다. 여러 사람과 통화하고 나서 콘도로 출발하고, 다른 교수님 한 분과 합류하고 콘도에 있는 학생들을 싣고 내려오자고 하였습니다. 경찰은 진입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때, 옆에 계신 교수님의 목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들렸습니다.
"가자, 밟아!"

콘도 진입로에서 경찰의 통제를 무시하고 그냥 올라갔습니다. 옆에서 교수님이 계속 이야기해 주십니다. "노란선. 노란선, 노란선 따라서 가자, 잠깐.... 천천히 가자. 왼쪽, 오른쪽. 그렇지. 자~ 가보자." 처음 올라가는 길은 5분도 더 걸렸던 듯합니다. 올라가 보니, 사람들이 콘도 유리문 앞에 서 있는데, 눈물이.... 세월호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구나. 저 아이들을 빨리 구해야겠다. 아무도 올라오지 않는 곳에서 불길을 바라보는 그들의 심정이 어땠을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콘도에 도착한 후, 함께 올라간 교수님은 애들을 밀어넣고 껴안고 타고, 호텔 직원분은 호스로 물을 뿌려주시고. 그렇게 3~4번 정도 하니, 다른 차들도 올라가 사람들을 싣고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올라갈 때는 5분 넘게 걸렸던 길인데, 두 번째 세 번째 갈 때는 2~3분에 왕복을 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시간이 그렇게 많이 소요되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을 모두 구조하고 마지막으로 저희가 구조한 분들은 성인 남성 4분 정도였습니다. 그때까지 호텔 직원분은 내려오지 않으셨는데 모두 대피하셨기 바랍니다.

학생들 구조에 선봉에 섰던 교수님과 연락을 하면서 만난 시간이 오후 8시 11분, 학생들 구조를 다 마치고 불길에서 안전한 곳에 예비 집합했던 시간이 오후 9시 33분이었습니다. 대략 1시간 동안 구조 작업을 마쳤습니다.

이후, 시내에도 불이 번져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오는데 애로사항이 있었지만, 참여했던 학생 72명 모두를 확인하였으며 새벽 2시 모두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아~ 제가 느낀 점은 참 많았습니다. 그중에서 최고는 "세월호가 남의 일이 아니구나."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민간인이구나." "간호사구나"였습니다.

저는 저를 이 구조작업에 함께 하게 해주신 최청숙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길 때 어떻게 내가 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간호사 커뮤니티 활동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만약 제가 구조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저는 스팀잇 활동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집에서 걱정하신 학생 부모님, 학교에 나와 총지휘를 하신 총장님 외 함께 하셨던 분들, 우리 간호학과 교수님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참여했던 학생들 손이 덜덜 떨리고 말도 못 하는 모습에 저도 놀랐어요. 그래도 함께 잘 대처해주어서 고맙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경험담을 이야기하면 잘 들어주시고 토닥토닥 안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 상황을 떠올리면 아찔한데, 이 아이들은 어땠을까 싶습니다.

저희는 구조작업을 하느라 몰랐는데, 간호사로서, 엄마로서, 가족으로 느꼈던 콘도 안에 그림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합니다. 그 중, 상황에 절박함을 표현하는 한 마디는, 저희 학교 교수님이 남편에게 보낸 간단한 문자 내용이었습니다. "애들 부탁해."


경험해보지 않은 것은 내 것일 수 없습니다. 또한 나의 경험은 이야기하지 않을 때 상대는 알 수 없습니다.

표현하지 않으면, 어젯밤 아이들을 구조한 이 차의 까만 먼지가 고성 산불의 재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입니다. 까만 재를 뒤집어쓴 차를 보고 있는 저만 가슴 아픔입니다. 작년 한 해, 도로에서 폭발하며 구박 많이 받았던 차인데 큰일 했습니다. 이 차도 어제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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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력 있는 행동과 신속한 대처 덕분에
교수님도, 학생들도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가슴이 철렁하셨겠어요.
충분한 휴식을 취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사와 뉴스를 통해 본 강원지역의 산불의 규모에 놀랐는데
피해상황은 많은것에 비해 인명피해가 크질 않아 대처가 잘 됐구나 했습니다.
이렇게 위기상황에서 솔선수범하신 분들이 계셔서 또 다시 세월호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구조하겠단 마음을 먹은 순간부턴 의지가 큰 역활을 한다고 생각이 드네요.
긴강이 풀리고 놀라셨을텐데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래요~.

가장 절박한 순간을 슬기롭게 이겨냈군요 어두운밤에 얼마나 혼이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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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어머님, 그때는 정신이 없었는데, 정리하고 누워있으니 정말 무섭더라구요. 그때 차가 터졌으면, 내 차에 탔던 아이들은, 우리가 안 올라갔더라면... 아~ 세상.... 욕심부리지 말고 살아야하는데요. 어머님, 또 배우고 느낍니다.

너무 다행이고, 다행입니다.
뉴스로만 봤는데 실제상황은 훨씬 더 심각했음이 느껴지네요..
고생많으셨습니다.. 모두들..

네, 너무 다행이었어요. 고맙습니다. 많이 심각했었어요. 그걸 눈 앞에서 마주하는 어른은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라 더 힘들었어요. 다들 힘을 모아 저희 콘도 쪽은 빠르게 대처를 하였는데 다른 곳에 피해가 커서 걱정입니다.

@cyberrn : I don't know what to say, I appreciate your struggle and your courage. Hopefully everything is fine after this and we pray that the fire will be quickly resolved and not widened. I learned a lot from you today. Be responsive, not panic and smart to read the situation is the road to safety

나는 이제 무엇을 말할 지 모르겠다. 나는 당신의 투쟁과 당신의 용기에 매우 감사한다. 이제 모든 것이 잘 되었기 때문에이 후 불이 빨리 해결되고 넓혀지지 않을 것을기도합니다. 오늘 너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대응 성이 있어야하며 공황 상태가 아니고 똑똑한 상황을 읽는 것이 안전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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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손에 땀을 쥐고 읽었네요.

  • 모두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신속한 행동과 결단 덕이네요.

사회활동이 용기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 거 같아요. 해보니 할 수 있었는데, 하늘이 도와주었어요. 무사히 다들 내려오게 해주셨으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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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행입니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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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상황이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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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하셨습니다. 교직원 분들과 학생들 모두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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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교수님들이 마지막에 다들 태워서 내려오시는데 이제 마치는구나 했어요. 학교 도착했더니 말씀처럼 교직원 분들이 위로의 말을 전해주니 뭉클해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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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상황이 어땠을지 상상만 해 봐도 아찔하고 가슴이 내려 앉습니다. 교수님과 일행들 많이 무섭고 놀랐겠지만 일단은 무사하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구조에 참여한 분들 참 값진 일 해 주셨고, 용기 본받겠습니다. 그리고 무사해 주셔서 감사해요.

다행입니다.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모두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다급했던 순간에 빠른 판단과 결단력있는 행동으로 대처해주신 모든 분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교수님들의 용기에 숙연해집니다.
학생들도 트라우마 없이 일상에 다시 잘 적응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아!! 큰 숨을 쉬었습니다.
긴박했네요.

그리고 큰 다행입니다.
교수님들과 학생들 모두 마음 추스리고 편안히 쉬세요.

다행입니다.

헉.... 영화 찍은줄....

정말 고생많으셨습니다 ㅠㅠ
심장졸이며 글 읽었네요
그리고 모두 무사하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대단한 용기와 위대한 일을 해내셨습니다.
고생 많이 하셨네요.

화마가 무서운건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겠죠...불 참 무서운거 같습니다..큰사고없이 주변사람들도 괜찮았다니 다행입니다~

@jsquare 님이 PROMI 토큰을 통해 이 게시글에 보팅을 선물했어요 :)

아는 동생에게 사진을 전달 받았었는데.. 사진으로도 심각했지만 정말 글을 읽는 내내 긴장감이 너무 느껴지네요ㅠㅠ 이런 마음 하나하나 배워가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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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이 글을 읽었는데... 만약 조금만 조금만 지체되었더라면 사상자가 발생할수 밖에 없는 위기의 순간이었군요. 모든분들 안다치셔서 너무 다행입니다. 그리고 많이 놀랬을텐데 하루 빨리 안정을 찾기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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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며 읽으니 완전 긴박했던 순간이 눈에 들어옵니다 고생하셨어요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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