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8일

in #kr7 years ago (edited)

 한동안 일기를 안 썼는데 지난 글들을 돌아보니 재미도 있고 예전 생각도 나고 해서 다시 써보려고 한다. 

음악

믹스테잎을 준비하고 있다. 한 곡 가사만 완성하면 돼서 이번 주 안에 끝내려고 했는데 집안 사정상 녹음을 못 하고 있다. 이번 믹스테잎을 마지막으로 음악은 더 안 하려고 한다. 

사실 개학하고 나서 방황을 했다. 내가 뭘 하고 싶은건지, 무슨 직업을 가지고 싶은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힙합이라는 음악을 접하고 나서 4년동안은 사람들한테 당당히 음악가가 되겠다고 했다. 그런 말들이 부끄럽지 않도록 나름 열심히 가사를 쓰고 녹음을 했다. 그렇게 계속 살 줄 알았는데 요즘들어 많이 막막해졌다.

나는 생활에서 들어가는 모든 돈을 엄마 아빠한테 의지하고 있다. 등록금도 있고, 얼마 전에는 치과 치료를 받고 100만원 가까이 썼다. 의식주랑 교통비, 핸드폰 요금 등의 나머지 생활비도 합치면 큰 금액이다. 

아빠는 오는 해에 59세가 된다. 얼마 전에 계속 일하던 곳에서 일을 그만두고 (사실상 정년퇴직이다.) 다시 일을 하고 계신다. 말은 안 했지만 아마도 나 때문인 것 같다. 지금 집에서 돈을 제일 많이 쓰는 사람이 나니까.

그래서 돈을 벌고 싶었다. 알바도 알바지만 제일 원하는건 고정적인 수입이었다. 직업을 가지고 경제력을 가지고 싶었다. 지금 내가 쓰는 돈을 전부 내가 벌 수는 없어도 엄마 아빠한테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었다. 그 수단이 음악이었다.

지금까지 음악으로 번 돈은 0원이다. 녹음 장비 값이나 공연비 등을 생각해보면 마이너스다. 물론 아직 음악한지 오래 되지는 않았다. 나보다 더 오래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오지 않는 가사에 스트레스 받으며 500원 1000원도 못 벌었다는 점과 지인들 말고는 내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점은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든다. 지금 당장 부자가 되고싶은게 아니다. 시간을 투자한만큼 성과가 보였으면 좋겠다.

슬럼프라면 슬럼프고 이런 적이 예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이번에는 음악말고 다른 것을 해보자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요즘 대학교 계절 학기를 다니며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있다.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큰 흥미를 느끼고 있고, 예전에 꿈꿨던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을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그런 마음을 한 켠에 두고 있을 무렵, 한 선배가 '학점은 신경 쓰지말고 컴퓨터 쪽 공부를 빡세게 해라'라는 말을 했다.

나는 1학년동안 음악한다는 핑계로 놀고먹고 하면서 학사 경고장을 받았다. 그 뒤로 휴학 했는데 어쩌면 나는 그때부터 학점은 망했으니 프로그래머 쪽은 이미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실제로, '나한테 남은 건 이제 음악밖에 없다' 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러던 중 음악은 막히고, 컴퓨터 관련 공부는 좀 재밌어졌고, 그 상황에 선배가 해준 말에 약간의 용기가 생겼다.

음악을 아예 버리겠다는 것은 아니다. 크루 형들이 곡을 만들자고 하면 만들거고, 영감이 떠오르면 가사를 쓸거다. 단지, 나오지도 않는 가사 때문에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일은 더 없을 것이다. 음악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싶지 않다. 난 이게 즐거워서 시작했을 뿐이다. 이번 믹스테잎을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음악 작업을 마치고 싶다. 

간만에 쓴 오늘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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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에서 좋은 음악 듣는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

좋은 음악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꾸준히, 열심히 하시면 잘되실 거라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