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28주년 세계노동절입니다. 저는 만국의 노동자들을 위한 날인 오늘, 하루 쉬기조차 불안한 자영업자분들을 만나 인사드리며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한국정치에서 ‘진보정당’은 이제 새로운 변수가 아닌 익숙한 상수가 되어버렸습니다. 새로움과 다름을 내세웠던 진보정당은 시간이 흐르며 보수정치와 다를 바 없는 비합리와 폭력을 드러내 그 빛을 잃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진보정당이 필요하다고, 진보정치를 포기하지 않았노라고 말하는 저 같은 사람은 무슨 생각일까요?
저마다 생각하는 진보정치가 다르겠지만, 저는 진보정치란 약자들이 스스로의 힘을 모아 불평등을 없애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말은 쉽지만, 현실은 말처럼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일을 하다보면 좀 더 빨리, 좀 더 많은 성과를 내고 싶은 욕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절박한 처지에 몰릴수록 원칙은 멀게 느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날의 진보정치는 내세웠던 가치를 스스로 배신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진보정치가 전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특히 진보정당이 만들고 주장했던 정책들은 시간이 흐르고, 많은 죽음이 있고 나서야 뒤늦게 사회에 도입되어 소 잃은 외양간을 고치는데 쓰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모여진 약자들의 목소리는 사회 발전의 피맺힌 원동력이었습니다. 진보정치가 내세웠던 가치는 분명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들이었습니다.
진보정당이 지난 과오를 반복하지 않을 각오로 반성의 모습을 보이고 스스로부터 내세웠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까요? 조급함을 견디면서도 자기발전을 멈추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저는 그럴 수 있는 진보정당이라면 다시금 진보정치를 통해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마음이 조급하기로는 남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6년간의 진보정당 활동을 통해 조급한 마음이 놓치는 것들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약자들이 스스로 힘을 모으기 위해선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속도를 맞춰 함께 나아가야한다는, 단순하지만 실행에 옮기긴 힘든 사실을. 그리고 제가 그렇게 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대개 진보정치는 ‘노동’에 주목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가 노동해서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닌 ‘돈’을 중시해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를 속 시원히, 당장 해결할 방법은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노동의 형태도, 착취의 양상도 다양해졌습니다. 약자의 처지도 다종다양한 차이를 가지게 된 겁니다.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청년·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노동시장에서 밀려나 자기착취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영세 자영업자들도, ‘돈’의 논리에 희생되고 있는 약자들이지만 종종 서로를 적대하곤 합니다. 기성 정치세력은 이 갈등을 부추겨 당장 자신에게 이득이 되도록 합니다. 그러나 진보정치라면 대화와 이해를 통해 모두 함께 문제의 본질을 해결해야합니다.
진보정치가 언제나 쉽고 빠를 수는 없습니다. 어려움을 감내하면서도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고자하는 진보정치가 세상을 올바르게 만든다는 사실에 변함없음을, 여전히 돈에 착취당하는 오늘 우리의 삶에서 확인합니다. 여러 진보정당이, 저 스스로도,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기를 포기하지 않길 바라며 올해 노동절을 보냅니다.
가즈아~
어디로 갈까요, 노동계급 떡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