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평 19]경영학 콘서트 - 장영재

in #kr6 years ago

'독사평'은 '독후감 사이 서평'의 준말입니다.


경영학 콘서트
장영재 저

예스24 | 애드온2

경영은 숫자로 하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이것이다. 요금 책정, 공장 운영, 마케팅 등 경영의 여러 분야에 적용되는 경영학을 놀라우리만치 술술 읽히는 문체로 알려준다. 저자 프로필을 보면 유학파 박사님인데다 외국의 다국적 회사에서 근무해서 거리감이 느껴지는데, 그가 보여주는 사례들은 익숙하고 목소리는 친근하다.

대한항공, 아마존, 넷플릭스(이 책은 2010년에 나왔는데 그 당시만 해도 스트리밍이 아니라 DVD를 우편으로 고객과 주고받았다고 한다...), HP, 삼성전자 등 모르는 사람이 없는 회사들이 경영과학의 힘을 보여주는 산 증인으로 등장한다.

p.73
"출발일이 가까워지면 할인 좌석은 매진되고 비싼 좌석들만 남기 때문이다." - 항공사의 수익경영(Revenue Management)

p.114
"과거 마케팅 분야는 경영학 분야 중 가장 감성적인 분야로 평가되어 과학이 파고들기 힘든 분야라고 여겨졌다. 그런데 데이터마이닝 기술은 마케팅 분야가 본격적으로 과학으로 탈바꿈하는 기술적 계기를 마련했다."
p.126
"우리가 살아가는 디지털 시대에 이와 같은 인물들(아마존의 데이터 전문가)이 과거 내게 책을 하나하나 추천해주던 동네 서점 아저씨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p.182
"대수의 법칙은 불확실한 하나의 사건이 여러 번 반복되면 예측 가능한 수치로 수렴된다. 앞의 가정에서 1만 원씩 1,000번 배팅을 하면 카지노의 1퍼센트 더 높은 승률(카지노 51%-손님 49%)이 현실화될 수 있다. 즉 잃고 따고를 반복하다 보면 결국 카지노는 1퍼센트 승률로 '승리'하게 되는 것이다. (...) 게임을 한 번만 한다면 운 좋게 이길 수도 있지만 이 불리한 게임을 계속 반복한다고 해서 불리한 상황을 이롭게 만들 수는 없다. (...)
따라서 이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을 짜더라도 근본적인 비교우위가 없다면 위험 분산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p.258
"토요타 자동차에서는 필요 이상의 생산 재고를 필요악으로 규정했는데 '이 필요 이상'이라는 단어를 간과한 것이다. 필요 이상의 생산 재고가 필요악이란 말을 바꿔 말하면 생산 재고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단 의미다. (...) 재고는 우리 몸의 지방과 같다. (...) 필요할 때마다 자주 섭취할 수 있다면 많은 양의 지방이 필요 없다. 반대로 에너지 섭취가 쉽지 않아 한 번 기회가 있을 때 많이 섭취해야 한다면 많은 저장 공간이 요구된다. 긴 겨울잠을 자는 곰이 지방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컨설팅을 받고 책에 나온 것과 같은 물류 시스템, 소프트웨어, 고객관리 시스템 등등을 도입한다. 문제는 회사 내에 그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 컨설팅 사에서는 어딜 클릭하면 무엇이 나온다는 수준의 사용법 정도만 가르쳐준다. 분명 우리나라의 기업이나 정부 기관에서도 복잡한 시스템들이 도입되어 있다. 직원들은 시스템이 도입될 때마다 쓸데없이 일거리만 넣었다면서 불만스러워하거나, 시스템에서 나온 결과를 인용하기는 했는데 고객이나 상사가 질문하면 대답이 막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들은 앞으로 이런 시스템을 잘 이해할 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 나아가 고객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박사님들을 열심히 모셔야 할 것이다. 일반 직원들은 엑셀은 물론 통계나 IT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라는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지적했듯이, 우리나라는 경영학이 '문과'이다. 경영학의 7~8개 분야를 가만히 보면 크게 '말장난 파'와 '숫자놀음 파'로 나뉘는데, 전자에는 인사, 마케팅, 국제경영, 경영전략이, 후자에는 회계, 재무, 생산관리 등이 들어간다. 즉 문/이과로 나뉜 교육 체계에서 문과만 받기에는 다소 애매한 학과이다. 문과생들은 경영학과에 입학해서 경영수학을 들으면서 '또 수학이냐'고 한숨짓고, 학년이 올라가면 '계산기 치기 싫어서' 회계/재무를 버리고 재미있어 보이는 마케팅/전략으로 걸음을 돌린다.

문과 출신도 숫자 감각이 있으면 회계/재무를 공부해서 금융/회계 분야에서서 일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다른 분야에 치중해서 취직하면 대학 때 배워 어렴풋이 기억나는 전공필수 과목들과 회사에서 엑셀/전산 시스템에 의존해서 회사는 다닐 수 있다. 그런데 위에서 기업들이 변화할 것이라고 했듯이, 학교도 그에 맞춰서 변할 것으로 생각된다. 경영학과 인원이 줄고 산업공학과 출신이 각광받는다거나, 경영학과에서 문/이과 교차모집을 하거나, 심지어 미국처럼 학부는 각자 다니고 경영은 회사 경력을 쌓고 나서 MBA로 해결하는 것 같은 변화가 생길 것 같다. 이는 그동안 기술의 부족으로 실현되지 못했던, 그리고 리더십, 서비스, 마케팅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했던 경영과학이 경영의 핵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학박사 출신인 저자도 기획실에서 근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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