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좋은이웃 @chipochipo 입니다.
우리 현대사에서 건국절 만큼 논쟁이 많은 이슈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작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하면서
다시 논란이 커진 바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허핑턴포스트의 허완 에디터는 문 대통령이
"간단한 한 마디로 건국절 논란을 종결시켰다"라고 기사에 썼는데......
저로써는 무작정 공감이 되기는 힘들어지는 문구네요.
(여기 스티미언 여러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게 대통령이 말 한마디 한다고 싹 사라질만한 이슈일까요 ?
여기서 건국절 논란의 중심이 되는 2가지를 짚어보겠습니다.
주로 좌파쪽에서는 1919년 삼일운동 이후 중국 상해에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세워진 것을 "건국"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주로 우파쪽에서는 독립 이후 1948년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되고
정부가 수립된 것을 건국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작년 광복절 문 대통령님은 은근 좌파쪽 편을 들어준 셈이네요.
하지만 논란은 결코 "종결"되지 않고 더욱더 심화되겠네요.
전 이런식의 논란에 대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런 논란에 대하여 좌파든 우파든... 다소 현명하지는 못한것 같습니다.
문 대통령님이 이것에 관해서 생각이 좀더 깊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건국의 의미에 대한 고찰
근본적인 문제는 건국(建國)이라는 개념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세울 建, 나라 國 자를 쓰고 있는데,
이는 집을 세우는 것과 같은 행동에 비유하는, 은유적 표현이죠.
법적이거나 공식적인 표현에 해당되지는 않습니다.
국가의 성립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과정입니다.
지구 어디에서도 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나라가
하룻밤 사이에 뚝딱 만들어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나라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고,
그 사람들 간에 공동체의식이 생기고,
어떤 계기로 인해 국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고,
공통의 가치관을 형성하게 되고,
헌법과 같은 규정을 통해 이를 명문화하고,
필요하다면 외부세력과 싸우거나 내부세력간의 갈등을 정리해야 하고,
정부조직이라는 행정기관을 만들고,
치안과 국방을 담당하는 군대와 경찰을 조직하고,
세금을 걷고,
자체 화폐시스템을 유통하는 등의 행위가 일련의 과정으로 일어납니다.
이런 모든 과정들을 거친 후에야 하나의 나라가 완성되는 셈이죠.
건국의 기준이 되는 년월일시를 규정한다는 것은 '팩트'의 문제가 아니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문제로 봐야 하겠네요.
길고 긴 건국 프로세스 중에서 어떤 시점을 기념일로 할지는
결국 그 나라 국민들이 정하기에 달린 셈이군요.
다른 나라 사례들을 봐도 그렇다는걸 알수 있습니다.
세계 각국이 각자 다른 기준을 가지고
National day 기념일을 정했음을 알수 있는데,
위키페디아를 참조하여 몇개의 주요국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일본: "건국기념의 날" BC 660년 2월 11일. 일본의 첫 황제가 즉위했다는 날.
(2) 호주: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1788년 1월 26일.
영국 함대가 시드니 앞바다에 처음 들어온 날.
(독립기념일은 따로 있지만 신경을 안쓴다고 합니다.)
(3) 브라질: "독립기념일" 1822년 9월 7일.
포르투갈 왕의 아들이 브라질을 통치하다가 아빠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날.
(4) 미국: "독립기념일" 1776년 7월 4일.
영국식민지 13개 주의 대표들이 영국 본토로부터의 분리를 선언한 날.
(5) 인도: "독립기념일" 1947년 8월 15일.
영국 국회가 인도의 통치권을 인도 국회로 넘긴 날.
(6) 중국: "국경절" 1949년 10월 1일.
천안문광장에서 개국 기념 행사가 열린 날.
보다시피 나라마다 건국 기념일의 기준이 다릅니다.
만국에서 통용되는 건국일의 기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라마다 제각기 맘대로 national day를 정해 기념하고 있을 뿐이죠.
우리도 어느 시점을 택할 것인지 정하기 나름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건국은 기나긴 프로세스를 밟아가며
서서히 빚어진 것이지,
어느 날 누가 뚝딱 "만들자"고 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지 때문이죠.
삼일운동도 중요했고, 임시정부 수립도 중요했고,
그 이전의 광무개혁(대한제국 수립) 역시 의미가 있으며
초대 헌법이 만들어진 날, 첫 국회가 열린 날 등도 모두
대한민국 건국사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수 있습니다.
심지어 고대 건국신화에 따라 개천절에 의미를 두기도 합니다.
그 많은 milestone 중에서 어떤 날 하나를 딱 골라서
우리나라의 건국절로 만들어 기념하고 싶다면?
그에 대해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워낙 정치적 성향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에
현재로썬 공감대 형성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죠.
대통령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가 발언을 해도 종결될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현재의 건국절 논란은 좌파와 우파가 서로를 견제하고 공격하는
수단으로만 쓰이고 있어 참 안타깝네요.
건국절은 현재 상황으로는 한국에서 어떤 특정 시점으로 합의할 수도 없고
섣불리 결론을 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생각들이 다른데 억지로 통일시키려 해봐야 싸움만 나겠죠.
합의까지 이르려면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할텐데...
솔직히 굳이 그걸 하나로 정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다소 회의가 느껴지네요.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것은 긴 시간에 걸쳐 온 시민의 노력으로
이뤄진 프로세스였음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것입니다.
한날 한시에 번개치듯이 벌어진 일이 아니죠.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지, 거기에 어떤 이념을 덮어씌우거나
과도한 감상 같은것을 부여할 필요가 있을까요?
제헌절은 제헌절대로, 임시정부수립일은 임시정부수립일대로,
삼일운동은 삼일운동일 대로 의미를 깊이 되새긴다면
그것으로도 이미 충분하지 않을까?
저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흠.. 스팀잇에 논쟁적인 글을 쓴 적이 없지만, 이 글 만큼은 좀 쓰고 싶습니다. 저도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생각에 100% 동의 동감합니다. 거기에 이념을 덮어 씌우는 것과 과도한 감상을 부여하는 것도 반대입니다. 그럼에도 이 건국절 논란을 좌파와 우파의 대립이라고 보는 @chipochipo님의 시각에 동의하기가 힘듭니다
편견이나 선입관 없이 무엇이 '건국'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서 고민해본다면, 1919년 임시정부 수립, 1945년 광복, 1948년 헌법제정 및 정부수립 중에서 하나를 '건국'으로 개념화할 수도 있습니다. 이 상황에선 무엇에 의미를 부여하느냐의 문제일 뿐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좌파와 우파가 이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겠죠.
하지만 이 논란이 어떻게 시작됐는가를 살펴봐야 합니다. 건국절 논란은 2006년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동아일보에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라는 칼럼을 써서 시작됩니다. 칼럼에선 1945년 광복과 1948년 제헌을 비교해 후자가 중요하니 '건국절'로 하자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 논란은 1919년 임시정부와 1948년 남한 정부 수립을 비교하는 쪽으로 발전합니다. 왜냐면 헌법에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표현이 있고, 이영훈 교수가 중요시 한 '제헌헌법'에도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 건립'하고 '이제(1948년) 민주독립국가 재건'이란 표현이 나오기 때문이죠.
사실 제헌헌법에서도 '건립'이란 표현을 썼을 뿐, '건국'이란 표현은 한국의 근현대사에 있어선 2006년 이전엔 거의 등장하지 않던 단어입니다. 새로운 개념인만큼 이영훈 교수가 주장한대로 인정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1948년 정부수립을 '건국절'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임시정부 수립을 폄훼하는 것이 아니고, 친일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고,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는 것이 아니고, 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4.3에서 공권력은 정당하게 집행됐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전제 조건입니다.
일제의 전쟁범죄, 독재를 유지하려고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며 각종 인권유린을 했던 범죄, 또한 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4.3사건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공권력의 학살 행위들을 정당화하지 않겠다는 전제 조건. 그건 좌파와 우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기본윤리 다시 말해 인륜과 휴머니티의 문제입니다
2006년부터 제기된 '건국절'은 이런 인륜에 반하는 역사관을 가진 뉴라이트(신우파)의 주장이었습니다. 뉴라이트가 이 주장만 기존의 역사관과는 다르다고 주장하거나, 아니면 뉴라이트가 아닌 사람들이 주장한다면, 건국절이 있는 그대로 생산적으로 논의가 될 수 있었겠죠. 하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뉴라이트가 주장해 신뢰를 얻을 수 없었고, 그들은 반대하는 자들을 좌파로 매도했죠. 한국에선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자고만 말해도 '좌파'가 됩니다. 그래서 '건국절 논란'이 좌파와 우파가 서로 견제하고 공격하는 수단으로만 쓰이고 있다는 시각에는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동의 하지 않는 부분도 있고 동의할 수 있는 부분도 있는데 긴 댓글이 있으니 상세한 내용은 패스하겠습니다.
꾸욱 들렸다가요
This post has received a 10.28 % upvote from @boomerang.
일리있는 말씀이네요. 역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잘못된 일인 것 같아요.
미국 건국일은 1876년 7월 4일이 아니라
1776년 7월 4일입니다.
이런... 모니터 야광에 취해 정신줄 놓았네요. 수정완료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가 너무 차이를 부각하며 글을 썼는데, 동의하는 시각도 많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인 '제헌절은 제헌절대로, 임시정부수립일은 임시정부수립일대로, 삼일운동은 삼일운동일 대로 의미를 깊이 되새긴다면 그것으로도 이미 충분하지 않을까?' -> 이 부분은 정말 동감합니다.
기자이신것 같네요^^ 역시 기자분답게 통찰력이 한수 위이십니다^^
저도 앞으로 공부좀 더 많이 해야겠네요.
의문의 풀보팅 당첨!
오 +_+ 감사합니다. 이 글 다 쓰는데 2시간 잡아먹은 보람이 있네요 ㅠ
때만되면 들리는 "야스쿠니 신사", A급 전범...어쩌구 저쩌구...그 안에 박물관 같은게 있는데 이름이 유슈칸이던가요? 일본의 시각으로 전쟁을 미화하고 있는데요. 일본이 세계평화를 위해 전쟁을 멈춰준 후,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국가와 새로 새워진 신생국가를 소개해 놓았죠. 우리나라요? 독립한 나라가 아니라 신생국가로 되어있답니다.
ㅎㅎ치포님 잘보고 가요!!! ㅎㅎ 한번 생각해야겠네요!!
5월 다시 파이팅해요!
호출에 감사드립니다!
보팅받아랏! ㅋㅋㅋ 보팅하구 튑니다 ㅎ
https://steemitimages.com/0x0/https://gateway.ipfs.io/ipfs/QmNXkXXSP3XEJdC14GcHZj2AicczAfQFs2NHXErQHb9UB2
글은 다 읽었겠죠? ㅋ
그럼유~ ㅋㅋ 기본 매너 아입니까?ㅋㅋㅋ
건국절에 대한 기준을 잡는건 좌,우가 존재하는 한 명확하게 잡기는 힘든 현실이란걸 말이졉 ㅎㅎ (어느정도 상호간의 협의가 잘 이뤄졌음 싶긴하지만)
결국 우리나라는 특정 재단들이 건국일을 중요시 여기는 부분이 많져. 특히 좌, 우를 나누는 분들은 그런 특정 재단들을 거쳐간 인사들도 많구요. 그렇다보니 자신들이 항상 듣고 읽었던 경험중 가장 강렬한 첫 인삿말인 "건국이례"라는걸 어필하다보니 논란이 더 심화되지 않을까 싶네요
건국의 의미는 조선을 거쳐 대한제국 그다음 대한민국이라는 칭호를 사용하게 되는 임시정부 수립일이 기준이 되는거라 저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나라 헌법에서도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하니 왠지 건국일은 임시정부수립일이 시작이라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