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2. 늦어진 아침

in #kr7 years ago (edited)

늦게 일어났다.
아침이라고 부르기 뭐해 붙인 첫끼라는 이름의 식사를 차려 느릿한 젓가락질을 한다.

어머니는 어디 나가셨나보다.
어머니가 돌아오기 전에 일어나서 다행이다.

깨어나지 않은 느린 머리로 겨우 식탁을 정돈하고 방에 돌아간다.

아아 뭘 해야 하나.

딱히 할 일 없이 다시 방에 누워 핸드폰을 바라본다.
이미 오후 3시를 넘어가는 시간. 핸드폰 몇 시간을 보다가 다시 바라본 시계는 6시.
안되겠다는 마음에 몸을 일으켜 보지만 꽃 없는 들판을 헤매이는 벌처럼 그저 방 한 번 멤돌다 다시 핸드폰만 바라본다.

어머니가 돌아왔다.
방 문을 열어보고 한 숨 푸욱 쉬고 돌아나가신다.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밥을 차리고 나는 괜한 마음에 이불까지 덥고 몸을 수그린다.

밥 먹어라. 배 안고파요. 그래.

어머니는 혼자 조용한 수저질 몇 번 후 조용히 방에 들어가신다. 그럼 나는 밥이 식을 때쯤 나와 수저를 든다.
그리고 이내 달그락 달그락 설거지를 하고 다시 방에 온다.

언제 부터 일까.
그 한없이 반갑던 어머니의 발소리를 못 들은 척했던 게.

언제 부터 일까.
괜시리 어머니의 따뜻한 밥상을 거부했던 게.

언제 부터 일까.
어머니의 한숨, 잔소리, 그저 바라보는 것 조차 무서워하게 된 게.

나도 안다.
나의 모자람에 이렇게 되었다는 것을.
못난 자식이 만들어낸 휑한 집 안 풍경이라는 것을.
내가 잘해야 하는 데 후회하면서도 달라지기 힘든 하루라는 것을.

이내 모자란 내 탓을 하며
이내 한 것 없이 지나가버린 하루를 후회하며
이내 또 다시 반복 될 내일을 두려워하며
나는 잠들지 못한다.

그 누가 알아줄까 밤늦게까지 잠 들 수 없는 이 젊은이의 고뇌를.
이내 늦어진 아침을.


우리 주위의 이야기, 어쩌면 나의 이야기를 담아 글을 써봤습니다.
취준생, 공시생 등등 우리가 무언가를 준비하는 시간은 때로 무의미해질까봐 불안하고 힘들고 우울감이 덮칠 때가 많습니다 .
하지만, 원래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습니다.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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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저의 이야기.

함께 겪고있는 우리의 이야기 힘내요 우리:)

저의 이야기이기도 하네요... 먹먹해집니다 ㅠ
앞으로 자주 뵈어요

자주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