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연휴에 저는 필리핀으로 서핑을 다녀왔습니다. 얼마 전 물치해변 (양양군 강현면) 에서 저의 RVX 롱보드가 반파 (보드가 반으로 쪼개짐) 나는 바람에 서핑보드를 하나 구해야 하던 참이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필리핀에서 라리 쉐이퍼가 만든 롱보드를 한장 구하게 되어 너무 행복했지만, 그 마음도 잠시, 이걸 강릉까지 어떻게 가져가야하나 고민이었습니다.
1. 진에어에 서핑보드 싣기
돌아가는 비행기는 진에어였습니다. 필리핀 항공은 서핑보드를 잘 실어주지만 진에어는 힘들꺼라는 말을 미리 들어서 미리 한번 규정을 찾아보았습니다.
스포츠 장비 규정상 10달러를 내고 삼면의 합이 277cm, 32kg 이하면 실을 수 있다고 되어있네요.
제 서핑보드는 9.2 ft = 280 cm 였습니다. 흠.. 이정도면 대충 우겨볼만 하군, 하고 체크인 카운터에 들어섰는데,
아니나 다를까, 직원들이 제 서핑보드의 길이를 줄자로 재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아.. 어떡하지.. 머리 속이 복잡해졌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직원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직원: 저게 뭐에요?
나: 서핑보드에요
직원: 어디서 타요?
나: 산후안이라고, 필리핀에서 제일 유명한 서핑스팟이에요! 대회도 열리고, 한국인들도 자주 가서 서핑하곤 해요!
직원: 산후안이 라 유니온에 있는 곳 맞나요?
나: 네 맞아요
직원: (옆에 다른 직원에게 말걸며) 얘가 라 유니온 출신이에요!
이렇게 라뽀를 쌓으며 서핑보드 길이를 재고 있는 직원들의 눈치를 살살 보고 있었습니다. 보드가 보드백(서핑보드를 넣는 가방)에 들어가있어서 전체 길이가 더 긴 290cm 가 나왔습니다. 직원들이 난색을 표하다가 매니저를 부르는 듯 하였습니다. 매니저가 와서 277cm가 넘으면 규정 상 실을 수가 없다고 말을 했습니다. 이걸 싣지 않으면 저는 이 고가의 보드를 그냥 버리고 와야 하는데, 그냥 수긍할 수 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산후안에 저희 한국의 서퍼들 양성하는 훈련장이 있다, 한국인 서퍼들이 진에어를 타고 보드를 싣고 자주 왔다갔다 한다고 잘 설명을 하였고, 매니저가 그럼 10달러 차지하고 실어주겠다고 허락해줘서 무사히 인천공항 까지 싣고 오게 되었습니다.
2. 인천공항에서 강릉가는 KTX 에 보드 싣기
예전에 지하철에 보드를 싣고 집에 가본적도 있고, 리무진 버스에 싣고 가본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KTX 도 가능할 것인가!?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서울-강릉 KTX는 2017년 12월 21일 개통하였으며, 올림픽 기간에는 인천공항-강릉 직통 KTX가 운행되지만, 그 외 기간에는 서울역에서 환승해야 합니다.
(ktx 운행구간)
(ktx 운행시간)
(ktx 요금표)
일단 목포행 KTX에 타고 서울역까지 갑니다. 직통열차도 비슷한 시간대에 비슷하게 도착하지만, 빠른 환승을 위해 KTX를 탔습니다. 일단 보드를 실을만한 곳이 어디 있나 살펴봅니다. 선반이 있는데 중간중간에 구조물이 가로막고 있어 여긴 힘들것 같습니다.
(좌석 위 선반)
열차와 열차간 통로가 있습니다. 일단 여기는 괜찮아 보이니 일단 실어봅니다.
처음에는 반대쪽 문을 살짝 가렸더니 차장이 와서 한마디 합니다. 또 잘 설명하고, 조금 안쪽으로 밀어 넣습니다. 통로와 원래 한몸이었던 듯 잘 안착해 놓여져 있습니다.
서울역에서 환승을 합니다. 대기시간은 약 30분이었습니다. 대기시간동안 위로 올라와 잠시 세워둡니다. 제가 롱패딩도 입고 있어서, 동계 올림픽 관련 선수 처럼 보이길 살짝 기대해봅니다. 그러면 보드 들고다니는 걸 좀 양해해 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환승 대기중 보드도 벽에 붙어 대기중인 모습)
다음 KTX 에도 통로에 실어봅니다. 두번째라 그런지 조금 더 능수능란하게 통로에 보드가 있는듯 없는듯 붙여놓았습니다. 이젠 사람들도 이게 있는지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 합니다.
(통로와 보드가 혼연일체가 된 모습)
강릉역에 무사히 도착한 후엔 차 루프에 올려놓으면 되기 때문에,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이게 가능할까 처음엔 걱정도 많이 됐지만, 생각보다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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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 하시느라 고생하셨네요. ^^ 짐을 갖고 이동한다는 것이 큰 수고가 따르죠.
와 서핑보드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많이 크네요!
고생많으셨습니다!!
제 주변에도 서핑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양양과 강릉쪽 게스트하우스가 그렇게 핫하다고 하더라고요ㅎㅎ
보드 가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나야나 댓글달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