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효과(Starbucks Effect)란 표현이 본격화 된 것은 부동산 리서치 그룹인 질로(Zillow)가 발표한 자료 덕분이다.
질로에서 1997년부터 2013년까지의 주택 가격을 조사한 결과 스타벅스로부터 1/4마일(약 402미터)이내의 주택가격은 96% 상승한 반면, 다른 지역은 65% 상승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후 스타벅스가 입점하면 주변지역이 뜬다는 식으로 무수히 재인용된 이 자료에 대해 나는 한가지 의문을 제기하고자 한다.
"스타벅스의 부동산 입지 전략이 매우 훌륭한 결과일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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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와 하워드 슐츠의 인터뷰를 통해서 잘 알려져 있다시피 스타벅스의 타겟 고객은 20-30대, 고소득, 전문직, 대졸자이다. 해당 기간 동안의 스타벅스의 주요 타겟층들은 1970-1990년대생으로 속칭 밀레니얼 세대가 핵심층으로 포함이 되어 있다.
이 세대들은 모든 것이 그들의 윗세대와는 다르다. 그들의 부모세대와 그 아래 세대까지가 도심 외곽의 교외 주거지를 원했다면 이들은 유흥이 충족이 되고 편한 도심 주거를 희망한다.
그리고 때마침 1993년 클린턴 행정부 시절, 'Empowerment Zone Program'이 시행되었는데 이 프로그램은 미국 주요 대도시의 낙후된 지역을 재개발하고 지역의 민간 투자와 고용 장려를 목적으로 했다.
이 프로그램의 대표 수혜지역이 바로 할렘으로 덕분에 도심의 낙후된 우범지역에서 뉴욕에서 가장 살기 좋은 지역 중 하나로 거듭나게 된다. 공교롭게도 밀레니얼 세대들이 선호하는 주거지가 바로 이런 지역들이다.
스타벅스가 입점할 정도로 발달하고 안정된 상권을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400m)의 입지조건을 갖춘 도시 지역, 게다가 미국 20-30대 고소득 대졸자들이 주로 거주하고 희망하는 곳이라면 다른 지역보다 입지조건이 우월하기에 다른 지역보다 상승률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엔리코 모레티는 [직업의 지리학]에서 고학력 거주자들이 밀집한 지역은 그렇지 않은 곳보다 평균 임금이 높고 생산성이 높으며 그만큼 주거 비용도 높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렇기에 20-30대 고학력자들의 활동지역은 핵심지로서 다른 지역보다 부동산 가치도 높을 수 밖에 없다.
만약 스타벅스가 인근 주택의 가격을 부스팅하는 재료라고 한다면 스타벅스의 존재가 인근에 20-30대 고학력층을 밀집하게 하는 효과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알다시피 스타벅스는 20-30대 고학력층이 몰리는 곳에 입점을 하는 것이지 스타벅스 점포의 존재가 20-30대 고학력층을 그 주변에 살게 만들진 않는다.
나는 바로 이 점 때문에 질로의 스타벅스 연구에 허점이 있다고 여기는 바이다.
(출처. Quartz)
질로 측에서는 좀 더 직접적인 스타벅스 효과를 드러내기 위해 던킨도넛 인근지역의 데이터도 조사해서 발표한다. 그 결과 동일 기간 동안 던킨도넛 인근지역은 80% 상승으로 스타벅스 인근지역보다 상승률이 낮았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한다.
이것을 보면 스타벅스 효과가 실존하는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가지 함정이 있다.
첫째는 스타벅스와 던킨 도넛의 타겟 고객층이 다르다는 점이다. 20-30대 고소득 고학력층이 스타벅스의 타겟이라면 던킨 도넛의 타겟은 고소득 코카시언 시니어층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하는 주택 입지와 시니어 세대의 선호 주택 입지가 다르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를 동등하게 비교하기는 어렵다.
둘째로는 비교 시점의 문제다. 만약 비교 시점을 주택 고점기인 2007년 4월로 둘 경우 스타벅스와 던킨 도넛 인근지역의 상승률은 139%, 136%로 사실상 차이가 없어진다. 그리고 저점인 2012년 1월을 기준으로 두면 67%, 70%로 오히려 스타벅스 입점지역이 더 많이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비교시점인 2013년은 회복기로 스타벅스 입점 인근지역 97년 대비 96%와 던킨 도넛의 80%는 스타벅스 인근지역의 회복이 더 빠르다는 것을 드러낼 뿐, 스타벅스가 입점한 곳은 가격이 더 잘 오른다는 주장을 하기엔 무리가 크다.
그렇기에 나는 질로의 '스타벅스 효과'는 기각되어야 할 효과라 보는 것이다.
국내에서의 스타벅스 효과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임대료는 상가 소유자 혹은 운영자가 결정을 하고 임차인에게 통보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에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임대료를 결정하는 소유자 혹은 운영자도 있으나 이들은 사실 소수고 다수는 감과 기대를 선반영하여 가격을 매긴다.
그렇기에 스타벅스가 입점했을 때 주변 지역의 임대료가 오르는 현상은 엄밀한 분석에 근거한 것이라기보단 스타벅스에 대한 지역 임대인들과 중개인들의 일방적인 기대를 반영한 효과라 보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외부에서 유동인구를 유입하는 존재가 아니다. 지역 내의 유동을 정돈하는 효과는 있다고 본다. 그것은 스타벅스야말로 우리가 고민 없이 선택할 수 있는 확실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스타벅스가 입점함으로 인해 그 지역이 살아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 반례로 그 지역에서 스타벅스만 혼자 잘 되는 경우를 목격하기도 한다.
스타벅스 효과는 어쩌면 일종의 순환논리 오류일지도 모른다. 스타벅스가 입점하고 그 인근지역의 임대인들이 스타벅스란 브랜드 효과를 기대하고 임대료를 올렸다고 하자. 그렇다면 바로 그 사례가 없던 스타벅스 효과를 만드는 셈이다. 그런 사례가 이후에 다른 지역에서도 또 다른 기대를 불러 일으키고 그것이 반복되면서 순환논리가 되는 것이다.
내가 스타벅스 효과를 긍정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스타벅스 효과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착각이자 순환논리의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고 여긴다.
덧붙임 1.
이 글은 스타벅스를 무시한다거나 폄하하는 글이 아니다.
덧붙임 2.
이 글은 동네 인근의 스타벅스에서 쓰는 글이다.
덧붙임 3.
스타벅스가 들어서서 주변지역이 오르는 것이 허상이라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스타벅스의 입점이 그 주변지역의 소비자 구성에 대한 하나의 시그널이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연구에 대한 허점을 지적하는 게 날카롭네요...!
스타벅스 효과에 대해서 심증만 가지고 있었는데, 직접 조사를 한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 조사결과를 또 비판하는 작업이 대단합니다.
마지막 덧붙임2에서 피식 웃고 갑니다 ㅎㅎ
잘 읽었습니다 :)
질로는 일종의 부동산 정보사이트에서 출발하여 지금은 리서치 분야까지 업력을 넓힌 곳입니다. 그쪽은 그게 일이니 항간에 도는 스타벅스 효과에 대해서 다룬 것이겠지요. 그치만 그 결과를 본 저로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이렇게 써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그 옆에 이디야를 만드는 전략이 먹혔던 거리 생각했던 저로서는 흥미로운 포스팅이군요 @홍보해
스타벅스 옆에 이디야를 세우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스타벅스가 그 주변지역의 소비자층에 대한 시그널 효과가 있고 이디야는 스타벅스와 타겟은 유사하지만 조금 다른 카테고리니까요. ㅎ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