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면담은 나에게 '꼰대가 되지 않는 대화법'을 알려주었다.
별로 길지도 않은 4년이라는 회사생활. 2번의 퇴사를 경험했고, 회사를 입사하는 것보다 퇴사를 경험하면 많은 것을 배웠다. 첫인상도 중요하지만, 마지막 인상이 더 중요하다고 왜 그렇게 주변에서 말을 했는지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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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게 되면 그동안 이야기 하지 못했던 사람들과 이야기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친한 사람들과의 술자리 외에 친하지 않지만, 회사 생활하며 자주 마주쳐서 정이든 사람과의 작별인사, 식당에서 맛있는 밥을 해주신 이모님, 청소해주시는 어머님 등 마지막 한 주는 거의 사람들과 밥 먹고, 술 먹고, 차 마시며 `왜 회사를 그만두는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입이 닳도록 이야기하게 된다.
퇴사하며 자연스럽게 거쳐야 하는 관문은 임원분들과의 면담이다. 총 2곳의 회사에서 대표님, 이사님 포함 네 분과 퇴사면담을 하며 대단히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았다. 면담하다 보니 대화방식과 조언이 유형별로 나뉘었다. 더 많은 경우의 수가 있겠지만 4가지 정도로 나눠보았다.
1. 엄청난 성공담을 듣다가 끝난 면담
한 시간 반이 넘는 면담이었다. 예전에 술자리에서 익히 들어 아는 이야기였지만, 자신의 20~30대 시절 이야기를 해주셨다. 다 나를 위한 이야기였고, 많은 공감을 했다. 하지만 뭔지 모를 이질감이 느껴졌다.
임원 A: `난 그때 이렇게 했어. 너도 이렇게 하면 잘 될 거야"
임원 A: "그거 내가 해봤는데, 이러면 돼"
이야기를 듣을수록 이런 의문이 들었다.
나: `이 분은 살면서 한 번도 실패가 없으신가?`
성공으로 가득 찬 삶 같았다. 물론 실패도 있었을 것이고 힘든 시간도 있으셨겠지만, 그런 것보다 나에게 긍정적인 조언을 해주기 위해 성공담을 바탕으로 조언해주신 거로 생각한다.
다만, 그것을 듣고 나는 공감이 잘 되진 않았다. 왜냐면 여태까지의 나의 20대는 실패와 성공이 너무나 혼재했었고, 퇴사하고 나의 일을 한다고 해도 성공보다는 실패가 많을 거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임원분의 엄청난 성공기 면담은 끝났다.
2. 조금은 지나치게 감성적이었던 면담
워낙 나에게 잘해주셨던 분이라 면담을 가는 길이 엄청나게 뻘쭘하고 죄송했다. 엘레베이터 한쪽 구석에서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땅만 봤던 기억이 난다. 회사 지하 카페에서 커피를 시켜놓고 왜 퇴사를 하려고 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셨다.
원래 사람들의 말에 잘 공감하고 감성적이셨던 분이다 보니 함께 일하면서 지나온 날들에 관해 이야기를 했고 옛날 생각에 약간 찡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중간중간에 앞으로 내가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도움되는 조언을 해주셨다. 1시간 넘게 이야기를 했는데, 뭔지 모를 슬픔이 밀려왔고 짠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면담 자체가 너무 감성적이었다 보니 하고 싶었던 말을 하지 못했다는 점?
이미 많이 지났지만, 기회가 된다면 소주 한잔 하며 대화를 나누고 싶은 분이다.
3. 자신의 실패를 말해주셨던 분
항상 웃으며 `오~우리 상원이 표정이 밝네`, `상원이 술 한잔 해야지`라고 말씀해주셨던 임원분이 있으셨다.
주니어인 내가 장난을 쳐도 잘 받아주셨던 분.
면담을 시작하는데 이사님은 나에게 자신의 젊었을 시절 이야기를 해주셨다. 좋은 대학, 좋은 회사만 다니셨기 때문에 뭔가 멋진 스토리를 기대했는데, 이사님에 입에서는 내가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사님: 한 번도 내가 진짜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해본 적이 없어.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니까 지금 이 자리에 와 있네. 내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운이 좋았던 것 같아.
그리고 자신이 20~30대에 겪어선 크고 작은 실패에 대해 말해주셨다. 많이 위안이 됐다. 항상 성공만 밟았을 것 같던 분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해주니. 크게만 보였던 사람의 모습에서 인간적인 면을 보았고, 약간의 용기도 얻었다.
4. '나는 아직도 나를 잘 모른다'고 말해주셨던 분
1년도 채 안 되게 몸담았던 두 번째 회사의 대표님이셨던 분. 이야기할 기회가 거의 없다 보니 퇴사면담이 거의 첫 대화였다. 더 늦기 전에 나만의 도전을 하고 싶다고 말을 했다.
나: 제가 나이가 서른두 살인데 더 늦으면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용기가 없을 것 같아서 퇴사하려고 합니다.
대표님: 그게 뭔데?
나: 음, 일단 전 세계 일주하면서 책방 여행을 할 생각입니다. 제가 보기와는 다르게 책을 좋아해서요. 여행 다니면서 사람들도 인터뷰하고, 영상으로 모두 남겨서 유투브 컨텐츠도 만들려고 합니다. 나~중에 저만의 철학이 담긴 북카페를 차리고 싶은데, 그건 너무 나중의 일이라 일단 여기까지가 제 계획입니다.
대표님:
회사의 처우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 결정을 한 거라면, 어떻게든 잡으려고 노력을 하겠는데,
자신만의 꿈을 위해 나간다는 사람 어떻게 잡아.
자네 같은 자식이 있는 사람 입장에서 굉장히 멋진 도전이라고 생각해. 난 지금도 내가 이 일을 좋아서 하는지, 잘해서 하는지 모르겠어. 어쩌다 보니까 이렇게 이 일을 하고 있네. 사회 초년생에는 깨지면서 일 배우느라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생각할 시간도 없었고, 40대 되니까 월급이 마약이야.
못 그만두겠더라고. 그래서 그냥 했어. 그래서 난 지금도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사실 잘 몰라. 그런 의미에서 난 자네가 그 도전을 꼭 실행했으면 좋겠네.
예상치도 못한 조언에 조금은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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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의 퇴사와 여러 번의 퇴사면담을 겪고 난 지금 백수. 좋게 포장하면 `1인 기업가`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제목을 조금 자극적으로 `꼰대가 되지 않는 법`이라는 문구를 썼는데, 나에게 진심으로 조언해주신 네 분의 임원분들이 절대 꼰대라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퇴사자 중의 하나일 뿐인 나에게 1시간이 넘는 시간을 할애해 나를 위해 멋진 조언을 해주셨다.
이 글에서 하고 싶었던 것은 `퇴사 면담`을 통해 난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거나, 특히 조언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조금은 배웠다.
상대방의 눈높이까지 내려와 대화하는 법.
자신의 결점을 드러내면서까지 그 사람의 눈높이 맞춰 대화하는 법.
쉬운 것 같지만 정말 어렵다. 특히 상대방보다 높은 위치에 있을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가끔 강연을 들으러 가면 강의는 하지 않고 자기가 잘하는 것만 뽐내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은`와..................`하다가 끝나고 집에 걸어갈 때는 전혀 남는 게 하나도 없는 그런 강연. 상대방의 눈높이까지 내려와 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스칠 수 있었던 퇴사면담이었지만, 꽤 나에게는 강렬했나 보다.
이렇게 말하는 누군가에게는 꼰대일 수 있겠지?
공감되는 글 잘 읽고 갑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대표님의 면담이 가장 가슴에 와닿네요. 아직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말...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자신의 일을 좋아할거라 생각하지 않네요. 한편으로 슬퍼지는 이야기입니다...
뭔가 묵직하게 가슴을 쿵 치는 대표님의 말이었어요. 꽤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뭔가 '좋아하는 일'이라는게 참 멜랑꼴리하면서 역설적이네요 ㅎㅎ
첫인상도 중요하지만 마지막 인상도 정말 중요하죠.. 이번에 퇴사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어요 ㅠㅠ! 퇴사하면서 실수가 있었지만 다행히 제 보스께서 잘 이끌어주셔서 마무리 잘 하구 나올 수 있었습니다... 입사하는 것보다 퇴사하는게 더 어려운거같아요 ㅋㅋ
입사보다 퇴사가 어렵다 ㅋㅋㅋ 일정부분 공감합니다!! 첫 인상보다 마지막 인상이 중요하다는 것은 뭔가 세상의 진리같다는..............
힘내세요~~^^
글재주가 있으신거 같은데 꾸준하면 승리합니다~^^
책을 읽는 것은 좋아하는데, 그에 비해 쓰는 능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이런 댓글 부끄러우면서도 많이 힘이되네요 ! 감사합니다!
네 분이 다 다른 말씀을 해 주셨지만, 또 다른 시간과 상황이었으면 다른 분에게서 위의 말을 고대로 순서만 바꾸어서 들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성공도 실패도 감성도 그리고 타인의 꿈을 위한 격려도.. 어찌보면 모두 같은 삶의 다른 면일테니까요.
그쵸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렇네요 :) 네 분 모두 저에게 진심으로 조언해주셨다는 점이 ! 가장 중요하죠 :)
사람일 모르니깐요....
사람이 만날 때보다 헤어질 때 더 아름다워야 한다고들 하던데...
직장생활 10년을 넘게 했는데 이제 진짜 월급이 마약이라 언젠가는 떠나겠다는 의지도 희미해지네요.
새로운 도전길이 꽃길이길 기원합니다!
진심어린 댓글 고맙습니다!! 월급이 마약이라는 말에 공감을 대부분 많이 하시네요 ㅠ_ㅠ
퇴사면담 정말 어렵고 힘든 자리인데 거기서도 배울점을 찾으셨다니 놀랍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한 퇴사! 멋집니다~! 응원할께요^^
프로퇴사러라 연차는 짧은데 퇴사면담을 꽤 많이 했네요ㅎㅎㅎ응원감사히 받겠습니다!
글을 읽다보니 꼰대도 상대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내용이어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나이가 적어도 꼰대가 되기도 하고...
맞습니다 ㅎㅎ 쓰면서도 그런 생각 많이 했어요! 세상의 모든 것은 상대적이죠! :D 좋은 댓글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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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건네줘야 한다면 난 어떤 사람일지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잘 읽고 생각해보고 갑니다. :)
부족한 글인데, 조금이라도 얻어가는게 있으셨다니 :) 뿌듯합니다! 설 연휴 잘 보내시고, 앞으로 스팀잇에서 좋은 영감 주고 받았으면 합니다!
저는 주변에서 잘 할꺼야라는 말과 단순한 걱정 이 두가지 였던 것 같아요.
퇴사한 지금 열심히 달려가는 것 같은데 방향이 맞은지 성공인지는 아직 모르겠네요.
맞아요 단순한 걱정과 잘 할거야라는 말...!! 저도 제가 한 선택을 정답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