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팀]짧게 쓰고 깊게 쓰고 앞서서 쓰는 것,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픽션들.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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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명사들이 표현하는 현실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명사들의 숫자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것을 뜻한다. p.23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처음 들어보는 작가였다. 

하지만 현대 소설의 틀을 잡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해서 한 번 읽어본 책, '픽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픽션'을 표현해보자면

저자의 엄청난 문학, 철학, 과학 등 전반적인 지식들과

저자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스토리와 인물, 구조, 형식들이

실제인지 아닌지 모를 정도로 교묘하게 엮여있고 

그 안에는 또한 

사회에 대한 비판이나 인간, 지식에 대한 본질 탐구까지 들어있는 

70년 전 책이다. 


'픽션'은 단편집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읽어본 몇 안되는 단편집 중

가장 시간이 오래걸린 책이다. 

그냥 넘어갈 수 없을만큼 내용의 깊이가 있었고 

'고전'으로 분류되는 다른 책들과는 확실히 다르게

그 구조가 굉장히 현대 소설과 비슷했다.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꿈이 투영된 것이라는 사실.

이것이야말로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치욕이고 혼란스러운 것이 아닌가. p.75


이 책이 70년 전에 쓰여진 책인 걸 모른다면

현대로 와서 쓰여진 책이라고 해도 믿을만큼

굉장히 세련되면서 

그 안에 담길 철학적인 깊이. 

솔직히 소설은 음악정도는 들으면서 볼 때도 있는데

이 책은 그게 불가능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문장. 

A라는 책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A가 있는 장소를 가리키고 있는 B라는 책을 참조하고,

B라는 책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C라는 책을 참조하고,

그렇게 무한하게 되돌아가는 이런 모험들을 하면서

나는 내 인생을 허비하고 소비했다.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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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가있는책을읽으셨군요`` 내용이 궁금해집니다^^

정말 짧은데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고 해야되나,
예상하지 못한 깊은 책이었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한주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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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virus707 님도 한주 수고하시기 바랍니다.

으음..... 어떤 문제가 있는 부분을 해결하는 정확한 문서 자체가 없었다 정도로 해석이 되는군요....ㅠㅠ 저런 경우 진짜 미로에 빠진듯한 기분이 들죠.... 여길 찾아보는데 이걸로는 부족하고 또 찾아봐야 하고 ㅠㅠ 그래도 없고

아,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네요.
그 말씀을 들으니깐 예전에 국회도서관에서
하루를 보냈던 날이 떠오르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70년 전에 이런 통찰력 있는 글이 존재했다니 대단하네요.
자연 환경이나 기술은 70년 전과 완전히 다르지만, 인간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그 구성이 특히나 요즘 소설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저도 70년 전이라는 걸 다 읽고 나서 알았는데
굉장히 놀랐었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픽션들. 시간내서 읽어보고싶네요. 저는 사실 보르헤스가 선정한 작가들을 추려서 전집을 모은 ‘바벨의 도서관’시리즈를 통해서 보르헤스를 만났는데 에드거 엘런 포 편 읽고 재밌어서 관심이 갔어요. 이것도 나중에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아, 바벨의 도서관. 저도 들어봤습니다.
다행이네요. 제가 혹여나 책 이름을 까먹어도
제 포스팅 댓글이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 추천 감사합니다.

정말 옛현인들은 박수받아 마땅하지요

네, 정말 운이 좋게 잘 선택한 책이었습니다.
박수.
댓글 감사합니다.

학부생 때 제3세계 문학 수업을 들으며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평소에 읽던 소설과 다른 형식과 깊이에 깜짝 놀랐었죠ㅎㅎㅎ 원형의 폐허들이라는 작품을 인상깊게 읽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벌써 기억 저 너머로 사라졌네요..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군요!

대학 강의에서 논의할 정도로 남다른 책이었네요, 역시.
그래도 최근에 책을 읽은 저보다 훨씬 기억력이 좋으신데요?
저는 단편 제목까지 외우지 못했는데 찾아보니
제가 적어둔 문구가 '원형의 폐허들'에 나오는 문구였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제목만큼이나 내용도 저한테는 꽤 어렵네요!! 70년 전의 책이라니 더욱 놀라워요~

정말 70년 전 책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습니다.
고전은 시간과 상관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네요.
저는 제가 이 책의 내용을 몇 %나 이해했을지
계산해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얼마 안될 것 같거든요.
댓글 감사합니다.

아! 저랑 읽은 책들이 비슷하셔서 반갑네요 :) 픽션들... 처음에 읽다가 너무 머리아파서 덮었는데, 나중에 다시 읽으니 새로웠던 책이에요.

아. 이 책도 읽으셨구나.
정말 특이한 경험을 하게 해준 고전이었습니다.
다음에 이 책을 포스팅 하실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