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 [en] [적당히 낯선 생활 #2] [Our Unusual Day #2]두 손 가득 동질감을 사다 A shopping for a sense of belonging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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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불안

낯설었다. 영국에 대한 수없는 정보를 접하고 수많은 사진들을 보아도 역시 난 어쩔 수 없는 이방인. 런던에 한 번 여행을 왔었다던 남편도 묘한 불안을 느끼는 듯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영국 상황은 더욱 좋지 않았다. 우리의 낯선 마음에 불안감을 더하는 소식이었다.

몇 달 새 두 세차례나 일어난 테러와 외국인을 상대로 한 인종 차별적 폭행에 대한 소식들은 우리를 끊임없이 불안하게 했다. 혐오는 세계적이었다. 언제 어디서든 위협을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우리 마음 속에 자리잡았다. 그 때문일까. 여행지에 도착했는데도 마냥 설레지만은 않았다.

숙소 근처 동네를 둘러보자며 나선 동네 산책. 가볍게 시작하자며 나선 산책길이 어찌나 무겁던지. 설상가상, 우리를 향해 알 수 없는 소리를 빽 지르고 유유히 떠나는 한 남자를 만난 후로는 두려움이 배가 됐다. 런던에 왔다는 신고식 정도의 장난이었을지 모르지만, 인종 차별에 대한 어느 정도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나에게는 적잖이 위협적이었다. 물론 둘이 함께 다니니 혼자인 것보다는 훨씬 안전하긴 했지만, 누군가 갑자기 해코지하진 않을까, 예상치 못한 사고가 나진 않을까 하는 머릿속 불안한 생각들이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우리 숙소가 있던 월덤스토우Walthamstow 지역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사는 커뮤니티라고 한다. 그렇다 보니 할랄 음식점을 포함한 이국적인 상점들이 많이 보였다. 길거리에도 다니는 사람들도 우리가 일종의 편견처럼 갖고 있는 '전형적인 영국인'의 모습은 아니었고 그런 낯설음이 마음 속 불안감을 좀 더 조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어찌 보면 백인들만 모여있는 곳이 더 위험한 곳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The apprehension of strangers

It was strange. Even though I looked for countless pictures and information about England before going there, I was a foreigner no matter what. My husband who had been in London once seemed to have a strange anxiety, too. What made it worse were the things that happening in England about that time. News made us feel uneasy when we were already feeling strange.

News of two or three racist attacks on foreigners that took place in last couple of months were constantly disturbing us. It seemed that 'hatred' was overflowing all around world. Fears for a threat that could happen any time at anywhere, were embedded in our minds. Maybe that was why I didn't get excited all the way when I arrived at the destination.

As we started our walk around the neighborhood, thinking we should start off something easy, it got worse somehow. Worse yet, I got more frightened after a man who screamed at us for no reason and leaved slowly. It might have been a kind of a joke for welcoming us to London, but it was quite intimidating to me, since I was already having a fear of racism. Of course, I was a lot safer than being alone, but it was hard for me to stop thinking about the possibility of someone harassing us or any unexpected accident that might happen.

Walthamstow, where we stayed, is a community where people from various cultural backgrounds live together. Therefore, we could see many exotic restaurants, including Halal foods. On the streets, people were not looked as 'typical English people,' which we had as some kind of stereotype, and that kind of unfamiliarity made our hearts more uneasy.

두 손 가득 동질감을 사다?

두려움 반, 설렘 반의 묘한 감정으로 거리를 둘러보다 영국에서의 첫 끼를 먹었다. 런치메뉴가 있다는 말에 혹해서 들어간 캐리비안식의 레스토랑. 메뉴는 분명 샌드위치인데 가격은 괜찮은 레스토랑의 코스요리 정도다. 1인당 10파운드, 둘이 합치니 20파운드(한화로는 3만원 정도)를 족히 넘긴 금드위치를 먹고나니, 런던의 물가가 어느정도 실감이 났다. 점심으로 예기치 않은 큰 지출을 하고 나니, 자의반 타의반 저녁은 간단히 해먹기로 했다.

점심식사 후 자연스레 시작된 우리의 쇼핑. '구제 킬러'를 자처하는 우리의 첫 시선을 잡아끈 곳은 Charity Shop. British Heart Foundation이 운영 중인 곳이었다. (영국에는 NGO가 운영 중인 중고 물품 샵들이 곳곳에 많다. 굉장히 부러운 부분이다.) 비가 많이 내리는 영국에서 도대체 뭘 신고 다닐까 고민이 많았는데 마침 빨간 장화가 눈에 띠었다.가격은 무려 5파운드. 그야말로 완전 '득템'이었다. 두려운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점점 흥이 오르기 시작했다. 바로 옆에 있던 슈퍼마켓에서는 거의 혼이 나간 듯 바구니를 채워담았다. 우리나라에선 워낙 비싸 사기가 망설여지는 치즈와 버터가 저렴한 가격에 종류도 다양하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갓 구운 빵 냄새를 따라 들어간 빵집에서 빵도 샀다. 저녁용으론 이거, 아침용으론 이거 하며 사다보니 어느새 양 손이 무거웠다. 영국에서 유명하다는 대형 할인마트까지 섭렵하고 나니 자연스레 경쾌하게 원투 스텝이 밟아졌다.

쇼핑 후 두 손 가득 들고 있는 봉지들 때문이었을까. 동네 마실을 마치고 난 후에는 내가 마치 이곳에 속한 사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함께 길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동질감. 우리와 같은 슈퍼에서, 우리와 같은 브랜드의 우유를 마시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하니 괜히 친근했다. 물론 그들에게 우린 여전히 '동양 어디선가 온 외지인'으로 보였을지 모르지만, 나의 마음만큼은 뭔가 달라져있었다. 마치 나도 이곳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듯한 기분. 그곳의 물건을 사면서 그곳 사람으로 인정받은 기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묘한 착각에 빠진 순간부터 그곳과 그곳의 사람들이 처음처럼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두 손 가득 동질감을 샀다.

Shopping for a sense of belonging?

I had my first meal in England after I looked around the streets with a strange feeling of fear and excitement. We stepped into a Carrievish restaurant as there was a signboard about lunch menu. The menu was a sandwich, but the price was almost same as that of a good restaurant in Korea. After eating the 'gold-sandwich', which cost 10 pounds per person, I could finally feel London's prices. So my husband and I decided to make the dinner for ourselves after an unexpected big lunch.

Our lunch was 'naturally' followed by shopping. The first thing that caught our attention as 'vintage killers' was a charity shop. It was a shop running by the British Heart Foundation. (In UK, there are a lot of charity shops that run by NGOs all over the place, which makes us very envious of it.) In there, I found a red rain boots as I was worrying about the wether in UK where rains a lot. It was truly a 'lucky found.' The fearful heart I had before was nowhere to be found, and it was getting more and more exciting. At the supermarket next door, we picked up the stuff like bewitched people. Especially for cheese and butter, which are quite expensive in Korea, were so cheap and also there were so many kinds. Then we went to a bakery following a smell of freshly baked bread, and I bought breads from there. As we choose some things for dinner and for next morning, soon our both hands got heavy with many bags. After looking around a big mart which is famous in the UK, we started hopping our way back to the house.

Maybe it was because of the bags full of our hands after shopping. After the walk, I felt as if I were someone from there. I felt a sense of intimacy to those who walked by me on the streets. They felt more friendly to me as I think of them as people who drank a milk brand that I know. Of course, we were still looked as 'outsiders from somewhere East,' but my mind had changed then. It felt as if I was living in the neighborhood. It was a some kind of feeling of recognition as a person who live there from the moment I bought things there. I don't know why, but I didn't feel the same strange feelings from the place and the people anymore. Just like that, we bought 'the sense of belonging,' full in both h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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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가기 전, 숙소의 작은 고양이 웬즈데이와 함께. 고마워 네 덕에 런던이 조금 더 따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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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무시하게 비쌌던 샌드위치. 그래도 맛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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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덤스토우 동네마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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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채소, 다양한 치즈와 버터가 가득했던 슈퍼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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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가 너무 싸잖아!' 신이 난 치즈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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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는 길. 그제서야 월덤스토우의 아름다움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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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저녁식사.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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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메이드 여행기의 향기가 물씬 납니다 :)

감사합니다 :-) !

글도, 사진도 너무 아름답습니다 :)
그런데 인종 차별에 대한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군요. ㅠㅠ 저도 미국에 살면서 자주 겪어서 그런지 ㅎㅎ

맞아요 ㅠㅠ 여행해보니 실감이 나더라고요.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에서 런던의 우울한듯 분위기 있는 날씨가 느껴지네요~
득템은 항상 행복한 일인거 같습니다~^^

득템이 많아 더 행복한 여행이었던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오래전 런던생활한 적이 있는데, 런던관광객이 아닌 생활인의 얘기를 들으니 감회가 물씬 ^&^

와!! 여행하며 영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 많이 했는데, 영국 생활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안녕하세요, 우연히 들어와 여행기를 읽게 되었는데 영국이라니 반가운 마음에 팔로우하고 댓글도 달고 있어요ㅎㅎ 저는 영국에서 공부중인 학생인데, 일을 구하지 못하면 졸업과 동시에 나가야 하는 입장이기에, 여기 살고 있으면서도 붕 떠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자주 들어요. 글과 사진이 편안해서 시리즈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