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right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
2018년 새해 첫 전시
구정을 보내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남편에게 예정에 없던 전시를 보러 가자고 했다.
오랜만에 광화문도 나가보고 국립현대미술관도 갈 겸 점심을 먹고 아이와 함께 길을 나섰다.
종로 곳곳 아름다운 건축물들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성공회서울성당과 경운궁 양이재를 지나
남편, 아이와 함께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니 쌀쌀하긴 했지만 깨끗한 대기 상태와 봄 햇볕에 기분도 좋고 예전 추억들도 생각이 났다.
덕수궁으로 들어가면 덕수궁의 정전인 중화전이 있다. 왕의 즉위식, 신하들의 하례, 외국 사신의 접견 등 주요한 국가적 의식을 치르던 곳. 2010년, 궁궐에서 가장 상징적인 공간인 정전 내부를 일반 관람객에게 처음 개방했다. 내부를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는 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관람객이 많아 훼손이 걱정되었는데 얼핏 들은 가이드의 말로는 중화전을 곧 폐쇄한다고.
덕수궁 내에 위치한 1938년 완공된 석조전 서관이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이다.
고풍스럽고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공간을 일반인들이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 좋은 생각이다.
마침 오늘은 설날인 관계로 덕수궁 입장료 무료, 미술관 특별 무료 관람 일이라 우리 가족은 더 기분 좋게 입장.
덕수궁관은 오랜만이다. 예전에 일 할 땐 여기저기 잘도 돌아다녔는데 지금은 전시 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난다.
주로 내가 보고 싶은 전시는 아이와 함께라면 제대로 보는 건 거의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아기 때부터 같이 다니고 많이 보려고 나름 노력을 했다. 그저 딸아이가 자라서도 미술관, 갤러리, 전시하는 공간을 익숙하고 편안하게 느꼈으면 좋겠다.
담고 싶은 작품이 너무 많았지만 작품이 전시된 공간은 사진이 금지되어 눈으로만 담아왔다.
전시장으로 오르는 계단에 표시된 연도. 현재로부터 신여성의 시대까지 시간여행 가는 거라고 설명하는 남편은 내내 딸아이를 안고 고생해주었다. 그 덕에 오래간만에 여유 있게 전시를 볼 수 있었다. (여보 고마워 ㅠㅠ)
전시의 제목은 '신여성 도착하다(The Arrival of New Woman)'
일제강점기 신여성(New Woman)이라는 새롭고도 복잡한 현상을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 여성계몽과 해방운동, 신여성이 맞닥뜨려야했던 현실과 이상의 간극, 사회적 시선, 신여성 자체였던 여성미술가들의 작품과 글이 다양한 자료 형식으로 전시되어 있다.
1920-30년대에 등장하기 시작한 신여성은 구여성과 달리 주어진 운명이나 기준, 잣대대로 살지 않고 그들의 소리를 내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 누군가의 아내, 딸, 어머니, 며느리로 살아야 했던 굴레를 벗어버리고자 했던 그녀들의 목소리는 글에서, 그림에서 생생하게 들린다.
나혜석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나?
남녀 간 어떻게 평화스럽게 공존할 수 있을까?
여자의 지위는 과연 어떠한 것인가?
그림은 어떤가 하는 예술적 철학적 고민을 했다.
대표적인 신여성이자 화가, 문인, 여성운동가, 언론인으로 활동했던 나혜석의 어록이 있다.
"짐만 싸면 신이 난다." "속에서 부글부글 끊는 마음을 꾹꾹 참으며 형식에 얽매여 산 것이다." "나의 생활은 그림을 그릴 때 외에는 전혀 남을 위한 생활이었다." "자기 자신의 행복을 계획하여야 하겠습니다." "나는 할 일이 많았다. 아니 꼭 해야만 할 일이 부지기수다."
여성이 주체가 되어 작품을 하고 시대를 이끌어가는 선구자가 되려는 그의 몸부림은 고정관념과 확고한 이념들 앞에서 좌절을 겪었다. 하지만 그 좌절은 100년이 지난 2018년을 살고 있는 나의 좌절, 내가 하는 고민과 별반 다르지 않다.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오래된 관습에서 벗어나 사회로 나아가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한 그들의 시대와 딸아이가 살아갈 시대를 어떻게 이야기해주어야 할 지 고민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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