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풀타임 초보 엄마들
아이가 생기고부터 낳기까지 유별나게 준비했던 자연주의 출산을 처참하게 실패하고,
무리하게 욕심 냈던 모유 수유를 장렬하게 마칠 때 즈음 우연히 ‘북스타트’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자랄 때마다 모든 게 다시 리셋되는 외롭고 혼란스러운 육아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그런 때였다.
북스타트 활동가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엄마들이 모이는 일주일 단 하루 두 시간은 나에겐 꿀 같았다.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프로그램을 마칠 때 즈음 활동가 선생님이 제안해 주신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엄마들의 모임.
이 모임은 ‘잘잘잘 책놀이 공동육아’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자연주의 출산을 준비하면서 알아왔던 공동육아라는 육아 방식은 나에게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선택이었다.
게다가 나는 나의 어머니가 그랬듯이 별이에게 책과 친구가 되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책놀이’와 ‘공동육아’는 내가 정말 바래왔던 완벽한 조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와 우리 엄마들은 ‘살기 위해’ 모였다.
천천히 천천히 괜찮아
모임을 시작한 2016년 한 해는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 앞섰고 시행착오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뚜렷한 양육태도나 교육관이 아직은 없었던 열정이 앞선 엄마들은 서울시의 ‘부모커뮤니티활성화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차곡차곡 일을 진행해나갔다. 교육이라면 뒤처지지 않는 목동에서 의외로 공동육아 모임은 꽤나 생소하고 핫한 것이었다.
덕분에 지자체의 도움과 주변 엄마들의 관심을 받았고 2년 차에는 ‘공동육아활성화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좀 더 짜임새 있는 모임을 갖춰나갔다.
사업계획서를 쓰고 공무원을 만나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혼자가 아니라 가능했다.
잘잘잘 엄마들의 달란트는 정말 다 제 각각 이었다.
관심 있는 것도 잘하는 것도 모두 달랐다. 우리는 매주 책을 선정해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각자의 달란트대로 책놀이 활동을 병행했다. 물론 엄마들의 열정이나 재능만큼 아이들이 따라주었던 것은 아니다.
이제 돌이 지난 아이들은 각자 놀기 바빴다.
그렇게 1년 동안 매주 만나고 책을 읽어주었다.
변화는 2년 차에 서서히 시작되었다.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
책놀이 엄마가 책을 펼쳐 들면 아이들이 책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때 아이들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1년을 하니 되는구나 싶었다.
아이들은 매일매일 몰라보게 자라고 엄마들도 같이 자라고 있었다.
그때 즈음 나도 출산 후 어쩔 수 없이 놓고 있었던 책 읽기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잠깐잠깐 틈을 내어 책을 읽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성장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책 읽기 외에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도 했다.
특별한 장난감 없이도 숲에서 맨발로 놀고 멀리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전시, 공연도 보러 다녔다.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들은 서로를 ‘친구’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며 아기자기한 추억들을 만들어갔고 생애 처음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었던 엄마들은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물론 누구 엄마라고 불렸던 우리들도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며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남이 해주는 밥이 가장 고팠을 때 함께 끓여먹는 라면은 그 맛을 잊을 수가 없고, 엄마들 손맛대로 각자 만들어 나눴던 아이들 반찬은 고단했던 살림을 풍요롭게 해주었다. 아이가 밤새 아플 때 안부를 묻고 함께 걱정해준 엄마들 덕에 견딜 수 있었고, 힘들 때 이유 묻지 않고 함께 둘러앉았던 익숙한 그 공원 평상의 사계절도 잊을 수 없다.
우리는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며 독특한 서로의 결을 알아가게 되었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부르는 노래 잘잘잘
엄마로서의 매 순간 해야 했던 모든 결정들이 의심스럽고 확신이 들지 않을 때 우리는 서로를 거울삼아 비춰가며 2년 동안 아이들을 키웠다. 물론 지금도 아이와 관련된 모든 상황은 낯설고 실수투성이지만 2년간의 경험과 함께한 친구들 덕분에 덜 두려워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이 생긴 것 같다.
한 사람, 한 인생을 키워내는 정말 대단한 일을 하는 엄마들.
아이들의 책 읽는 소리를 듣고 싶어 ‘잘잘잘’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처음 바램 대로 엄마들은 아이와 함께 성숙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공동육아 너무 멋지세요. 아가들끼리 있는 저 모습 너무 아름답고 사랑스럽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