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마블은 어떻게 영화를 찍어내도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완성시켰네요. 아쉬운 점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센스있는 유머, 깔끔한 스토리 등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모든 지점서 잘 만든 영화입니다.
영화만 따져도 2번째 리부트인지라 "또 거미에게 물리고 스파이더맨 되는 이야기로 시작되나?" 싶었는데, 마블은 영리하게도 그 지점을 빠르게 넘기고 바로 히어로 스파이더맨에 포커스를 맞춥니다. 그러다보니 히어로 무비 1편들의 단점인 지루한 초반부가 없어서 좋았습니다. 그 공백은 <스파이더맨>만이 갖고 있는 학원물적 속성으로 깔끔하게 메웠고요.
영화는 열다섯 살의 미성숙한 히어로를 너무 잘 묘사해냈습니다.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 규제에 대한 반항 등 사춘기 소년의 감성을 제대로 보여줬어요. 톰 홀랜드의 앳된 얼굴
과 탄탄한 몸매과 연기력은 그 설정을 100% 끌어냅니다. 영화 내내 톰 홀랜드는 영웅 스파이더맨과 똑똑한 너드 피터 파커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어요. 그 간격은 스토리가 전개되며 자연스레 메워지고, 마지막에는 한 명의 완성된 히어로가 탄생하게 되죠.스파이더맨 시리즈와 MCU 전개에 관한 떡밥이 엄청나게 엄청나게 풀렸는데, 이게 스토리와 잘 섞여 들어가서 어색함이 없습니다. 데미지 컨트롤에 대한 언급이나(MCU에서는 처음으로 제대로 나온 것 맞죠?) 스파이더맨 시리즈서 나올만한 빌런들이 조금씩 얼굴을 드러냈죠. 이니셜을 활용한 반전도 좋았구요. <홈커밍> 안의 떡밥만으로도 어벤저스와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도 엄청 커졌네요.
빌런 벌쳐는 MCU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복합적인 빌런입니다. 세세한 설정을 통해 악행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연출을 통해 심리적인 충격도 강하게 선사합니다. 벌쳐와 스파이더맨의 첫만남은 대부분의 관객을 충격에 빠뜨리고, 이어지는 대립은 영화의 장르를 흔들어버릴 정도로 압도적이죠. 그렇다고 마냥 악역도 아닙니다. '어벤져스같은 높으신 분들은 우리의 삶 따윈 신경도 쓰지 않는다'라는 말로 스파이더맨이 소시민을 위한 히어로로 남게 되는 계기도 선사합니다. 제모 남작과 함께 MCU의 가장 매력적인 빌런이 아닐까 싶어요.
깔끔했던 다른 요소들에 비해 액션은 좀 아쉬웠습니다. 악역이었던 벌쳐도 캐릭터의 성격이 매력있던거지(소시민 빌런이라니!) 액션이 좋았던 것은 아니라서 최종 결투도 생각보다 밋밋합니다. 거미줄을 이용한 전투가 반복되다 보니 질리는 면도 있었구요. 다음 편에서는 스파이더맨 특유의 유연하고 테크니컬한 액션들이 더 드러나야되지 않을까 싶어요. 스파이더맨도 성장했으니 액션도 더 빠르고 경쾌해지겠죠.
<원더우먼>을 보면서 'DC도 이제 궤도에 올라서는구나' 싶었는데, <홈커밍>을 보니 격차가 아직도 꽤 벌어져 있네요. DC가 아직도 고전적 히어로물 스타일을 벗어나지 못하고(아니 심지어 그것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고) 있는데 비해, 마블은 이미 히어로에 맞춰 다양한 스타일의 영화를 뽑아내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퀄리티가 떨어지면 문제인데 그것도 아니구요. 그나마 별로였던 <토르>까지 이번 시리즈에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면, MCU의 독주는 앞으로도 꽤 오래갈 듯 싶습니다.
p.s) 숙모가 체고시다..
p.s 2) 쿠키영상 끝까지 꼭 보세요 -_- 캡틴아메리카 때리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