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전편만한 속편은 없다고... 저도 전편에서 깔끔하게 마무리를 하려고 했는데, 과분한 보팅도 받았고, 또 살짝 중간에 끊고 나온 느낌이라 조금만 더 생각을 이어 가겠습니다. ^^;; 제가 왜 상거래 생각을 했는 지는 전편의 댓글에 좀 더 자세히 설명을 드렸으니 그 뒤부터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실물 거래를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신용일텐데요. 돈이 오가는 건 블럭체인으로 해결을 한다고 해도, 실물을 보내고 받고 하는 문제가 끼면 여러가지로 복잡해지기 때문에 신용을 뒷받침 해줄 정교한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다행히 이미 그런 시스템들은 스팀잇 밖에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잘 연걸을 할 것인가만 고민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으로 유학을 간 게 97년 말인데요, 당시에 야후 옥션과 이베이가 화제를 일으키며 막 자리를 잡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는 야후 옥션이 더 컸는데, 이유는 야후 옥션은 물건 올릴 때 돈을 안 냈고, 이베이는 등록비가 있었기 때문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이게 결과적으로 야후에 업자들이 도배질을 하는 계기가 되어 이베이가 야후를 제끼는 원인이 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저도 처음에 야후 옥션에서 팔고 사고 좀 하다가 드디어 99년 9월 이베이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온라인 상거래에 뛰어 들게 되었습니다. 아, 그렇다고 장사를 한 건 아니고, 그냥 이것 저것 팔고 사고 했다는 겁니다. ^^;;
당시엔 아직 페이팔이 나오기 전이었고, 전 아직 학생이라 신용카드를 만들기 전이라 주로 우체국 머니오더(우리 말로는 우편환이라고 해야할까요? 어쨌든...)를 썼는데, 우체국에 가서 머니오더를 사서 우편으로 부치면 길게는 그걸 주고 받는 데에만 4~5일이 걸리는 그런 방식이었습니다. 받고 나서 물건을 부치면 또 4~5일. ㅠㅠ 개인 수표를 쓰면 은행에 넣고 수표가 결제가 될 때까지 기다려서 물건을 보내는데 그러면 거래가 완료되는 데에 최장 한 달이 걸리는 수도 있었습니다.
지금 보면 참 어떻게 그렇게 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더 황당한 건, 당시엔 이베이는 회원간 돈 거래 과정에 개입을 안 했었다는 겁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에스크로 서비스 같은 걸 제공하기 전의 중고나라 같았다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차차 페이팔도 나오고 에스크로 서비스도 나오고 했지만, 그건 그냥 선택사항이지, 요즘 오픈마켓들 처럼 중간에 돈을 받아서 건네주는 방식은 아니었습니다.
전적으로 회원들이 서로 믿고 거래를 하는 수 밖에 없었던 거죠. 그래서 거래가 끝나고 양자 간에 주고 받는 피드백 점수와 리뷰가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그게 어느 정도 쌓이면 신용을 보증할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신뢰할 수 있는 3자가 중간에서 돈을 맡아주는 거에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인데 참 어떻게 그렇게 많은 거래를 했는 지 모르겠습니다. ㅋ 게다가 한국보다 훨씬 넓고 민심도 더 흉흉해서 직거래를 하기가 쉽지 않은 나라에서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평판 한 줄 믿고 그렇게 거래를 했는 지... 무식하면 용감하단 생각 밖에 안 듭니다. ^^;;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죄송합니다, 제가 자꾸 말이 늘어지는 습관이 있어놔서... ㅠㅠ 정말 이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솔직히 에스크로 서비스가 없어도 시작을 할 수는 있다는 거를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그 말은, 우리가 스팀잇에서 실물 거래를 시작하는 건 출발단계의 준비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할 지에 대한 고민이지 20여년 전처럼 전혀 새로운 방식의 상거래 시스템을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구요. ^^;;
돈을 중간에서 맡아줄 제 3자 시스템은 역시 처음부터 있는 게 없은 거보다 나을 거 같으니 그거만 잘 만들면 될 거 같은데요.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걸까요? 전 개발자도 아니고, 뭔가 큰 프로젝트를 끌고갈 역량이 있는 사람도 아니라 잘은 모르겠지만, 왠지 관련 분야에 계신 분들이라면 의외로 쉬운 해결책이 있을 거 같다는 생각도 막연하게 들긴 하는데요. ^^;;
생각하는 게 돈 드는 것도 아니고 하는 김에 좀 더 나래를 펼쳐보면... ^^;; 제 생각엔 우선 물류 시스템도 그렇고, kr같은 지역 기반 서브 커뮤니티에서 시작을 해서 국가간 거래로 확장이 되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스팀잇을 통해 한국을 넘어 세계인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도 더 넓어질 거구요.
저도 처음 스팀잇 시작하면서 기왕 하는 거 국제적으로 놀아야지... 하면서 의도적으로 kr은 피했는데요, 아무리 영어를 좀 깨작되는 수준이라고 해도, 실제로 편견이나 선입견 같은 걸 완전히 배제하고, 매너에 대한 다른 인식도 극복을 해가면서 소통을 하는 건 간단하지 않은 일이라, 결국 천마디 말을 한다는 사진을 선택한 거였습니다만, 실물 거래는 그런 면에서 벽을 허무는 데에 더 유용할 거라고 봅니다. 일단 거래만 무사히 마치면 신뢰를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정제되지 않은 생각을 주고 받아 오해를 만들 필요가 없으니까요.
사실, 실제로 시작하면 아무래도 가격 책정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거 같긴 한데, 제가 그 정도로 용의주도하게 생각하고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요... ㅠㅠ 지금 당장은 제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건 여기까지 인 거 같습니다. 혹시 관심이 가시거나 비슷한 생각을 하셨던 분들이 계셨다면 의견을 주셔도 좋을 거 같고, 프로그램 개발 능력을 갖고 계신 분들이 선도적으로 뭔가 시작해주신다면 적극 동참하고도 싶습니다.
어쨌든 제가 가진 게 많아서 나눔도 하고 임대도 하고 하면 좋겠지만, 그런 게 없으니 그냥 돌아다니며 받기만 하는 게 좀 미안하기도 하고 무기력하단 생각이 들 때가 많았는데, 어제 그 글을 쓰면서 아, 뭔가 나도 커뮤니티 발전과 확장에 기여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또 무슨 생각이 나면 부족할테지만, 좀 더 뻔뻔스럽게 나타나서 툭 던져놓고 갈 거 같습니다. 너무 뭐라 하지만 말아주시면...^^;; 그럼 다음에 또 다른 글로 찾아 뵙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같이 멀리 날아보잔 의미에서 갈매기 사진 하나 올리고 가겠습니다 .^^
훨훨 날면 좋겠네요
같이 날개짓을 하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