寢不尸(침불시)
居不容(거불용)
논어(論語)에 나오는 말이다.
침불시란 잘 때 시체처럼 꼿꼿이 하고 자지 않는다는 말이며,
거불용이란 집에서는 얼굴을 차려 꾸민 듯 하지 않는다는 말이니,
엄숙한 모습이 아니라 그저 편한 모습으로 계신다는 말이다.
그런데,
침불시에 대하여는 유장상법(柳莊相法)이란 관상서에서도,
역시 비슷한 가르침이 전하여 지고 있다.
臥乃寐之安,不可不穩。凡臥如龍之盤,如犬之曲,乃貴人之相。
凡睡將手抱頭者,善明詞訟。長腳長手,爲停屍,大不好也。
드러누워 잘 때는 편안한 자세이니 불가불 안온하다.
무릇 누워 있을 때는 용이 반석에 쉬고 있는 것과 같거나,
개가 등을 구부려 웅크리고 있는 것 같은 자세라야,
귀인의 상(相)이다.
무릇 자면서 손으로 머리를 껴안듯 한 자세라면,
분명하니 이는 송사에 휘말리는 상이다.
다리가 길고 손이 긴 모습,
즉 손발을 쭉 뻗고 시체처럼 꼼짝없이 자는 모습은
크게 좋지 않은 자세다.
大概睡欲曲,行宜直,方爲妙格。
대개 잘 때는 웅크려 자고,
낮에 나다니며 움직일 때는 반듯하게 곧으면,
가히 좋은 격(格)이라 할 수 있다.
내 생각 하거니,
무릇 해가 있을 때는 이를 본받아 방정(方正)하니 곧게 행동하고,
달이 뜰 때는 그 자애로운 품에 안겨, 웅크려 편안히 쉬노니,
이는 다만 때를 알기 때문이리라.
내가 소싯적 군대에 있을 때,
P라는 후임병이 하나 있었다.
그는 약간의 정신질환이 있어,
몇 차 후송도 가곤 하였으나,
용케도 자대로 귀환하여 한동안 함께 지냈다.
그는 책을 많이 읽어 여느 병사들과는 다르게 아는 게 제법 되었다.
“공자님 말씀이 침불시(寢不尸)라 하였으니,
저는 이리 웅크려 새우잠을 잡니다.”
그가 침상에 누어 내게 이리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는 소위 고문관 노릇을 하다 끝내 견디지 못하고 다시 후송을 가고 만다.
그가 어느 날,
내게 책 한권을 선사했는데,
토마스 만의 “마(魔)의 산”이었다.
PMH, 침불시, 마의 산 …….
수십 년 한참 전에 이미 의식 밑으로 잠겨버린,
이런 단어들이 함께 날아올라 마음 밭에 긴 잔영(殘影)을 남긴다.
龍之盤,
犬之曲이라
이 또한 아주 재미있는 표현이다.
너른 반석 위에 신령스런 용이 척하니 쉬고 있는 모습이라니,
오늘 밤 절로 용꿈을 꾸기라도 할 것 같은 기분이다.
게다가 강아지 한 마리가,
댓돌 위, 순이가 벗어논 고무신짝에 머리를 괴고는,
슬쩍 몸을 웅크린 채, 봄볕에 졸고 있는 모습이 떠오르며,
우리들로 하여금 잔잔한 미소를 짓게 만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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