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가 없는 내일 덕에 느지막이 저녁을 먹는다. 오늘이 내일에 이끌리지 않는다는 싱그러운 여유를 만끽하며 풍족하지 않은데 여유가 가당키나 한 걸까? 라는 생각을 문득한다. 어쩐지 나는 부족하지만 행복해라고 연신 말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행복하다는 말을 굳이 꺼내지 않는 사람들의 나른한 기지개를 보면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하다.
개인의 부가 살아가는 데에 있어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세상이 온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 최근 천정부지로 솟는 물가와 집값을 보면 정말 눈앞이 캄캄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대지의 광활함에 경탄하던 선조들은 훗날 미래의 젊은이들이 좁은 단칸방을 전전하며 모든 의식주를 해결하리라고 상상은 했을까?
어쩌면 정말 남의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그마저도 라면보다 훨씬 맛있고 영양가도 좋다며 기분 좋게 먹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저소득층 젊은이들에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학업 때문에 혹은 시험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고향을 떠나 서울에 상경한 대부분의 이야기이다.
자랑은 아니지만 고시원 생활도 그리고 원룸 생활도 해 봤던 사람으로서 이들이 얼마나 많은 죄책감을 안고 하루를 버텨내는지 잘 알고 있다. 밖에서 밥을 사먹을 수 있을만한 충분한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죄책감 때문에 결국에 방으로 돌아와 라면을 끓여먹는 이들의 죄책감의 근원지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보아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요새 젊은 사람들은 돈을 모을 생각은 하지 않고 먼저 쓸 생각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 물론 주변에는 계획적인 소비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러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을 바라보며 알게 된 것 한 가지는 계획적인 소비를 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계획은 목표를 기반으로 하는데 그것이 실현 가능한 범위 내에 있을 때에 실효성을 가지게 된다. 다시 말해 목표가 터무니없이 먼 곳에 있다면 계획이란 것이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내 주위에는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서울에 그리고 지방에 사는 사람들도 다양하게 있다. 그들 중 서울에 거주하는 대기업에 일하는 지인들과 직업과 관계없이 지방에 사는 지인들이 계획적인 지출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뚜렷했다. 대부분은 종자돈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훗날 자기 명의의 부동산을 소유하기 위한 돈이라고 하였다. 결국에 집값이 치솟는 서울에는 그 상승폭을 따라 갈 수 있는 구매력을 벌어들일 수 있는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과 지방에는 비교적 낮은 집값이 그들을 꾸준히 운동시키는 힘이였던 것이었다.
물론 주위 환경과 무관하게 계획적인 지출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그리고 그러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으나 계획적 지출을 지향하는 대부분이 포함된 군은 부동산 소유라는 공통된 목표를 일삼아 현재 소비습관이 얼마나 사회적인 현상인지 상기시켜 주었던 것 같다. 목표 없이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참고 버틴다면 달콤한 과일을 맛 볼 수 있다면 참고 버티지 아니 할 나이를 먹을 대로 먹은 성인이 어디 있을까?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은 과거에 어려움을 끈기로 버텨내기 위해 쓰였던 모습과는 역설적인 모양을 띄고 있지만 각박한 환경에서 이상향을 쫓아간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그들에게 억척스러움 없이 손가락을 올릴 수 있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그렇다고 해서 청년이 살기에 우호적인 정책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결국엔 공공재라는 것 또한 그것에 대한 지식과 접근성이 충분히 있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라 복지의 혜택을 받고 자라난 경험이 전무한 대한민국 청년들에겐 그것들의 실행에 있어 비효율적인 측면을 드러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실력 있는 집행자의 손길을 거치지 않는 이상 우리가 이미 친숙한 시장보다는 좀 더 비효율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결국에 젊은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내 집 마련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곳 그리고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 자유로운 곳이다. 물론 여러 가지 인습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긴 하지만 전자의 것들만 해결되어도 한결 가벼워 질것임을 장담한다.
끝으로... 지금의 20대 는 정말 불평이 많고 화가 많이 난 세대인 것 같다. 이에 대해 그저 만족할 줄 모르는 하나의 이변의 세대로 간주하는 안일한 태도를 가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 세대가 공통적으로 겪는 것은 절대 개인적인 것에 국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의 목소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진솔한 관심을 가지면 앞으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지금의 20대는 30대, 40대, 50대, 60대에게 많은 사과를 받아야하는 세대라고 생각해요. 얼마 벌지도 않은 돈을 쓸 생각부터 하는 안타깝고 답답한 모습이 아니라.. 좁고 어두침침한.. 먹고 자고 씻고 공부하고를 한평도 안되는 곳에서 해결하면는 악착같은 공간에서 라면을 끓여먹고 지내도.. 아무리 아껴도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런 선택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고도 보여집니다.
이 시대의 30대로서.. 너무 미안하고 너무 안타까운 것은 정말 사실입니다.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와 관련된 제 기존의 생각을 길게 적다가 지웠어요. 저의 생각도 확립된 것이 아니고,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진 편협한 생각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요. 20대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많이 화가 난 시대같아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