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글에 가격표가 붙는다는 것.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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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물건을 고르던 가격표를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게 책이건, 전자제품이건, 감성을 채워주는 제품이건 합리적인 구매를 하기 위해선 가격표를 보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요. 이상적인 블록체인 시스템 위에 세워진 스팀잇에 처음 접했을 땐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보상을 받는 것을 보고 정말 감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부터 가격에 따라 순위가 정해지는 체계를 보고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 졌습니다. 기인지우 일수도 있으나 이 감정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 보았습니다. 왜 이렇게 느끼는 걸까? 공유하는 생활을 장려하는 이 좋은 시스템이 왜 이렇게 불편할걸까? 반추해보니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공평한 분배의 모습은 이런 것인가?

오랫동안 타 플랫폼에서 많은 채널과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분들의 글을 읽었습니다. 최소 1년은 꾸준하게 해야 수익이 날까 말까 하는 것에 비해 직접적으로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스팀잇의 보상체계가 얼마나 혁신적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과 별개로 가격에 의해 순위가 매겨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켠이 서늘해지더라고요. 모든 글에는 고유의 가치가 있다고 말하지만 가격표가 이토록 공공연하게 순위의 척도가 되는 것을 보니 그 가치가 많이 희석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개인의 일상의 공유가 상품화가 되는 날이 이미 도래했다는 게 좋다가도 석연찮은 기분이 동시에 들더군요.

물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의 다른 SNS 플랫폼도 방문자수 및 팔로워에 비례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선 소수의 유저들만 수익을 창출하는 데에 관심이 있었기에 가격표와 무관한 일상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스팀잇도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면 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가격표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많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생각해보면....

공평한 분배의 모습이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라고 믿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기존의 회사들은 이런 일상들이 모이고 모이는 커뮤니티의 소유권 이라는 큰 가격표를 통해 수익을 창출했습니다. 이제 그것이 개인의 몫으로 돌아가고 개인의 일상과 생각들에 작은 가격표가 붙게 되니 이것이 이상이 실체화 된 하나의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머지않아 블록체인 기술이 좀 더 보편화가 되면 얼마나 많은 가격표가 더 나은 가치를 위해 발버둥칠지 그리고 그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걷는 초연함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지 걱정 아닌 걱정이 듭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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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20일 동안 열심히 활동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스팀 임대 회수 일주일 뒤에 하겠습니다~!!

actapeta 님 제가 회수가 일주일 걸리는 줄 알고..실수로..일주일 먼저 회수해버렸습니다ㅠㅠㅠ

앗. 아닙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jhyun6913.park 님 덕분에 밴드위쓰 걱정 안하고 원하는 스팀잇 생활 마음껏 할 수 있었습니다. 제 글 좋아요도 많이 눌러주셔서 정말 스팀잇 하면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자유와 평등사이~~~ 에서 우리는 늘상 가슴아파 해야하는게 현실이지 않을까 합니다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는글 감사합니다

이상(理想)을 모두 담은 제도를 만든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것이지요.
저도 처음에는 왜 대세글에 보팅이 높은 글들만 있는 것일까.. 열람수가 많은 글이 대세글인가.. 보팅금액보다 보팅수가 높은 글이 좋은 글은 아닐까.. 많이 고민해보긴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라는게 어느순간 주어진 제도 속에서 순응하고 적응하면서 살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actapeta님께서 글로 이런 내용을 전달해주시니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그 동안 또 잊고 지냈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정말 궁금해 집니다! ㅋㅋ

글에 가격표가 붙는다는 말이 참 공감이 갑니다. 가격표가 품질을 항상 보장해주지 않는 다는 생각이 드네요 팔로우 하고 갑니다!

숫자 앞에서 초연함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스팀잇같은 플랫폼이 여럿 생긴다면 정말 혼돈의 시기가 오겠네요.. 그냥 큰 기대 안하는게 정신건강에 좋을거 같아요

공감합니다. 스팀잇을 처음 시작할 때 생각하던 스팀잇과 활동 3주 정도 지나고 생각하는 스팀잇은 많이 다르네요.

그래도 기존 SNS나 블로그에 비해 좀 더 공평한 플랫폼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공평한 분배에 대해 생각해보게되네요
포스팅 잘 읽고가요

이전의 sns보다야 낫지만... 그래도.. 참...
그나마 이정도로 발전한 것이 대단하다 생각합니다!

시작한지 얼마안된 뉴비가 팔로우와 보팅하고 갑니다~
앞으로 좋은 글과 좋은 교류 부탁드려요~

품질향상에 힘좀 써야겠네요^^

자본의 과점은 필연적으로 권력의 독점으로 이어지지만 블록체인은 가진만큼의 권력만을 가질 수 있으므로 ... 저울이 평등쪽으로 약간 기운 느낌?? 그래서 전 초연할 수 있을거 같아요

제가 새드님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ㅋㅋㅋㅋㅋ

개인 일상공유의 상품화... 이 부분은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확실히 한번 깊이생각해봐야 할 이슈네요.
높게 팔릴만한 일상이 있고 누군가의 일상은 적게 가치매김당하고... 이렇게 인식된다면 큰 문제일 것 같습니다. 그에 따라 내 평범하지만 소중했던 일상이 초라하게 느껴진다면....? 끔찍하네요.

모든것에 장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인스타 맞팔 현상을 보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감사합니다!

충분히 공감합니다. 사람들의 평가에 따라 글에 값어치가 매겨진다는 게 그동안 별다른 보상 없이 글을 써오던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겠지만, 전체적으로 글의 퀄리티나 수준 향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보기는 어렵겠죠.. 아직은 개개인의 윤리의식(?) 말고는 해답이 없을 것 같고, 함께 고민해나가야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일단은 새로이 시스템보다 글 작성자에게 보상이 돌아가는 세계가 탄생한 것에 만족해야할 것 같아요^^ㅋ

우선은 너무 감사하지만 언젠가는 맞닥뜨려야 할 문제인것 같아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글에 보상이 주어지는 건 반가운데 여기에 막상 가격이 붙으니 마음이 불편해지는 건 자연스럽지만 모순이기도 해요. 모든 글에 똑같이 보상을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보상을 하려면 기준에 따라 가격이 매겨져야 하죠..ㅎ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 격차가 너무 크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은 듯 합니다.

다양한 보상 시스템과 플랫폼 디자인의 변경이 언젠가는 필요할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트렌딩이 아니라 랜덤이 있으면 좋겠더군요. ㅠㅠ

짱짱맨은 스티밋이 좋아요^^ 즐거운 스티밋 행복한하루 보내세요!

오래 전에 보고 댓글을 달려고 했는데 여차여차 늦었습니다... 저도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어쩌면 스팀잇은 글도 상품화시켰고, 관계도 상품화시켰습니다. 저도 처음에 글에 가격표가 붙어있는 걸 보고 왠지 거부감이 들어 들어오지 않으려 했거든요. '상업적인 글만 많아지는 거 아닐까?' 했는데 제가 하나만 생각하고 둘은 몰랐던 것이었습니다. 좀더 깊이 생각해보니, 상업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는 있을 수가 없겠더라구요. 광고가 앞에 붙어있는 시스템의 콘텐츠들은 자극적인 제목과 썸네일을 달고 무조건 클릭을 유도하죠. 그런 구조 안에서는 쓰레기 같은 내용을 올려도 돈을 법니다. 하지만 읽고 나서 보상을 지불하는 스팀잇은 전적으로 사람에게 평가를 맡기니, 당연히 사람들이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려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상품화하고 모든 것에 가격표를 붙이는 시스템이 싫었는데, 생각보다 오히려 '이타적이어야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이 스팀잇에 매력을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쓰신 글을 읽고 제가 생각했던 지점과 너무 비슷하여 저도 여러가지 자문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분명 관계도 상품화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게 맞는 건가, 하구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