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틸다(1996)’와 ‘모두에게 실질적 자유를(판 파레이스)’에 담긴 자유.
대학 입학(교육)은 자유를 설명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대표적인 예다.
누군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녀)가 대학의 입학 허가를 받으려면 그(녀)의 학업 능력이 그 대학이 인정하는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그런데 그(녀)의 학업 능력은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을 기회나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에 달려있다.
어느 대학 혹은 더 나아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자유가 있다고 말하기 위한 조건으로 이런 기회들이 추가되어야 한다.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는 자유는 ‘형식적 자유’다. 이 ‘형식적 자유’를 실현할 물질적 수단을 포함하는 ‘기회’라는 요인이 추가될 때 ‘실질적 자유’가 된다. 실질적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는 기회 집합을 축소시키는 요인들을 ‘가능한 한’ 제거한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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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는 똑똑한 소녀다. 마틸다의 아버지는 중고차 딜러다. 적당히 잘 산다. 마틸다는 충분한 영양공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마틸다의 부모는 마틸다를 돌보지 않는다. 책을 사 달라는 마틸다에게 책보다는 TV가 낫다며 TV를 강요한다. 어린 마틸다는 먼 거리를 걸어가서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
마틸다는 자신이 원하는 교육을 받을 자유가 있다. 그런데 그 자유를 누릴 기회가 없다. 하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그 기회를 만든다.
어린 마틸다가 걸어서 갈 수 있는 (아주 멀긴 하지만) 곳에 있는 공공도서관은 마틸다의 자유를 위한 ‘기회 요소’가 된다. 그렇지만 만약 집 근처에 공공도서관이 없었다면 마틸다가 아무리 천재라도 대학에 갈 자유가 침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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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서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고 책(교육)을 지원받는 ‘기회’를 가진 이들에게 대학에 갈 자유는 ‘형식적 자유’이자 ‘실질적 자유’이지만, 그 ‘기회 요소’가 없는 이들에게는 대학에 갈 자유란 그저 ‘형식적 자유’일 뿐 ‘실질적 자유’가 아니게 된다.
마치 공기처럼 자신 주위에 널려 있는 풍부한 ‘기회’를 ‘당연하게’ 가지고 있는 인간들은 ‘기회’가 없는 상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기회가 없는 이’들의 자유와 ‘기회가 있는 이’들의 자유는 단어는 똑같지만 실질적인 의미는 달라진다. 이 사회의 큰 병폐 중 하나는 ‘기회를 가진 자’들이 ‘기회가 없는 자’들을 게으르거나 우둔하다고 비난하는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게으르다고 비난할 수는 있지만 그 비난을 정당하다고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전혀 다른 문제로 보인다.
게으르지 않을 수 있게 태어나는 것도 운이겠지요.
네. 그런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