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근무하는 회사 건물에는 청소와 각종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잡역부(janitor)들이 있습니다. 보통 이들은 가난한 조국에서 태어나 많은 부양가족을 보살피기 위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타국에서의 이런 힘든 일을 자청합니다.
그들은 받은 월급의 대부분을 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하므로 막상 제대로된 먹거리조차 먹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들 중 한명이 대회의실에 마련된 귀빈용 소파에 누워 잠을 자거나 음악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일했던 저의 정서로는 이해하기가 힘들어, 팀에 같이 근무하는 현지 직원에게 회의실이라는 공공장소에서 근무시간에 저렇게 누워 있는 건 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얘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열띤 토론 끝에 결론적으로 그날 저는 인정이 없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처럼 취급되고 말았습니다. 문화적으로 이곳의 무슬림들은 가난한 자, 약자에 대해 대단히 관대한 편입니다.
굳이 면피를 위해 첨언을 하나 하자면 사실 저는 누구보다도 이들을 많이 챙겨주는 사람입니다. 크건 작건 항상 팁을 줍니다. 우리 돈으로 치면 많아야 3천원 정도의 돈인데 이들에게는 몇일치의 식비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이 곳은 내일부터 이슬람력 9월인 "라마단"이 시작됩니다. 라마단 기간 한달간은 해가 떠 있는 동안 물과 음식, 담배 등 모든 것을 금하는데, 이에 따라 무슬림이 아닌 저희 직원들도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만 음료나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무슬림 친구에게 기원을 물어보니 초대 선지자인 모함메드가 무려 한달간이나 물과 음식이 없이 사막을 횡단한 끝에 신의 계시를 받았던 사건을 기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고통을 직접 체험하면서 평소에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다고 합니다. 이 기간 중에는 "나눔"이 권장되는 수준을 넘어 거의 의무화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무슬림들의 이런 선한 습성을 이용해 인근 두바이 등의 부유한 도시에는 "프로 거지"들이 상존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교회나 성당에 해당하는 모스크 앞에서 구걸을 함으로써 라마단 기간에는 월수입이 1억이 넘기도 합니다. 연수입이 아니라 월수입입니다.
그런가하면 오늘은 라마단을 하루 앞두고 크립토 시장에서도 대규모의 나눔행사가 일어났습니다. 그간 많은 의혹이 일어왔던 USDT 대신 TrueUSD라는 종목이 최근 여러 거래소에 상장되고 있는데, $1의 실물 화폐를 에스크로 형태로 여러 신탁회사에 예치하여 안정성을 높인 종목입니다. 당연히 가치는 $1에 고정(pegging)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5월 18일에 바이낸스 거래소에 상장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체 불명의 투자자들이 업비트 등의 거래소를 통해 높은 가격에 이를 매수하여 순간적으로 무려 36%의 시세 폭등이 일어났습니다. 당연하지만 몇시간 후에는 종전의 가격으로 회복되었습니다.
아마도 얼어 붙은 시장에 누군가는 의도적인 나눔을 실천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는 컨퍼런스 2018 등을 통한 각종 호재가 쏟아졌음에도 크립토 시장에는 붉은 비가 내린 날이 되었습니다. 대장주 비트코인이 하락하면서 거의 모든 알트코인들이 대하락하는 또 한번의 사이클이 나타났습니다.
시장의 하락 무드 속에 내심 기대했던 비트코인 캐시의 하드포크 후 컨센서스의 형성도 느끼기 어려웠던 아쉬운 하루가 되었습니다.
작년에 이 시장에 진입하신 분들은 전설같은 얘기들을 많이 겪거나 들으셨을 것 같습니다. 재미삼아 그래픽 카드로 이더리움 캐다가 귀찮아서 안 팔고 몇달 방치했더니 몇억이 되었다거나, 아무 종목이나 사놓고 내리든 오르든 항상 가만히 있기만 했더니, 결국 몇배나 올랐다더라는 전례 동화 같은 일이 불과 몇달 전에 나타났습니다.
올해는 4월 정도를 제외하면 대단히 지루한 장세가 펼쳐지고 있지만, 그렇게 불같이 올랐던 작년 한해도 사실은 크게 오른 날은 열흘 정도에 불과했다는 통계를 보면 아직 많이 남은 2018년의 기회들을 찾아낼 신중함과 인내심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한편, 일주일 전에는 한때 남미의 부국이었던 아르헨티나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였습니다. 국가발행 화폐만이 사회적 효용이 있다고 말하는 누군가에게는 아래의 그래프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불과 10년 사이에 그 가치가 90%나 하락하였습니다.
손으로 만질 수 없는 크립토들에 대한 의심이 여전하고 한탕주의 사기꾼들이 횡행하는 등 투자시장으로서도 성숙하지 못했지만, 가만히 숨을 쉬고 있는 순간에도 끝없이 영원히 가치가 하락하는 초상화 화폐의 시대에 어쩌면 우리는 마지막 기회의 끈을 잡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p.s. 오늘은 오랜만에 차분한 90년대의 팝송 한곡 소개 드립니다.
채굴기 팔아서 비행비표 부터 사야겠습니다
코인투자보다 프로거지의 수익률이 훨씬 높군요. 그래서 프로이겠지만요 ㅎㅎ
감사합니다, 건필하세요 ㅠㅠ
1등 댓글을 달아 봅니다. 항상 감사히 잘보고 있습니다. 제가 투자하고 소식을 전하는 버지도 스캠의혹을 넘어 한단계씩 진화중이네요. 모든 투자자 분들 및 그란님의 건승을 기원 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올리자 마자 봤어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볼때마다 느끼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신것 같습니다.
페소화의 가치 하락세.. 안타깝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아직 많은 날들이 남아있기에 올해가 기대됩니다^^
암호화폐의 시계는 정말 빠르군요.
불과 몇 달 전의 일들이
진짜,전래동화처럼 느껴집니다. ㅎ
지루한 장세 속에서 2~3% 떨어졌다고 안절부절하는 제 모습을, 이 글을 통해서 반성하고 있습니다.
아직 18년 6개월 넘게 남은 기간동안 좋은 기회가 있는지 잘 찾아봐야겠습니다 ㅋ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읽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가독성이 너무나 좋은 글입니다 ㅎ
월 수익 1억이면 '프로'라는 지칭이 아깝지 않군요
잘읽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목 좋은 곳으로....가서 엎드려야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역사 하락장에는 호재따위는
ㅜㅜㅜㅜ
크립토 관련은 아닌데, 얼마전 윤채경양의 열애설이 터진적 있었는데, 그란님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ㅎ 다행히도(?) 친한선후배라고 하네요 ㅎ 오늘도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타는듯한 땡볕 아래 구걸을 하는 그분들도 참 대단한거같아요. 프로라는 말이 아깝지 않네요~
라마단기간동안 건강관리 더 잘하시길 바랍니다^^
크립토시장의 점진적인 우상향을 바라며 리스팀하고 갑니다^^
거지가 월 수익 1억이라니..
한편으로 대단합니다.~!!
코인투자를 하면서 그란님의 글을통해 그란님 일상의 경험을 간접체험하고 정보를 얻고 유머를 접하는것은 대단히 즐거운 일이되었습니다^--^
단기간의 라마단 펌핑을 먹기위한 프로거지의 존버기간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이 시장이 제 궤도에 오르면 저런 나눔은 안나오갰죠. 아직 갈 길이 먼듯 합니다.
오늘도 좋은글 감사합니다
프로거지들도 라마단 단타를 치고 빠지는군요. 역시 어딜 가나 쉬운 건 없고 프로는 프로로 인정해야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오늘도 투자 관련 조언 감사드립니다
직업과 상관없이 프로는 인정받는다는 말씀 와닿네요~ 좋은 글 자주 보고싶어 팔로우와 보팅남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직장인들 초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엎드리기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군요. 옷은 무릎나온 체육복 한 벌 정도 투자하면 되지 싶고... 비행기표를 알아봐야할 것 같습니다.
다이어트 중인데 한국에도 라마단이 있으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거지도 프로가 되면 .. !!!^^
투자 관련된 내용 그리고 일상 내용 등 잘 보고 갑니다^^
페소화의 가치 하락은 충격적이네요.
항상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불과 몇달전에 일어났던 한낱 꿈 같은 일들이 올해도 일어날거라 예상합니다. 존버는 언제나 승리하지 않습니까 !!
혹시.. 외국인 거지도 받아 주나요? -ㅅ-;;;
버트코인은 에어드립도 없고 순수마이닝 코인인데 영 움직일 생각이 없는듯보이네요
좋은글 잘봤습니다!
보팅하고 가요~~!!
비행기표를 사서 1달만 있다가 와야겠습니다..ㅎㅎ
오늘도 잘 읽고갑니다. 오랫만에 마돈나도 차분히~
아르헨티나의 사례가 차갑게 다가오는군요. 20년 뒤의 화폐는 어떤 형태일지 생각해봅니다! 좋은 밤 보내십시오.
Babyface가, 팝시장을 씹어먹던(?) 시절에, Madonna와 같이 작곡, 프로듀스하고 코러스까지 해준 곡으로 알고 있습니다. CD도 샀었는데 어디로 사라진건지 에휴...
"프로 거지" 파티원 모집합니다!! 읭?!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월 1억버는 분이 거지? 직업을 바꾸어야 할듯합니다. ㅎㅎ
유머러스한 글 잘 읽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돈이 없어서 나눔의 혜택을 받지 못했군요. 참 아쉽네요.
거지도 프로는 존중되어야 하는데....
거지보다 못한 돈벌이에 자괴감이 들기도 하네요.
하마도 라마단 기간에 돈을 거의 벌지 못하는 거지도 있겠지요.
항상 남이 잘 되는 것은 현실보다 과장되기 쉬우니까 라마단 기간에 1억을 버는 거지에 관한 전설은 사실인지 확인이 필요할 것 같아요.
언제나 부자 거지에 관한 도시 전설은 있기 마련이고요. 이러한 도시 전설이 거지에 대한 기부를 주저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아무튼 거지에게 돈을 주지 않는 사람도 마음의 평안은 누려야겠기에....
저도 싱가포르에서 일할쩍에 말레이시아인들이 그렇게 가족들 생계때문에 국경넘어 2시간 이상 출퇴근을 감수하며 돈을 벌고 있었죠.
그 누구한테도 기댈 필요도 없이 잘 사시는 어머님이 있다는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느껴지게 하는 글입니다.
글을 보며 오랜만에 90년대 팝송의 향수에 빠져듭니다^^
애로스미스의 i don`t wanna miss a thing 도 들어보시는걸
추천합니다^^
역시 마음이 불안할때는 일봉 차트를 보고 침착함을 찾는 것 같습니다.
Amoging l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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