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든 건축물 중에 종교의 힘을 빌려 만든 것들에는 긴장감이 있어 좋아합니다. 파리의 노트르담이나,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같은. 아시아에서도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어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바로 루앙프라방에서 배로 1시간 정도 거슬러 올라가면 갈 수 있는 빡 우 동굴입니다. 루앙프라방을 방문하시는 여행자들이 여행사를 통해 당일 투어 다녀오실 수 있습니다.
며칠간 쏟아진 폭우에 물은 흙빛이 되고 유속은 빨라진 상태라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이 평소보다 오래 걸릴 거라는 말을 듣고 출발을 하기로 했습니다. 고작 8대의 배가 전부였는데, 그마저도 절반 밖에 출발하지 못하는 슬픈 관광지입니다.
단둘만 태우고 가서 배삯이 얼마 나오지 않아 슬프다는 선장님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면서 약 1시간을 거슬로 올라갑니다.
강은 파고가 없어 멀미는 하지 않지만, 항상 배들이 작아서 다리가 저린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나저래나 배랑은 친해질 수가 없습니다. 좁은 배 위에 오래 앉아 있어 쥐가 나고 힘들어서 누워있었더니 등이 배길 무렵 육지에 내려줍니다. 중간에 들러가는 관광지로 라오스 전통술과 베틀로 짠 삼베나 다른 옷가지들을 관광객에게 팔고 있지만 인원이 없어서 그런지 아는 척도 해주지 않습니다.
마을에서 다시 배를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 빡우 동굴에 도착했습니다.
16세기 위대한 라오스의 왕 세타티랏이 발견했다고 전해지는 화강암 절벽 사이에 있는 동굴로 전쟁의 승리 기원과 불상을 안전하게 모시기 위한 루앙프라방 간절함이 모인 곳입니다.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불상을 품에 꼭 끌어 앉고 숨죽이며 1시간여를 달려와 불상을 놓고 집으로 돌아가 전쟁통에 살해당한 루앙프라방 주민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지만 그들의 바람대로 불상만은 아직도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습니다.
동남아에서 불교 문화의 꽃을 피웠던 다양한 도시들은 (아유타야, 앙코르와트) 등의 불상을 보면 머리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머리를 없애면 부처의 기운이 사라진다고 믿었던 사람들이 행했던 승리자의 문화 파괴의 일환이었습니다. 아유타야의 금을 볼 수 있다면, 앙코르 와트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서양의 기독교 문화에 뒤처지지 않는 찬란한 불교 문화를 감상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을 일입니다. 혹시 자신이 죽고 나면 불상의 머리가 파괴 될까 봐 가지고 왔다는 말에 그들의 신앙심의 끝은 어디인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빡 우 동굴은 대규모 불상이 모여있는 아래 동굴인 탐 팅과 절을 하는 공간인 위 동굴인 탐 품으로 되어있습니다. 어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종교의 힘을 빌리고자 했던 사람들의 간절함이 묻어나오는 공간은 감탄하게 만듭니다.
오이인지, 호박인지 알 수 없는 물건을 파는 아이들, 이렇게 척박한 곳에서까지 물건을 팔고 외국인을 상대해야 하는 아이들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3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다음 손님들이 올 텐데, 매번 기다리는 게 익숙한 듯 정해진 장소에 가서 발을 통통 튀기는 모습을 보면서 떠나옵니다.
루앙프라방을 가시면 나이트 바자, 탁발, 푸 씨 언덕, 꽝 시 동굴, 박물관 등 라오스에서 흔치 않게 많은 관광지가 있는 곳입니다. 가보셔야 할 리스트에 빡우 동굴도 한 번 올려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라오스는 변하지 않길. 이곳만큼은 그대로 있길 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들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최근 @travelwalker님의 여행기를 보면서 더 변하기 전에 얼른 다녀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다크도 다녀와야 하는데 이것 참 큰일입니다.
남은 주말 잘 보내세요.
(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호출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저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척박한 곳에서까지 물건을 팔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안좋더라구요 ㅠㅠㅠ
라오스갔다왔던 친구얘기를 듣고 한번 가고 싶다 생각했었는데 가게 되면 sinner264님 포스팅 참고 해야겠어요 :)
저도 그래요. 아동노동은 없어져야 합니다. 라오스 매력적인 곳이니 꼭 가보시면 좋겠어요.
갈까 말까 하다가, 해가 너무 강해서 한시간을 배위에 있을 자신이 없어 그만뒀었는데요, 갈걸 그랬나봐요 ㅎㅎ
꼭 다시 돌아올것 같으니 담에 가도 된다 생각해서 였기도 하지만요 ㅋ
이번 겨울들무렵에 한번 다녀오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ㅎ
불상들이 모여있게된 계기가 독특하네요..한국 사찰의 천불전 같은 개념인줄 알앗는데 아니군요^^
10월에 라오스에 갈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라오스 여행 잘 다녀오세요! 분명 괜찮을 거에요!
항상 멋진곳 소개! 감사합니다 ㅎㅎ
아닙니다 ㅎ 요즘 왜 트레블 태그에서 안 보이세요 ㅠㅠ 맛집만 가시공
내일부터 3개월간의 여행이 시작됩니다 ㅎㅎ
기대할게요 +_+ 어디로 가십니까! ㅋㅋ
블라디-하바롭스크 2~3달 있으려고요 ㅎㅎ 다른데도 좀 다녀오려는데 일정이 될지 ㅎㅎㅎ
하바롭스크! 못 가본 지역인데 매일 포스팅 해주세요! ㅋㅋ 매일 찾아가서 읽을 게요! +_+
못가본 지역도 있으시다니 ㅎㅎ 열심히 포스팅 하겠습니다
루앙프라방에서 당일 투어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하시니, 가볼만하겠어요
아이공, 선장님의 쓸쓸한 뒷모습이 사진으로도 느껴지네요ㅠ
라오스도 많이 관광지화 되어가고 있는거 같던데, sinner님 바람대로 빡우 동굴은 보존이 되었으면 하네요
네, 많이 빠르게 변화 하고 있나봐요. 늦기전에 다시 가려구요 ㅎ
종교가 무서울 정도로 인간의 사고를 지배하는 걸 볼때면 가끔씩 소름끼치기도 하지만 동시에 신성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종교는 참 신기합니다..
완전 동감입니다. 종교가 없어서 그들이 느끼는 마음을 가늠이 되지 않지만 한 발짝 멀리서 보면 이질감이 드는 점은 사실이죠 ㅎ
와우 너무 멋진곳이예요
당일투어 기억해둘게요..ㅎㅎㅎ
오전 일찍 출발하면 오후 3시쯤 돌아오는 코스로 되어있습니다. 한 번쯤 가볼만 해요 :)
이런 오지를 여행하는 마음은 어떨지 잘 상상이 안됩니다.
저는 여행의 기회가 많지 않아서...
가더라도 유명한 곳을 먼저 가게되니...
아마도 진정한 여행은 아니겠죠... 살짝 슬퍼지네요 ㅠㅠ
즐거우면 좋은 여행이죠 ㅎ 저는 도시에서 즐겁지 않아 외지로 나갈 뿐입니다. 또 도시를 좋아하는 분들도 많으시니까요 ㅎ_ㅎ
루앙프라방 정말 멋진 곳이죠.
저도 빡우동굴 혼자서 다녀왔던 기억이 나네요.
그외에도 정말 볼거리, 먹거리가 많았던 루앙프라방이죠.
다시 가고프네요.^^
이벤트 참가 감사합니다. 라오스는 방비엥만 다녀왔는데 루앙프라방 근교는 이런 느낌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