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여행|| 거문도 편#1 다다미가 있는 곳

in #kr-travel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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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가 있는 곳

  “다다미방에서 자봐야겠어.”

여기가 일본도 아니고 갑자기 다다미방이라니. 황당했지만 글쓰기 전 그와 관련된 다다미방을 체험해보는 게 도움되지 않겠냐는 선배의 주장이 어쩐지 설득력 있었다.

며칠 뒤.

  “선배. 다다미방 찾았어요. 근데 좀 멀어요.”
  “어딘데?”
  “거문도요.”
  “그래? 가자.”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거문도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1. 거문도에 가면 역시

거문도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여수로 가야 한다. 서울에서 네 시간. 자정에 출발한 우리는 새벽녘이 다 돼서야 도착했다. 여수에 도착하면 식사부터 하려 했다. 이른 저녁식사로 배가 고팠다. 그러나 깊은 새벽시간 문을 연 음식점은 만무했다. 편의점이 있긴 했지만 여수까지 와서 편의점이 웬 말인가 싶어 조금 더 참기로 했다.
동이 트고 거문도로 가는 첫배에 올랐다. 거문도까지는 두 시간이 걸린다. 뱃길로 보면 여수항과 제주도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는데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에서 서도, 동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배를 타고나서부터 예상치 못한 고행이 시작됐다. 배 멀미를 시작한 것이다. 배가 파도를 오르내릴 때마다 속이 한 번씩 뒤집어졌다. 속이 너무 울렁거려 잠도 잘 수 없으니 고문이 따로 없었다. 마음 같아선 정말 위를 꺼내 세척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옆에서 책도 보고 잠도 자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선배만 괜히 야속했다.
나중에 보니 이층에 있으면 멀미를 더 많이 한단다. 것도 모르고 경치 구경하겠다고 이층에 앉았다가 혼쭐이 난 것이다.

고통의 두 시간이 지나고 도착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마도로스다운 투박한 목소리였지만 내게는 어떤 신의 계시보다 은혜로웠다.
선착장에서 도착하자마자 식사부터 하기로 했다. 출발 전 나는 거문도 진미(珍味)를 한껏 기대하고 있었다.
거문도는 전라도다. 게다가 천혜 자원이 넘치는 섬이다. 신선한 식재료의 공급과 뛰어난 음식 솜씨가 만나는 곳.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러나 부푼 기대와 달리 거문도에서의 첫 끼는 중국집이었다. 그것도 육지에서도 흔히 먹을 수 있는 그런.

너무 허기져 식당을 찾아볼 여력이 없어 눈에 보이는 아무 가게나 들어가자고 했는데 하필 가장 먼저 눈에 띈 게 중국집이었다. 그래도 허기 때문인지 기분 탓인지 평소 먹던 중국음식보단 맛있어 그나마 위안이 됐다. 거문도하면 역시 중국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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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새벽. 문을 연 가게라고는 오로지 편의점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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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고. 배의 이름이 특이하다. 섬을 오고간다고 해서 오가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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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항을 뒤로 하고 거문도로 출발하는 오가고 호. 이때까지는 곧 내게 닥쳐 올 시련을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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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집에 돌아갈 때 찍은 사진이다. 이 표지판을 도착할 때 봤다면 중국집엔 가지 않았을 것이다. 해동식당. 안내 표지판에 있을 정도면 분명 엄청난 맛집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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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 있던 양념통들이다. 소금이 있는 게 신기했다. 중국집에 왜 소금이있지 싶었는데 중국음식 말고도 콩국수가 메뉴로 있어서 그런가 싶었다. 근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전라도에서는 콩국수에 소금 대신 설탕을 넣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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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의 볶음밥이랑 다른 점이라면 계란이 밥과 볶아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 프라이로 위에 얹져서 나온다. 특이하게 짜장도 한 그릇에 나온다. 그래서 각자 원하는 만큼 덜어서 밥과 비벼 먹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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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e photography and you are going grate keep it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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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고.. 배 이름 특이하네요. 배멀미가 있으셨군요 ㅠㅠ멀미는 정말 괴로워요

네. 정말 상상을 초월하더라구여. 차 멀미도 괴로운데 배 멀미는 더 고통스러운 거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저도 멀미해서 배 못 타요..

몰랐는데 속이 비면 배 멀미가 더 심하다고 하네요. 혹시라도 배 탈일 계시면 빈 속에는 타지마셔요. :)

그놈의 멀미 때문에 고생을 하셨네요
저도 멀미가 심한 편이라 서요

멀미 때문에 힘들었지만 고생은 앞으로 더 있을 예정이에요. 다음 이야기 금방 쓰도록 하겠습니다. :)

배 이름 재미있네요.ㅎㅎ 오고가고 오가고호~ㅎㅎ

이름이 재밌어서 확실히 기억하고 있죠. 근데 알고 봤더니 저 배 소속이 청해진 해운이더라고요.(소름)

헐헐;;;;;

배멀미에 기름진 중국음식까지 ! 맛이 어떠셨는지요 ㅎㅎㅎ

볶음밥은 맛이 죽였고, 배 멀미는 죽을 맛이었어요. :)

와 볶음밥 맛있어보입니다... 저도 저런 스타일의 볶음밥 좋아해서 홍콩반점 자주 가곤 하는데.... 맛나게 드셨겠네요.
차분한 느낌의 문체랑 잘 정리된 사진 재밌게 보고 갑니다!

속을 달래주기에는 기름진 음식만한 게 없더라고요. 사실 어쩔 수 없어 먹게 된 거지만 맛은 좋았습니다. 특히 딸려 나오는 짬뽕국물에 해산물이 잔뜩 들어있어서 놀랐어요. 짬뽕을 먹을 걸 그랫나봐요.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거문도 여행기 앞으로가 더 기대되네요 ㅎㅎ

기대해주새요! 재밌게 쓰겠습니다. :) 감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