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 없진 않지만 텍스트 위주입니다.
- 출판해보려다가 퇴짜맞고 하드에 4년 이상 짱박아놓았다가 스팀이란 플랫폼을 보고 빛 볼 수 있을까 하고 꺼내 봅니다.
- 이땐 미처 모르고 카메라를 똑딱이로 가져가서 화질은 매우 구립니다.
- 자전거로 여행한 이야기지만, 자전거는 회차가 지날 수록 점점 흐려질거고 유럽 친구들의 삶과 생각으로 초점이 점점 옮겨갈 것입니다.
07. 이런 곳에도 한국사람?
같은 날, 노르웨이 베르겐 몬타나Montana 유스호스텔
아니 한국사람? 이 비싼 노르웨이에 한국 사람이 있다고?
물론 커뮤니티에선 몇 명 보기는 하지만,
수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생각도 안 했는데.
유럽 첫날부터 반갑구나~!
내 또래로 돼 보이는 여자 한 분과 나머지 중년 세분이서 다니신다.
“어디서 오셨기에 이렇게 몸이 홀딱 다 젖었어요?”
“아.. 공항서부터 자전거타고 왔어요.
헉헉... 아직 저녁 안 먹어서 그런데, 이 근처에 저녁 먹을 만한 곳 어디 있나요?”
앞뒤 안 가리고 본능부터 찾아버리는 나다. (처음에 예의 없이 굴어서 죄송합니다.)
“이 근처에는 없어요. 밖으로 좀 나가야 되는데요.”
“으아악~~”
절망이었다.
근데 젖은 몸이 말라간다. 먹을 건 좀 있다가 따지자. 추워 죽겠다. 일단 씻자.
씻고 나왔는데 갑자기 그 분들이 바리바리 무언가를 가져오신다.
“여긴 지금 시간에 연 곳이 없을뿐더러 사먹으면 무지 비싸요.
이거 빵하고 사과인데, 저희 칼로 잘라 먹었어요. 입 안 댄 거니깐 드시고 싶으면 드세요.”
...나... 감동먹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뒤 가릴 것 없다. 그냥 정신없이 먹어치웠다. 밤 11시에 저녁을...
다음날 아침 식사 때 또 만났다.
혹 어제 본능부터 찾아서 이 분들이 왠지 싫어하실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말을 걸지 않았다.
“저기요, 자전거 학생~.”
이렇게 나를 부르기 전 까지는.
말을 먼저 걸어주실 줄은 몰랐다.
“오늘 어디 특별히 가는 데 있어요?”
“아뇨. 처음 왔는데 아는 것도 뭣도 없어요.”
“그래요? 여기 호스텔 뒷산이 그렇게 좋다고 하는 데 같이 가보실래요?”
얼레? 내 예상과는 다르게 적대감이 없네? 다행이다. 나 혼자서 설레발을 치고 있었던 게로구나.
나가기 전, 다들 로비에 죽치고 앉아서 이야기를 했다.
딸은 노트북으로 오랜만에 여기저기 전화를 한다.
내 또래로 돼 보이는 여자애는 나랑 동갑이다.
지금은 노르웨이 약간 북쪽에 트론하임Trondheim이란 곳에서 교환학생을 한단다.
어머니와 이모께서는 교환학생 하는 딸 덕에 무료 가이드 한 분 모시고 여행하는 것이라고.
뭔가 참 부럽다.
그런데 딸은 나랑 말을 섞으려고 하지 않는다. 여기저기 전화하기 바쁜 모양이다.
아니, 바쁘지 않더라도 대화를 나누려는 의지가 1g도 보이지 않는다.
딸에 대한 이야기도 어머님께서 해 주신 말씀이다.
원래 이런 곳에서 보면 어머님처럼 서로서로 말을 하면서 지내는 것인 것을.
같이 다니는 사람이 있으면 편하게 소통이 돼야 여행이 재미있게 되는 걸 아직 모르는 건가?
(교환학생 짬밥 먹었으면 그 정도는 상식 아님?)
호스텔 뒤에 있는 울리켄산을 같이 올랐다.
정상까지 가는 케이블카가 있긴 하지만, 입장료가 50크로나, 만원이다.
감히 엄두가 안나니 운동한다 치고 다들 걸어서 올라갔다.
울리켄산을 같이 오르는 한국인 파티원들
올라가면서 보이는 풍경들은 우리네 산들과 많은 차이는 없었다.
그런데 산을 올라가는 시간, 세 어머님들은 계속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시면서 나를 챙겨주시는 반면,
딸은 절대 나와 말을 섞지 않는다. 죽어도 나랑은 말을 안 하겠다는 굳건한 의지가 느껴진다.
맘대로 사세요. 평생 그러고 사시던가요.
어쨌든 산 위에서 보는 베르겐의 전경은 참 아름답다.
지은 지 300~400년이 넘는 목조건물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전경.
마음이 뻥 뚫린다. 야호~
동네 뒷산 오르는 길
울리켄산에서 바라보는 베르겐
케이블카 값 만원을 아끼시면 건강을 살 수 있습니다
야산 내려가는 길의 주택가
무슨 날인지는 몰라도 다들 전통 의상으로 추정되는 것을 입고 다닌다
시내 중심가의 호수와 현대미술박물관
호수 + 분수. 찬란하게 맑은 날이었는데 사진은 왜 이런지 나도 잘 모르겠다. 머신에 돈 아끼지 말자
아, 아닌가보다. 구름이 수시로 끼었다 걷히는 날씨 때문인가보다. 의식의 흐름, 오지구요
아랫동네로 내려와서 베르겐 내 브리겐Bryggen 구역을 구경했다.
야산 위에서 봤던 목조건물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 브리겐이다.
거기에서 실컷 사진을 찍고 수산시장에 갔다.
구글에 베르겐 치면 가장 많이 나오는 구도의 브뤼겐 목조건물 거리
구글에 베르겐 치면 가장 많이 나오는 구도의 브뤼겐 목조건물 거리 2
브뤼겐 목조건물 거리 + 브뤼겐 항
브뤼겐 목조건물 거리 + 브뤼겐 항
브뤼겐의 흔한 불법증축물
수산시장엔 빵 위에 야채와 새우를 잔뜩 얹어놓고 거기에 훈제된 생선 살 하나 올려 먹는 피쉬 브레드가 유명하다.
가격은 150크로나.
3만원이다.
이 상황을 우리나라 옮겨보면
“아줌마~ 떡볶이 1인분만 주세요.”
“어, 그래. 3만원이다.”
도대체 이런 곳에서 먹고 살 수가 있는지 신기하다. 이 분들은 대체 월급이 얼마일까?
(나중에 알아보니,
알바 말고 보통 4대보험 되는 회사에 들어가면 초봉 월 7백만원 가량 한다고 한다.)
노르웨이의 흔한 3만원짜리 떡볶이 피쉬 브레드
노르웨이의 흔한 분식집 어시장
거리를 돌아다녀보니 노르웨이 국기가 잔뜩 그려져 있는 새빨간 바지를 입는 아이들이 많다.
어떤 애들인가 했더니
거기는 고등학교 졸업을 하면
일정기간 자신의 졸업연도가 찍힌 새빨간 바지를 입고 다닌다는 것이다.
거기에 생선을 실에 매달아서 질질질 끌고 다닌다.
카메라를 들이 대니 여자애들 셋이 모여서 생선을 흔들면서 노래를 한다.
무슨 동요 비슷한 것 같은데 무엇인진 모르겠다.
노르웨이의 흔한 과잠 졸업바지
그렇게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데, 4시밖에 안 되었는데 왠지 피곤하다.
아직도 시차적응이 안됐나? 왜 이렇게 눈이 감기려고 하지?
지금 한국 시간으로도 밤 11시밖에 안 되었다.
아직 졸릴 때가 아닌데. 어제 그렇게 몸 버리고 오늘 산을 타서 그런가 보다.
저녁으로 피자를 먹자고 하신다. 시내에 적당한 곳 찾아 들어갔다.
자리를 잡자마자 어머니랑 두 이모들께서 갑자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시며 말씀하신다.
“우리 화장실 좀 갔다 올게. 나이도 동갑인데 말도 좀 섞고 그래.”
그렇게 우르르 화장실에 가셨다. 이 테이블은 잠시 동안 단 둘이다.
뭐,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갑자기 첫눈에 반해버렸다 이런 것이 아닌 이상 난 여자한테 말을 못 거는 숙맥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아이와는 아침부터 지금까지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전혀 좋아하는 감정은 없지만, 말도 나오지 않는다.
이 아이에게서 또 다른 감정이 느껴진다 - 나를 경계한다. 거리를 두려한다. 가족들과 즐겁게 관광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서 개뼈다귀가 굴러들어왔다, 등등.
얼굴에서 이런 것들을 읽을 수 있다.
아니, 같이 다니게 되었으면 좀 이야기도 하면서 재밌게 하면 안 되나?
내가 몹쓸 짓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지만 한 쪽에서 벌써 담을 쌓아버린 이상, 내가 그 담을 굳이 허물기는 싫다.
어차피 나중에 살면 네가 한 행동이 후회가 될 것이다. 나중에 보자.
식사 후 간단하게 장을 봤다. 장을 볼 때에도 엄청난 담을 느낄 수 있었다.
계산대 벨트 위. 물건을 다 꺼내놓고 있었다. 난 그 뒤에 물건을 놓았다.
그 때, 이 딸은 뭐가 그리도 불쾌한지, 계산하는 사람을 구분하는 막대를 물건 사이에 재빠르게 놓는다.
언제 내 물건 사달라고 한 적이라도 있나? 왜 이렇게 사람을 못 믿는 건지...
아마도 그 따님 정말 인생 힘들 것 같다.
이제 그 분들은 기차를 타고 트론하임으로 가신단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감사한 분들이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것이 좀 아쉬웠다.
어머님들, 고마웠습니다!
딸 빼고.
이야기는 끝. 사진 더 감상하시죠 :)
이틀 뒤 나의 모습
구름 걷힌 베르겐과 울리켄 산
호스텔 가는 길
그냥 캠핑장이나 읍면리 이정표 같지만, 저게 호스텔 이정표다
Bunnpris: 노르웨이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테스코
제 2의 라우드럽 형제 양성 인재 Farm
베르겐 할리 스티미언밋업 정모
브뤼겐 항 반대편
베르겐 빌라촌. 보통 이런 건물은 보기에만 좋다. 단열이 개차반일거다. 환상브레이커
북해산 브랜트유로 만든 노르웨이 님들의 여유 삽니다
<이전 포스팅>
CHAP1 런던, 노르웨이, 스웨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체코, 독일, 오스트리아
CHAP1_5 첫 주행 + 1_6 북한도 자전거로 달린다고?
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
크으 부럽습니다
곧 하실 수 있을 겁니다.... ㅎㅎㅎㅎ
와~~정말좋네요
3만원짤 떡볶기 ㅎㅎㅎ
살기 매.....우 좋습니다
총알만 있다면... ㅎㅎ
안녕하세요. "소원을 말해봐"라는 릴레이 이벤트서 지명 받고, 이어서 @bryanrhee 님을 추천했어요.
부담되시면 패스해도 된다고 하니깐 부담을 안느껴도 되실꺼에요. 참고해주세요~
마다하진 않습니다 ㅎㅎㅎ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빵터졌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너무나 매력적인 도시네요!!
저도 여행을 떠나고 싶은 기분이 마구마구 듭니다!
감사합니다 :)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면 이제 곧 떠날듯? ㅎㅎㅎ
크 이것저것 아름다운게 많네요
세상은 넓고 좋은건 참 많아요 :)
불법증축물 퀄리티가 워우.. 만화에서나 나오는 건물 느낌이 나네요 ㅋㅋㅋ
보기에는 매우 좋죠 ㅎㅎ
몇백년 된 집들인데 아직도 동화속 스러운게 신기해요 ㅎㅎ
자전거 여행기 !!그것도 유럽 ㅎㅎ 부럽습니다
저도 꼭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인데ㅎㅎ 팔로우하고 찾아뵐께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