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뚱맞지만 웹 2.0과 블록체인..

in #kr-story7 years ago

블록체인 또는 스팀잇을 접하고 나서 처음 머리에 떠오른 단어가 web 2.0이었습니다. 

웹 2.0은 2004년인가 팀 오라일리(오라일리라는 회사의 데일 도허티라는 부사장이 처음 사용했다죠..)가 제시한 개념입니다. 

웹 상에 돌아다니는 컨텐츠를 모아서 보여주는 기존 방식의 웹이 1.0이었다면

개방과 공유를 핵심으로, 참여자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는 방식을 주창하며 이를 웹 2.0이라 네이밍한 것이었습니다. 정보의 생산과 유통방식에서는 참여자가 확대되는 것이었고, 기술적 관점에서는 오픈API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누구나 그 기술을 활용해서 또 다른 서비스를 만들어서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2006년부터 인터넷 업계에 일하게 되면서 접했던 개념인데, 그 때에는 사실 이 개념어가 많이 돌아다녔지만, 반대로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용어가 없어도 이미 그런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지식인이 그랬고 블로그나 카페도 사실 다 개방과 공유, 사용자의 직접적 참여가 가능케 해줬던 서비스들이었죠. 

하지만 그 때 당시에는 이 웹2.0이라는 단어를 인터넷 서비스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기획서에 썼고, 다들 그 개념에 기반한 서비스를 기획하고 토론하느라 정신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보면 사실 개념 이전에 이미 서비스가 현실화되었기 때문에, 용어 자체는 긴 생명력을 갖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나오는 블록체인 기반의 여러가지 논의는 웹2.0이 가져왔던 우리 인터넷 생태계의 대변혁을 똑같은 방식으로 앞장서서 이끌고 있는 것 같습니다. 2~3년뒤에 보면, 그 때와 똑같은 현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블록체인이라는 단어가 지금 막 회자되고 있지만 이미 그 개념은 기술적으로 3~4년전에 나와서 이미 어딘가에서는 서비스로 만들어지고 있고, 지금 비로소 대중화되면서 활발한 논의와 참여를 만들고 있죠. 

참여와 공유, 개방과 분산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완벽하게 다른 웹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반이 되었던 웹 2.0처럼, 집중과 중앙이라는 기존의 인터넷 생태계를 분산과 탈중앙이라는 또 다른 관점으로 재구성하면서 완전히 다른 서비스와 기술, 참여방식을 만들어낼 시작점인 듯 합니다. 

웹 2.0 때에도 용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개념과, 그 개념을 바탕으로 한 실제 서비스들이 구현되면서 웹 생태계를 바꾼 것이 핵심이었듯이, 지금 인터넷 생태계는 블록체인이라는 용어도 중요하지만 이미 그 안에 들어있는 개념을 이해하고 발빠르게 우리 서비스에 적용하고 구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블로그, 위키피디아, 트랙백 등 다양한 서비스와 기능들은 웹 2.0이라는 개념이 나온 다음에 만들어진 서비스가 아니라 그런 서비스를 바탕으로 그 개념이 정리된 것이기도 하니까요. 

블록체인이라는 개념과 기술이 새롭게 바꿀 우리 인터넷 생태계가 기대됩니다. 

동시에,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는 사용자들의 니즈와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을 잘 접목한다면,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와 사업을 가지고 새로운 시대를 앞장서서 이끌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요즘 열공하고 있기도 하고, 우리 서비스에 어떻게 붙여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까 하는 고민도 많이 되네요. 

스팀잇과 블록체인이 미치는 영향은 웹2.0처럼 웹에만 국한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젠 차라리 자본주의 2.0이 열리는 거라고 할까요.. 

인터넷의 발달로 일부 플랫폼의 영향력이 비대해지고 이미 기회를 놓쳐버린 후발주자들은 갈수록 입지가 줄어들고 기회의 문이 작아지는 불균형으로 어찌보면 민주주의의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경고도 많이 나오는 시점에, 그런 여러가지 불균형을 해소하면서 새로운 분배와 경제시스템까지도 만들 수 있는 기점일 것 같다는 어설픈 생각이 많이 드는 그런 지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