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한 시의 시
박인환
대낮보다도 눈부신
포틀랜드의 밤거리에
단조로운 글렌 밀러의 랩소디가 들린다.
쇼윈도에서 울고 있는 마네킹.
앞으로 남지 않은 나의 잠시를 위하여
기념이라고 진피즈를 마시면
녹슬은 가슴과 뇌수에 차디찬 비가 내린다.
나는 돌아가도 친구들에게 얘기할 것이 없고나
유리로 만든 인간의 묘지와
벽돌과 콘크리트 속에 있던
도시의 계곡에서
흐느껴 울었다는 것 외에는…….
천사처럼
나를 매혹시키는 허영의 네온.
너에게는 안구(眼球)가 없고 정서가 없다.
여기선 인간이 생명을 노래하지 않고
침울한 상념만이 나를 구한다.
바람에 날려온 먼지와 같이
이 이국의 땅에선 나는 하나의 미생물이다.
아니 나는 바람에 날려와
새벽 한 시 기묘한 의식(意識)으로
그래도 좋았던
부식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 포틀랜드에서
| 창작일자: 1955.5.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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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명시는 읽고 난 후 소름이 돋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