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날한시 #31] “이름없는 여인 되어” / 노천명

in #kr-poem6 years ago

title001.jpg







이름없는 여인 되어

노천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오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애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영왕보다 더 행복하겠오





| 창작일자: 1938 |


안내: 매일 새벽 1시 자동으로 새로운 시를 소개하는 "시봇"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여기를 참고해주세요.


이름: 노천명
1912년 9월 2일 황해도 장연 출생;1926년 진명보통학교 졸업;1930년 진명여고 졸업;1934년 이전 영문과 졸업, 재학 시 <밤의찬미>를 <신동아>에 발표, 조선중앙일보 학예부 기자;1935년 <시원>동인;1938년 조선일보 출판부 <여성>지 편집, 극예술연구회 참가;1950년 문학가동맹 참여 협의로 9.28수복 후 투옥;1951년 출감;1955년 서라벌 예대 출강, 이대 출판부 근무;1957년 6월 16일 사망;친일반민족행위자



authrFileImageView.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