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씨, 오늘은 친구들과 한잔했습니다. 대학 때부터 연극을 좋아하던 친구가 연출을 맡은 공연을 보고서 말입니다. 대학교 1학년 때 만나 햇수로는 9년을 함께 보낸 친구들인데, 한 명은 대학생, 두 명은 취준생이었습니다. 저마다 대학 생활을 열심히 한다 했는데, 취업 때가 되니 암담한 미래 앞에서 조금 울적한 건 모두가 매한가지였습니다.
우리는 함께 술을 마시고, '어디로 갈까.' 하여 밖으로 나왔습니다. 날은 추웠고, 거리 불빛은 화려했습니다.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연남동으로 가자 했습니다. 거기서 한 잔 더 마시자고 했습니다. 혜화역에 있던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홍대에서 내려, 연남동까지 걸었습니다. 몇 번 가던 술집에 가려 했는데, 자리가 없어 골목길 모퉁이의 어느 가맥집에 왔습니다. 그곳에서 계란말이를 먹으며, 술을 마셨습니다. 아마, 우리의 미래, 그러니까 살아가는 일에 대해 이야기 했던 거 같습니다.
저녁 열한 시, 한 친구가 합류한다 했습니다. 새로 온 녀석은 다짜고짜 어느 클럽에 가자고 말했습니다. 스테이지는 듬성듬성 비어있었고, 스피커에서 몽환적인 음악이 흘러나오는 곳이었습니다. 미러볼이 방 안을 부드럽게 선회했습니다. 우리는 함께 춤을 췄습니다. 맥주 몇잔을 더 마시며 취기를 더해가다, 오늘의 주인공인 연출가 친구가 합류한다 하여, 밖으로 나왔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까. 우리는 서로에게 물었습니다. 적막한 침묵이 흐르다, 누군가 피시방에 가자고 했습니다. 그래, 이번에는 피시방이었습니다. 함께 피파를 했습니다. 공을 차고, 골을 넣고,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어느덧 새벽 네시였습니다. 나는, 아침 일곱시에 아르바이트가 있어 먼저 가봐야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나는, 피시방을 나오며 친구들의 손을 한 번씩 꼭 잡았습니다. 녀석들은 이제 어디로 갈까요.
밖으로 나오니,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함박눈처럼 포근한 것이 아니라, 질척하게 쏟아지는 진눈깨비 같은, 아니, 두 순간이 어지럽게 뒤섞인 무어라 이름할 수 없는 눈이었습니다. 몸이 떨렸습니다. 어깨를 움츠리고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한참을 걷다 문득, 뒤를 돌아봤습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걸까요. 혹은, 이미 놓쳐 버린 걸까요. 어둠 속에서 노란 가로등 불빛이 보였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꿈꾸고 있는 것'이라고. 어느 이름 모를 길 위에 멈춰서서, 나는 그렇게 되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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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시인의 ‘우리가 눈발이라면’이라는 시가 생각나는 마지막 문단입니다. 따뜻한 저녁 보내시길 바랍니다. :)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시를 다시 읽어보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