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치킨 권하는 마음의 미래

in #kr-pen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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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치킨 권하는 마음의 미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사람들은 보통 유년시절을 떠올린다. 오로지 생각해야 할 것은 ‘친구들과 뭘 하면서 놀까?’ 가 전부였다. 막연한 미래와 줄어드는 통장 잔고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시절은 인생에서 단 한 번밖에 없었다. 우리는 그것을 미리 예감으로 했다는 듯이 하루도 쉬지 않고 뛰고 또 뛰었고, 치열하게 놀고 또 놀았다.


우리는 모두 한 방에 모여서 만화책을 베껴 그리는가 하면(미술), 그러다가 보자기를 목에 묶고 등장인물 흉내를 내면서 칼싸움을 하다가도(연극), 이내 지겨우면 밖으로 나가 공을 차고(체육) 놀았다.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면 한참 아저씨가 된 지금의 나는 놀기 위한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하루종일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막상 바라왔던 휴식 시간이 갑자기 등장할 때는 나는 반가운 대신에 어쩔 줄을 모르며 안절부절 할 때가 많다. 아.. 노는 방법이 뭐였더라..?



건물주가 꿈이라니



주변에 육아를 하는 친구가 있거나 직접 교류하는 어린이가 없어서 지금의 아이들은 뭘 하고 노는지 잘 모른다. 듣는 얘기로 요즘에는 유년시절도 더 이상 행복하게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아이들조차 치열해진 경쟁 시스템 속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 학원 저 학원 옮겨다니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고 들었다.


또 ‘노는’ 것조차 점수와 경쟁, 그리고 효율을 따지게 되면서 아이들이 뛰어놀기 위한 체육학원이 성행이라는 말도 누군가에게 들은 것 같다. 하굣길에 돌맹이를 차면서 걸어가는 초등학생을 볼 때면 내 어린 시절과 참 비슷한 것 같은데.. 또 시대가 변한 만큼 그들의 삶도 변했을 것이다. 하긴, 무거운 교재 때문에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초등학생을 신문 기사에서 본 적도 있으니까. 가끔 지나가는 어린이를 붙잡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보고 싶다. 너... 요즘 사는게 재밌냐?


건물주가 꿈이라는 어느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이야기는 이제 너무 익숙해서 충격이 아니다. 물리학자 미치오 카쿠의 저서 <마음의 미래>에 따르면 인간의 자아 인식은 “자신이 등장하는 미래모형을 만들어 시뮬레이션하는 행위”라고 한다. 건물주를 장래의 모형으로 구성하고, 그것을 시뮬레이션해보는 초등학생은 무슨 놀이를 하고 놀까? 무슨 마음을 미래로 설정했을까? 월말이 되면 건물을 돌면서 돈을 걷거나 새 건물을 구입해서 기존의 임차인에게 세를 올려 받으며 함박웃음을 짓는 놀이?



그럼 양념치킨은 어때요?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지만 이런 상상은 지나친 기우였다. 취재를 위해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를 찾아서 1시간이 넘게 아이들을 관찰할 기회가 생겼다. 아이들은 여전히 뛰기를 좋아했다. 달려가다가, 방방 뛰고, 고꾸라졌다가, 기어다니다가, 큰 소리를 지르며 웃었다. 하긴 20만년이 넘는 인류의 습성이 고작 50년도 되지 않은 문화에 흡수될 리는 없었다. 적어도 아이들만큼은 뛰고 노는 본성을 ‘아직’ 잘 간직하고 있었다.


수업 중에 “넌 행복이 뭐라고 생각해?” 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지구인의 90%가 동의할만한 대답을 했던 한 아이가 기억난다. 그 친구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치킨을 먹다가 잠에 들 때요!” 아.. 너는 정말로 인생이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사람들이 그렇게 치열하게 살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했구나. 바로 그거야. 우리가 사는 이유야. 좋아하는 사람과 치킨을 먹다가 잠에 드는 것. 인생 뭐 있니?


하지만 미리 구성된 수업 진행을 위해 돼지 분장을 한 선생님은 “나는 치킨을 먹을 때 행복하지 않아. 나는 어떻게 하면 좋지?” 라며 다른 방향으로 스토리를 전개하려는 찰나, 다른 아이가 갑자기 진지하게 소리쳤다. “선생님, 그러면 혹시 양념 치킨을 드셔보는 것은 어때요!?” 그 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일순간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 말이 다음 날까지도 머릿속에 맴돌았다. 단지 웃겨서가 아니라 행복하지 않은 친구를 위해 기꺼이 다른 옵션을 제안해보는 그 마음이 참 아름다웠다. 이런 마음이 방해받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난다고 하면 설령 건물주가 꿈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원고를 마감하고 오늘 저녁에는 오랜만에 양념 치킨을 시켜 먹어야겠다.




*서울문화재단 블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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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 치킨을 권하는 마음의 미래라면 충분히 믿음직합니다!
그리고 저도 그 90%의 지구인 안에 드는 것 같습니다ㅎㅎㅎ

99%로 바꿔야할것 같습니다. 채식하시는 분들 빼고 치킨 정기복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아마 거의 없겠죠 ㅎㅎ

양념치킨을 권하는 미덕이라.. 꽤나 사소하지만 깊네요.

치킨을 먹느냐 마느냐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오쟁님 멋진분ㅎ 오늘 저도 치킨을 먹다가 잠이 들고 싶네요ㅎㅎ

“치킨을 먹다가 잠에 들 때요!” 아.. 너는 정말로 인생이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사람들이 그렇게 치열하게 살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했구나. 바로 그거야. 우리가 사는 이유야. 좋아하는 사람과 치킨을 먹다가 잠에 드는 것. 인생 뭐 있니?

나이들어서 그런지 치킨먹고 바로 자면 소화가 그리 안되더라구요...ㅎㅎㅎ

아, 그 순간에 양념치킨을 권하다니... 너무나 순수하네요.
치킨을 먹는 것이 행복하지 않을 리 없다는 순수한 생각에서 나온 해결책 같아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목적 없이 무언가를 신나게 할 때, 정말 행복할 거 같습니다.^^

저도 돌아보니.. 치킨 먹으면서 행복하지 않았던 순간은 없었던 것 같네요.

아이가 그마음 변치 않았음 좋겠네요.똑같은 풍경 속에서 반복되는 시간에 맞춰 살다보니, 오히려 어른들이 그 마음 갖기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사악한 어린이도 있겠죠. 남이 먹어야 할 치킨도 자기 뒷꽁무니로 숨겨놓고 먹는. 우리 누나가 그랬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그것은 동생을 둔 모든 누나들의 본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ㅋ

음-여기 누나인 1인 있습니다만,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예전엔 그랬지만 지금은 다달이 용돈을 챙겨가네요.복순가...ㅎㅎㅎ

아 용돈 주는 누나... 모든게 다 용서될거 같은데요 짱이다..

오늘 저녁 치킨에 맥주를 생각한 저는 순수함을 잃은 어른이었...🙈

치맥만큼 순수한게 어딨나요. 그 어린이도 분명 나중에는 치맥의 순수한 맛을 알게 될텐데...

우리 아이들은 우리보다 낫네요 ^^
저정도의 낭만이면 우리보다 훨씬 나은 세상을 만들 것 같습니다. ㅎㅎ

맞습니다. 저 마음 변치 않아야 할텐데요.

고맙다 얘들아. 순수함을 잃지 않아서.ㅠㅠ

그 아이가 제 조카였다면 비비큐 서프라이드 치킨을 시켜줬을 겁니다.

우와.. 그 순간의 멘트를 이렇게 고급스럽게 풀어내시다니!! 양념치킨 땡기네요!!!

아참 같이 일했었죠 ㅎㅎㅎㅎㅎ 담에는 양념치킨 먹읍시다 ㅋㅋ

그 아이의 재치가 어른이 되었을때 삶에 좋은 영양을 줄것 같아요.
화가님 양념치킨 먹방 올려주세요.ㅎ

좋은글 잘 보았어요 ^^

치킨먹방 하려면 마이크가 굉장히 좋아야 하는데.. 나중을 기약하겠습니다 ㅎㅎ

저도 90퍼센트 안에 드네요. 각박한 현실이지만, 이쁜 아이들의 마음을 지켜주고 싶어요!

갈등이 생겼을땐 치킨을 먹어야 하는 법이라도 제정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아이들도 상처없이 자랄텐데요.

치킨 먹다 잠들 정도의 행복이란 얼마나 큰 행복인지 상상하기도 힘드네요..ㅎㅎ

그보다 큰 행복이 있을까요? 제 상상력으로는 잘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ㅎㅎ

아이가 치느님을 영접할 줄 아는군요.

치느님은 전도가 필요없는 본능적인 깨달음의 영역....

치킨이 싫으면 양념치킨...
순수한 아이의 마음이 어른의 마음을 울립니다.
그 마음을 잃지 않도록 지켜줘야 하는데..
현실이 각박해지는 게 슬픈 날이네요..ㅠ

아이들도 나중에는 커서 우리 사회를 체감할텐데 말이죠. 희망적인 미래를 그릴 수 없다는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럴때마다 저는 그들에게 치킨 한마리쯤 사주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선생님, 그러면 혹시 양념 치킨을 드셔보는 것은 어때요!?

와 진정 진실되고 멋지다~

어린이들이 상당히 멋진 멘트를 많이 날립니다. 배워야 할 점이 많죠 ㅋ^^

전 치킨을 좋아하지도 않거니와 먹다가 자는건 정말 싫어하는데..양념치킨을 권하는 멘트에 홀딱 넘어갔습니다.
저 오늘 정말 양념치킨 먹고 싶어졌어요. 멘트가 절 완전 사로 잡았어요.
오늘 꼬맹이를 보면 저도 물어봐야 겟어요. {행복이 뭐라고 생각해?} 그런데 그 말을 하기 전에 저한테 답을 들어야겠네요..

저 수업에는 엄마들도 참석했었는데 같은 질문에 답하기도 했습니다. 아이와 아빠가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볼 때면 본인도 행복하다는 멘트가 기억에 남네요. 그 말을 들으면서 가족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전통적인 어머니상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슬프기도 했어요.

저도 스스로 묻고 있는데 전 행복할때가 많은 것 같아요.
그 중에 내가 좋아하는 물건 살때나 누구한테 선물할때가 있어요. 뭔가 살때나 돈을 쓸때를 좋아하나봐요. 하하하~~

역시 소비하는 행복이..최고죠 ㅎㅎㅎ

양념치킨을 먹으면서 잠드는 것이 행복이라 말하는 아이의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ㅎㅎ 그런 미래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ㅜ 물론 건물주를 만들어주고싶은 부모의 마음도 있지만 ㅜ

1일 1닭처럼 1인 1건물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제 친구가 조카랑 길을 걷다가 다 져버린 벚꽃을 보고, '조카야. 벌써 벚꽃이 다 졌네' 하니까 그걸 듣고 다섯 살짜리 꼬맹이가 '괜찮아. 고모. 꽃은 다시 피잖아' 하더랍니다. 친구가 심적으로 힘든 시기였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세상의 이치(?)를 깨달았다고... 저도 그 얘기를 친구에게 전해 듣고 울어버렸... 아이들의 언어는 가끔 모든 것을 다 설명하곤 해요.

맞아요. 웬만한 힘든 시기는 4계절이 돌면 얼마간 망각하고 치유되기 마련이죠. 벚꽃 다시 피는 것을 태어나서 몇번이나 봤다고 저런 말을 툭 - 내뱉을 수 있는지..

양념치킨을 권하는 그 마음이 사랑스럽고 귀여워요! 아무리 요즘 어린이들이 세상의 각박한 현실에 일찍 눈 떴다고는하나 여전히 어린애의 동심은 갖고 있나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