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작가는 온갖 좋은 재료를 다 담아내어 놓었다. 잔에 담긴 모히또의 맛은 기대한 바였다. 애초에 기대치가 높지 않았으니 말이다. 맛이 잡탕이 되지 않은 것은 재료들의 덕이지 작가가 써낸 레시피 덕은 아니었다. 담아낸 잔은 그럴싸했다. 이미 입에 댄 것 손발은 다행히 아직까지는 오그라들지 않아서 남기지 않고 마시기로 했다.
작년 여름, 온갖 좋은 재료를 좋은 레시피로서 잘 담아낸 '비밀의 숲 '은 몰디브 못지않은 휴양지였다. 그곳에서 만난 배우들이 이끄는 여정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몰입하게 만들었고 다음 일정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놀라웠던 건 이 여정을 계획한 작가가 이 드라마로 입봉 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장르물로서 말이다. 시즌2를 기다렸는데, 둥지를 옮겨 또 다른 장르물 '라이프 '로 돌아왔다.
재료의 껍데기만 가져다 놓고 써낸 글을 잘 포장하여 내놓은 드라마가 인기를 끈다는 것에 도무지 공감할 수 없었다. 현실에서 길라임과 같은 스턴트우먼을, 김도진과 같은 건축가를, 유시진과 같은 군인을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 다 알지 못하는 현실을 계속 쓰는 것이 어려웠는지 도깨비를 끌고 왔다. 그마저도 성공했다. 도통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현실에서 만나기 힘든 검찰을 소재로 작가는 데뷔했다. 황시목 같은 검사가, 또 그가 주위의 인물들과 그려내는 이야기가 현실감이 있는지 보는 이들은 잘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입하게 만들었다. 정말 일어날 법도 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구나 수긍하게 만들었다. 검사라는 껍데기를 쓴 인물만을 가져다 놓지 않고 그들 주위를 둘러싼 내부를 치밀하게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어맛! ○○○이 나온데, 이건 꼭 봐야해!
그렇다, 물론 이번에는 나도 그랬다. 이병헌이 나온다고, 김태리가 나온다고, 변요한, 김민정, 유연석이 나온다고, 그리고 김갑수, 최무성, 김의성, 조우진이 나온다니 놓칠 수가 없었다. 글, 연출, 연기가 이루는 삼각형이 좀 찌그러지면 어때. 배우들의 연기만 성공적이면 됐지, 로맨틱만 아니라면야. 작가가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도 얕다는 우려는 그대로 현실이 돼버렸다. 남기는 거 싫어하는 성미라 마시던 거 계속 마시기로 했다.
어맛! ○○○이 썼대, ○○○도 나온데, 이건 꼭 봐야해!
그렇다, 이번에는 작가가 눈에 더 들어왔다. 그리고 작가의 데뷔작에 함께했던 배우들이 다수 함께 한다는데 지나칠 이유가 없었다. 배우가 선택된 것인지 작가가 선택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작가의 선택, 배우의 선택, 그리고 나의 선택이 이루는 삼각형 내각의 합은 같을 수도 있고 내 마음이 치우친 이등변 삼각형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는 드라마다. 현실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은 조합이 드라마에서는 펼쳐진다. 요새는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것이 현실에서 펼쳐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일까. 현실에 없을 법한 환상 같은 이야기들에 열광들을 하는 것 같다. 자신의 알맹이도 채우기 바쁜 나날에 네모 상자 안의 알맹이가 중요할까, 그저 껍데기만 눈으로 소비하고 입으로 공유하면 되는 것을.
껍질만 번지르르하게 그려내는 작가들이 싫다. 친절히 까서 내놓지도 않는다. 그저 잘 포장해서 더 있어 보이게 만든다. 까내면 알맹이가 없다는 것을 들킬 것을 안다는 듯이. 껍질도 그럴싸한 작가들이 좋다. 포커스는 껍질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화려한 포장을 풀어 헤치고 껍질도 깎아내면 그동안 농사지은 작가의 마음을 알 것만 같은 그런 글이 좋다.
1,2화를 지켜보며 '라이프'의 포장지를 벗겨냈다. 아직까지는 알쏭달쏭하다. 너무 큰 기대를 했을까. 내가 그 세계를 잘 모르는 것일까. 아니라면, 이미 비슷한 껍질을 까봤는데 수술실의 '매스'만을 외치던 의사가 없어서 일까. 작가가 써낸 전작 '비밀의 숲'은 잘 알지 못하는 세계의 과일을 작가가 천천히 까주며 맛을 느끼라는 것 같았지만 이번에는 직접 깎아 낼 매스, 칼을 준비하라는 느낌이다.
작가는 병원에서 이뤄지는 권력 투쟁과 암투를 그리지만 그것이 현실에서 있을 법 하지도 않은 것을 빌려와 그리는 것이 아닌 우리가 사는 현실과 멀지 않음을 그려내는 것 같다. 그래서 제목이 라이프일까.
ps. 경쟁 시간대로 붙었으면 좋았을 것을. 속이 꽉 찬 알맹이가, 겉만 번지르르 한 껍질에 밀린 것일까.
배우 천호진은 이미 죽은 것으로 나오지만 회상씬으로라도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배우 이규형은 '비밀의 숲'처럼 독특한 설정을 이어 받은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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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비밀의숲 왕팬이라 라이프 엄청 기다렸어요. 비밀의숲도 첫 3,4회차까지는 어쩌면 지루하기도, 어렵기도, 복잡하기도 했는데 라이프도 시작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몰입 할 수 밖에 없게 하는 연기와 속도감이.... 다음주 월요일이 기다려지네요!
미션은 대사 옥의티가 너무..... 친일이고 뭐고 다 차치하고 조선이라고 했다가 코리아라고 했다가.. 그래도 또 보게되긴 하더라고요. 😌
비숲도 처음엔 그랬었죠? 작가 정말 엄청난 내공을 지니신 분 같아요.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요...미스터 선샤인은 배우들 보는 재미때문에 마지못해 보고는 있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라이프 너무 기대하고 있어서, 챙겨서 봤어요. 어제 조승우가 단상에서 1:다수로 이야기 하는 장면은 진짜 다들 연기가,👍 저는 계속 본방사수할듯해요! :)
와 그 장면에서 눈빛은...비밀의 숲에서 이어서 나오시는 분들 연기도 전작이 생각 안 날 정도였어요. 저도 계속보려고요. 끝나면 정말 아쉬울 것 같은 드라마가 될 것 같습니다. 비밀의 숲처럼요 ㅎㅎㅎ
선샤인은 정말 티져만 보고도 소화불량이 올것 같았어요. 특전사와 정말 안아울리는 연기를 하던 송혜교의 사랑이 먹히고 도깨비에다가 이제는 시대물까지... 저는 개인적으로 김은숙은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써내고 끊임없이 또 성공하고, 부럽고 질투나고, 그럼에도 저는 도무지 그녀의 드라마가 재미가 없습니다ㅜ 이런 얘기를 하니 잘난척 한다고 애엄마들 사이에 평판이 안 좋습니다 ㅋ
뼈 속까지 안티 김은숙이시군요...대중들이 뭘 좋아하는지 잘 파악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정말 천재인 것 같아요. 그 대중들속에 저와 북키퍼님이 없다니...우리는 마이너기질이 다분한 것 인가요 ㅎㅎㅎ이번 드라마는 배우들 보는 걸로 그냥 눈감고 끝까지 보려고 합니다...
김은숙 작가 드라마를 안 좋아하는 제가
사람들에게 왜 안좋아하는지 설명하기가 참 어려웠는데...이 글이 제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네요~
포장만 화려한 연애 드라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 같아요~ (개취지만요)
안티 김은숙이 여기 한분 더 계시군요 ㅎㅎㅎ다른 드라마 안봤어도 뭔가 다 알 것만 같은 기분이네요. 사실 그 유명한 대사들이 전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걸 왜 좋아하는지...
이번엔 드라마로군요.. 조승우 좋아하는 배우인데 내용이 실한 모양이네요..
믿고 보는 조승우아니겠습니까. ㅎㅎㅎ배우들도 그렇지만 이 드라마는 작가의 역량이 더 대단할 듯 싶어요.
모히또가서 몰디브 한잔... 생각나네요 ㅎㅎㅎ
이병헌의 애드립이었다죠 ㅎㅎㅎ연기하나는 정말...
둘다 관심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인데..
확실히 라이프 작가가 사람 쪼게 만드는 재주는 있는 거 같아요.ㅎ
집중해서 볼 수 있게 만드는..ㅎㅎ
그래도 이 두 드라마가 있어서 밤이 재밌어지네요.ㅋ
맞아요. 비밀의 숲때도 그러더니 이번에도...ㅎㅎㅎ
비숲 시즌2도 준비중이셔야 할텐데 말이죠.
일주일 중의 나흘을 드라마 챙겨보는 것도 오랜만이네요.ㅎㅎㅎ
옴맛! 기대되네요~ 집에 가면 드라마 쫌 봐야겠어요 ㅎㅎㅎ 전 맛난 대사를 잘 쓰는 작가의 작품을 좋아해요. 노래도 맛깔나게 부르는 가수를 좋아하고요. 기교를 좋아하는건지 식탐이 가득한건지 ㅋㅋㅋㅋㅋㅋ 아무래도 후자인듯! 여기서 터널님과 매칭이 안되는군요 ㅋㅋㅋㅋ
어라 설마 ㅎㅎㅎ이병헌 나오는 드라마는 맛깔난지는 아직 잘 모르겠고, 조승우 나오는 드라마는 맛깔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비밀의 숲을 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이 포스팅을 읽고 나니 '비밀의 숲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크게 남네요 ㅋㅋㅋ 미스터션샤인은 박효신 님 노래만 듣는 걸로 하려구요...
비밀의 숲 정말 몰입력을 이끌어내는 드라마에요 보기 시작하시면 아마 몰아서 보시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ㅎ박효신 노래 말고도 좋은 노래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 같습니다. 아 비밀의 숲도 ost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