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의 제주 여행, 그리고..

in #kr-pen7 years ago (edited)

저에게 제주는 좀 특별합니다.

중딩시절 선교활동을 한답시고 처음으로 제주를 가보았습니다. 그 시절의 제주는 사실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모락모락 끝없이 피어오르던 아지랑이에 대한 기억 뿐입니다. 아, 끙끙앓는 짝사랑을 했던 것 또한 불현듯 생각났습니다. 아무래도 그때의 제주는 제게 아주 뜨거운 곳이었던 것이 확실하네요.

다음으로는 20대가 되고 처음으로 국토대장정을 떠났던 제주입니다.
누구에게나 그런 시기가 있듯 제게도 바닥을 향해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인간관계와 학업 그 모든 것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던 2015년 겨울, 저는 제주도로 떠났습니다. '국토대장정'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수많은 이들과 함께 산을 오르고 제주의 올레길을 걸었습니다. 피어오르던 아지랑이에 대한 기억 뿐이었던 제주가 이토록이나 아름다운 곳인지 그제야 알게되었습니다. 겨울이었지만 제주의 특수한 기후 때문인지 포근하게 느껴졌고, 불어오는 바람이 심통난듯 세찼지만 춥지 않았습니다. 제주의 바다, 그것을 따라 불어오던 바람과 향기 그리고 넓게 다져진 산 속의 길들까지 그 모든것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약 100명의 사람들이 함께했고 13명이 한 조를 이뤄 앞을 향해 걸었습니다. 다시없을 그 때의 기억들이 참 소중하게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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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가파도의 청보리를 담은 것입니다

국토대장정을 다녀온 그 해 봄, 저는 다시 제주를 찾았습니다. 자연이 주던 신비한 기분에 다시 휩싸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주는 정확히 그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청보리의 푸르름이 말을 다할 수 없었고, 높은 오름 너머로 보이는 커다란 산은 자연의 숭고함을 그림처럼 보여주었습니다. 푸른 바다와 투명한 그 속은 참으로 아름다워 제 발길을 아주 오래도록 붙잡아 두었습니다. 봄의 제주는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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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곽치기 해변을 담은 것입니다

하지만 혼자하는 여행은 언제까지나 혼자이기에 가끔, 외로울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외로워질 무렵 두명의 언니를 만났습니다. 대구에 사는 36살, 누군가의 엄마인 언니. 그리고 서울사는 40세 골드미스 언니. (제주의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숙소"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만큼 만나는 사람이 달라지는데요, 저는 삼일은 여자들만 있는 게스트하우스 나머지 이틀은 파티 게스트하우스였어요. ) 예쁜 두 언니들로 인해 뚜벅이였던 저는 한결 수월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여행의 셋째날, 제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줄 놀라운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들은 이른 아침 숙소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가파도로 떠나게 된 부부입니다. 아이가 없는 8년차 부부였습니다. 그들은 먹는 것, 보는 것, 이동하는 것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자세까지 어느것 하나 다 값진 것 아닌게 없었던 것들을 제게 주었습니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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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마지막 날,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협재의 한 카페에서

감사한 것들이 정말 많아 이곳에 다 쓸 수도 없지만, 가장 크게 감사한 것은 그들의 댓가없는 나눔이었습니다. 주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저에게 삶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를 완전히 변화시켜 주었던 부부. 그들을 통해 받기만 하고 살아왔던 제게 인생의 빛이 새로 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알지 못했지만 그 때의 경험으로 인해 저는 참 많이 변했습니다. 품은 것을 나누는 삶, 사랑을 나누는 삶, 물질을 나누는 삶을 지향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 제 본디 인격이 원체 말할 수 없을만큼 악했기에 아..주 조금 나은 사람이되어가고 있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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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년이 지난 작년 여름, 친구들과 또 한번의 제주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포스팅에도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값진 보물을 얻었던 바로 그 제주 여행입니다. 그 때를 떠올려 보면 초여름의 촉촉한 비의 향기를 닮았던 것 같습니다. 시원하고 꿈같던 시간들. 우리의 청춘같았던 그 여행, 다시 가고싶어집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어느 하나 홀로 한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더 값지고 특별했던 것이겠지요.


지난 일주일동안 정말 정신 없이 지냈습니다. 올리고 싶은 것이 있어도 지나가는 시간 앞에 무릎꿇고 다음날, 또 다음날로 미루다 오늘이 되었습니다. 이웃님들의 근황과 글들이 궁금했지만 차마 들어와보지 못했던 스티밋. 조금 늦었지만 찬찬히 찾아가겠습니다.

이제 봄이 슬금 슬금 다가오나 봅니다. 떠오르는 기억들이 이토록이나 보송한 것들인 것을 보니요.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불안한 마음 힘든 마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압니다. 저 또한 그러니 말입니다. 흐흐. 하지만 꽃피는 봄을 고대하는 마음으로 다가올 나날들을 따스히 보내시길 바라요.

좋은 밤 되세요.
C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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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마지막으로 갔던게 대학시절이었는데..
비가 자주오는 지역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전 저런 아름다운 풍경도 못보고 비만와서 숙소에서 애들끼리 베개싸움이나....젠장...ㅋㅋ

ㅎㅎ 지금은 대학생활을 모두 마친 사회인이신가 봅니다. 흐흐.
ㅎㅎ그래도 여행은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가장 중요하잖아요. 잊지못할 추억이실 것 같은걸요!

사진만 열심히 찍고다녔어요 ..ㅋㅋㅋ
바다피구하면서 게잡으면서 이것저것 기억나긴하네요 ㅋㅋㅋ

제주 저에게도 참의미가 있죠 좋은사람들과의 만남 추억 너무공감 갑니다 팔로우 하고 가용 자주소통해요

반갑습니다 수란님:-)
좋은 사람과 함께한 그곳이 바로 여행지이지요 흐흐. 저도 팔로하겠습니다!

여행의 묘미중 하나가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정말 좋은 인연과 좋은 경험을 새로 쌓고 오셨네요 :)

판다님 반갑습니다.
ㅎㅎ
네 제주도는 정말 저에게 인연을 준 곳인 것 같습니다:-)

와 사진 한장한장이 그림이네요 !
블로그에 좋은글들이 많아서 팔로워 하고 갑니다 !
괜찮으시면 맞팔 부탁드릴게요 ㅎ
편안한 밤 보내세요 :)

반갑습니다 도니님:-)
감사합니다. 저도 맞팔하고 찾아뵐게요 ㅎㅎ

여행이란건 참 많은걸 느끼고 배울수 있는 기회인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젊었을때 여행을 해본적이 거의 없네요
혼자 여행해본적은 한번도 없구요
이제와 돌이켜보면 참 후회가 됩니다
여행해서 많은걸 느끼시고 배우고오셨네요
그렇게 진정한 어른이 되어 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처럼 무늬만 어른이아닌... ^^;;)

ㅎㅎ반갑습니다 부기님:-)
여행은 언제가도 참 좋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혼자보단 둘이 나은 것 같네요.
사랑하는 사람과, 친구와 가족과 함께 자주 떠나보도록 해야겠어요!
저도 찾아뵐게요!

저도 이제라도 가족들과함께 여행을 자주 다녀야 겠습니다.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존버앤캘리 이번편은 왠지 찡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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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님 항상 감사합니닷!

제주도... 거의 매년 갔었는데.. 올해도 가게 될런지 모르겠네요..
혼자 하는 여행의 백미는 역시 여행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인 거 같아요.. 특히 코코님처럼 이렇게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면 정말 여행의 기억이 오래가구요.ㅎ
행복하길 바란다는 사진이 넘 감동적이에요... 저 부부는 축복받은 것처럼 행복하게 사실 듯.ㅎㅎ
봄이 되니 정말 제주도 다시 가고 싶네요..ㅎㅎ
몸챙겨가면서 스팀잇 하셔요 코코님~~ 가끔 글 쓰셔도 그만큼 더 반갑습니다.ㅎㅎ

미동님 반갑습니다 흐흐.
제주도를 거의 매년 다녀오셨군요. 역시 미동님 ㅎㅎ캬.
저에게 제주는 인연을 선물한 곳이자 낭만이 있는 곳이랍니다.

마지막 사진을 찍고 저 글귀를 적을 때 약간의 눈시울을 적셨지요 ㅋㅋㅋ
2박3일만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 정이들어 그만..ㅋㅋㅋ
언니오빠랑은 꽤 자주 만나며 지내고 있답니다 :-)

봄의 제주 시간내셔서 꼭 가셨으면 좋겠네요.
반가워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셔용.

오랜만이라서 그런가요. 더 성숙해져서 돌아온것 같아요! ㅎ
사진 너무 좋네요. 역시 여행은 자기를 돌아볼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인가봅니다.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에빵님 감사합니다.
성숙해졌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네요 :-)
엄마를 하루만 내려놓고, 홀로 여행다녀오시는 건 어때요? ㅎㅎ

코코님에게 의미가있는 제주이야기 잘보았습니다~
여행은 가기전 설렘도있지만 여행에서 만나는 인연들도 큰 행복과 즐거움인것같아요
대학생때 국토대장정을 하셨다니 저는 해보고싶었는데 해보지못하여서 아쉬움으로 남더라구요 정말 많은 경험을 하셨네요~

유양님 반갑습니다. ㅎㅎ
감사해요. 잊을 수 없는 시간들이었습니다 :-) 아마 이제 더 나이가들면 그것이 제게도 또한 멀게느껴질 것 같습니다. 흐흐.
잘 지내시죠? 항상 건강하세요. 응원할게용~!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 떠난 곳에서 아름다운 인연을 찾으셨군요! :D 이런게 또 여행의 묘미죠! 그 부부의 모습에 제 마음도 훈훈하네요.

ㅎㅎ지식스팀님 반갑습니다.
그러게요 자연도 찾고 인연도 찾았던 아름다운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봄이네요! 살랑 부는 바람과 함께 행복한 시간들 보내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