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라이프>는 '살아있을 적 추억을 영상으로 제작해주는 회사'의 일주일이라는 플롯을 제시한다. 판타지 속 공간(저승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중간적 공간' 그 이유는 뒤에서 밝혀진다 )에 도착한 사람들은 프로덕션과 인터뷰를 하게된다. 그리고 프로덕션 직원들은 3일 간의 숙려기간을 주며 '당신이 저승에 가져갈 가장 소중한 추억 하나를 고를 것'을 제안한다. 그 추억을 프로덕션 스태프들이 영상으로 제작해주고 시사회와 함께 영원한 안식의 세계로 떠난다. 즉, 시사가 끝난 뒤 영화 속 디에제시스에서 갑자기 사라진다는 설정이다.
영화의 인트로는 막 죽은 사람들이 입구를 통과하는 장면으로 문을 연다. 옴니버스 식으로 제작진이 저승에 도착한 '클라이언트'들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기도 하고, 그들의 선택에 개입하기도 한다. 단 하나의 영화적 중심사건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제작 스태프로 일하는 두 남녀가 있는데, 그들 사이에 모호한 감정이 배열되다가, 남성 배우와 관련된 비밀이 영화 말미에 드러나면서 유예돼있던 그가 추억을 선택하며 이 '중간적 공간'을 떠난다. 그 후, 여성 배우가 승진(?)하여 영화의 새로운 일주일이 시작되는 수미상관으로 완결성을 더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갈등, 인물 그리고 사건이 없다. 필연적으로 영화의 편집 리듬도 느리다. 롱테이크와 롱샷, 미디엄샷이 주로 쓰인다. 이야기 전개도 여러 인물의 추억이 선택되고 다듬어지는 과정을 좇다보니 산만하고 느슨하다. 극장에서 봤더라면 그래도 한 호흡에 봤을 텐데, 집에서 PC로 봤기 때문에 여러 번 나눠서 보았다. 처음 볼때는 사실 너무 따분해서 잠이 든것도 사실이다.
두 인물 사이의 로맨스가 불필요해보이기도 하지만, 영화를 매듭짓는 장치 쯤으로 봐야한다. 영화 속 대사로 처리되는 '일본史'도 알고 본다면 깨알같다. 우리나라의 대형 참사나, 전쟁 따위의 일들.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들이 억울하게 죽음을 맞은 일들도 언급된다. 어쨌든 두 중심인물의 마스크는 상당히 깨끗하고 준수하다. 연기는 모호하고 표현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사실적이지도 않은게, 여배우의 경우 대사량도 적고 눈빛과 분위기로만 승부를 본다. 그렇게 해서 얻는 효과는 '신비로움'이다.
그럼에도 영화에는 관조하는 시선과 기다림, 화면의 지속시간이 주는 '쓸데없어 보이는' 여백이 주는 여운이 있다. 여운은 영화를 본 뒤에 남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영화는 영화를 보면서 '내 기억 속의 죽은 사람들' 과 가족들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점이 달랐다. 즉, 영화 화면을 보면서 다른 이, 나의 회상 속 인물들을 즉시 불러일으킨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영화 속 디테일한 사건들은 어느 순간 중요치 않게 된다. 또 죽음이라는 제재를 다루면서, 죽음이 고통으로 끝나버리는 게 아니라 저런 평온한 공간에서 행복한 순간이 제시된다는 면에서 작은 위안을 준다.
이 할머니가 씬스틸러였다. 긴 에피소드 없이도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함축하는 역할을 맡았다. 꽃과 나무, 식물에 대한 사랑. 주변에 한 분쯤 있는 그런 소박하고 따뜻한 사람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정면으로 카메라를 세워놓고 찍는 미디움숏이 가장 좋았다. 라디에이터, 창문살의 격자와 저 화분의 구도도 마찬가지다. 마치 초등학교 교실을 연상시키는 안정감을 주는 구도라고 해야하나.. 참 별것 아닌데 좋았다.
고레에도 히로카즈 영화여서 보려고 했는데 아직 못봤습니다. 최근에도 재개봉 했던데 글을 읽어보니 하루 빨리 보고싶어요
피곤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시길 추천드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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