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처럼 - FINLAND] 무민 월드 가기 - Moomin World

in #kr-newbie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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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절 휴가로 그야말로 텅 빈 투르크에서는 버스 한 대 다니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무민월드에 가겠다는 목적 하나로 이 곳 까지 왔는데, 과연 무민월드가 있는 난탈리까지 가는 교통편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 백배의 상황이었다. 이 나라 사람들이라면, 휴가를 위해서 충분히 대중교통쯤이야 쉬어버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인포메이션 센터조차 닫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차선책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예약 해놓은 스톡홀름행 배는 저녁때나 되어야 출발한다. 짐을 어디 아무 곳에나 던져 두고(사람이 없으니 잃어버릴 걱정도 없다. 갈매기가 들 수 있는 무게는 아니니까) 윌 스미스처럼 어디 강가에 가서 나도 전설임을 외치며 골프나 쳐볼까? 아니면 동네 한 바퀴 조깅? 동양인이 운영하기 때문에 오늘 같은 날도 문을 연 향신료 향 가득한 식당을 어떻게든 찾아내 가장 싼 음식을 한 시간에 하나 씩 시키며 쳐박혀 있어야 할까? 별의 별 생각을 다 하고 있었다.

혹시 모르니, 하는 미련으로 버스정류장에 가보았더니 같은 처지의 일본인 커플, 인도 아저씨 네명, 스웨덴 노부부 커플, 약간 취한 듯한 아주머니 한 명이 이 엄청난 하지제 휴일 문화에 대해 제각기 열변을 토하고 있다. 전반적인 바디 랭귀지는 양 손바닥을 하늘로 보이게 하고 고개를 흔들 흔들 하는 류의 답 없는 상황의 표현(특히 인도인은 이 동작을 다양한 상황에서 매우 자주 사용하므로 발군의 능력을 발휘한다) 이었다. 넉살 좋은(이라고 표현하기에 모자란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인도 남자들이 상황에 대해 개탄하는 동시에 우리에게 국적과 결혼 여부(그들에게 이것은 밥 먹었니?에 해당하는 너무나 당연한 질문이다)를 물었다. 스웨덴 할아버지는 딸이 한국에서 입양 되었는데 그게 남한인지 북한인지 모르겠다며, “너희도 입양된 거니?” 하고 아무렇지 않게 우리의 출생 상황을 검토했다. 일본인 커플은 활자의 모양만 다른 뿐 사진과 편집이 모조리 똑같은 여행 책자를 들고 있어 우리의 책과 비교해보며 재미있어 했다. 여태 들렀던 추천 코스들에 왜 그리도 일본인이 많았는지를 한 큐에 해결해주는 해답이었다.

스웨덴 노부부는 30여 분을 기다린 후 포기하고 가버리고, 술 취한 아주머니도 내일 다시보자며 떠났다. 대신 무민 캐릭터 티셔츠를 재킷 안에 받쳐입은 핀란드 아가씨가 좌절하기 일보 직전이었던 우리 일행에 합류했다. 인도 남자 들은 여전히 번갈아가며 내 옆에 앉아서 신상 털기를 시도했고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자신의 신상을 소상히 밝혔으며 결혼과 대가족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수다쟁이 인도 아저씨들 버전 영어듣기평가를 치르며 말상대를 해주기도 피로해져, 버스를 기다리는 것을 포기할까 잠시 고민하고 있는데 인도 아저씨와 핀란드 아가씨가 콜밴 정도 크기의 큰 택시를 함께 타고 가자고 제안했다. 그 방법 밖에 없으니 모두 동의는 했는데, 문제는 인원수였다. 택시의 수용인원은 8명. 일행은 9명. 인원 초과는 절대 허용할 수 없는 핀란드택시 아저씨와, 한 명 초과가 왜 문제가 되는지 절대 이해할 생각이 없는 인도 아저씨들의 대격돌 사이에서 우리와 일본인 커플과 핀란드 아가씨는 난처할 따름이었다.

수 년 전, 우다이푸르에서 뭄바이로 가는 야간버스에서의 엄청난 부조리를 기억했다. 3명이 누울 자리에 8명 가족이 끼여 누워 가도 우리 일행을 제외하고 그 누구에게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그 암울했던 밤. 옆에서 점점 비집고 들어오는 몸들에 자리를 잃어가며 다음날 아침 입술이 부르트는 밤을 보내야 했던, 나의 모자란 인간성과 인내심과 영어실력이 폭주하고, 인도인 가족과 미친 나를 동시에 견뎌내야 했던 나의 아름다운 일행들의 노고가 찬란했던 그날 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곳은 인도가 아니라 핀란드다.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가다듬고 그룹을 나누자고 제안했다.

인도 아저씨가 내 얼굴에 그 수다스러운 손바닥과 흔들거리는 머리를 갖다 대며 “우리가 가격 흥정을 해놨기 때문에 한 차가움직이면 한 사람이 6유로면 가는데, 그룹을 나누면 두 배를 내야 될 거야. 겨우 한 사람이라고” 하는 걸 겨우 물리쳤다. 자포자기한 핀란드 아가씨가 “그럼 너네끼리 가. 내가 빠질 테니”라고 말하고 나서야 인도 아저씨들이 항복을 선언 했다. 포기할 뻔 했던 무민월드로 무려 택시를 타고 일본인 커플과 핀란드 아가씨와 조용히, 아주 조용히 향할 수 있었다. 택시는 정확히 미터기 요금을 받았고 인당 7.5유로를 지불하니 모든 것이 해결 되었다.

그렇게 열심히 간 무민월드에서 무민 가족들과 뛰노는 금발머리의 아가 들을 구경하며 아이들의 세계란 범세계적으로 참으로 단순명료하구나,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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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월드 소속 우체국에서 캐릭터가 예쁘게 프린트된 엽서를 골라 별달리 유익한 내용이 없는 멘트를 적어 무민 우표를 붙여 한국으로 보냈다. 외국에 가서 엽서 따위 보내본 기억이 없는데, 그 곳의 퀄리티 좋은 엽서와 우표 디자인이 알량한 자랑욕을 부추겼다.
‘내가 여기 핀란드의 무민월드에 왔도다! 그리고 당신에게 보내노라 이 엽서를!’
하는 식의.

투르쿠로 돌아오기 전, 흥겨워진 기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민 인형의 탈을 쓴 자와 손 꼭 잡고사진을 찍어봤다. 지금 그 사진을 다시 보니 손 발이 오그라들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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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min World 무민 월드

Add :: Kailo 21100 Naantali, Finland
Tel :: 02 5111111
Open :: 여름철에만 오픈하지만, 휴무 중에도 부지 안에 들어갈 수 있음
매일 10-18 (9/6-12/8), 매일 12-18 (8/13-8/26)
Winter Magic :: 10-16 (2/17-2/25), 시즌별 시간 확인 요망
Price :: 하루 28€, 이틀 동안 36€ (2018)
Site :: www.muumimaailma.fi
How to get there :: (투르쿠-무민 월드) 직통 버스 [우코페카 승선장, 주요 호텔-무민 월드], 택시


FINLAND

비어 있어 여유로운

북유럽처럼


본 포스팅은 2013년 출판된 북유럽처럼(절판)의 작가 중 한 명이 진행합니다.